◇수술 후유증 줄고 암 생존기간 늘려
각성 수술은 부분마취로 환자의 의식을 또렷하게 유지시켜 놓고, 의료진과 환자가 의사소통을 하면서 진행하는 뇌수술을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김정훈 교수는 "각성 수술을 하면 전신마취 수술 시 따라올 수 있는 언어장애·신체 마비 등 뇌수술 후유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말을 시키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도록 지시하고, 환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암조직을 떼어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 분당차병원에서 뇌종양 각성 수술을 받고 있는 40대 남성 환자가“내 말이 들리면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를 제거할 때는 말이나 노래를 하게 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를 절제할 때는 덧셈 뺄셈 등을 시킨다.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를 떼낼 때는 손발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계산을 못하거나, 손발에 마비가 생기기 시작하면 암조직이 남아 있어도 더 이상 잘라내지 않는다. 남은 암은 수술 후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로 없앤다.
▷적응증=언어나 신체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생긴 뇌종양에 주로 쓴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는 "정상 뇌와 암조직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뇌교종, 전이성 뇌암, 혈관종 등이 대표적"이라며 "대개 암조직이 뇌 안쪽에 파묻혀 있다"고 말했다. 조경기 교수는 "과거엔 조직검사도 하기 어려웠던 뇌 깊숙한 시상 부위에 생긴 암도 후유증없이 떼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점=언어·운동 등의 뇌 기능은 뇌 안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수술 전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촬영으로 암이 생긴 부위와 뇌 기능 위치를 분석해서 위험 부위를 추정해도, 실제 수술할 때 1~2㎜ 정도의 오차가 생긴다. 장종희 교수는 "뇌신경은 1~2㎜만 잘못 건드려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각성 수술로 신경 손상을 바로바로 확인하면서 수술하는 것이 후유증을 줄이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또 뇌는 다른 신체 기관과 달리 기능을 재분배하는 특성이 있어 각성 수술의 이점이 크다. 장종희 교수는 "특정 기능을 하는 뇌 부위에 느리게 자라는 암이 생기면 천천히 이 기능이 이상이 없는 다른 뇌 부위로 옮겨간다"며 "이런 점을 모르고 뇌 기능 부위만 생각하고 수술하면 언어장애나 운동마비 등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효과=전신마취 수술보다 종양을 안전하게 많이 떼낼 수 있다. 암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수술 후유증은 줄어든다. 조경기 교수는 "수술 후 평균 11개월 정도 사는 뇌교종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각성 수술을 해서 평균 26개월 생존한다"고 말했다. 장종희 교수는 "또 뇌교종 수술 환자의 13~27.5%에서 영구적인 언어장애나 신체마비가 발생한다는 외국 보고가 있다"며 "반면, 각성 수술은 후유증 없이 성공하는 비율이 90%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한계=환자의 심리적 부담이 아주 크다. 수술할 때 칼이나 레이저로 조직을 째거나 태우는 것을 환자가 느끼고 수술 후에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김정훈 교수는 "사전 교육을 받고 동의한 환자만 수술하며, 심리 상태가 불안한 환자에겐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술에 들어가도 환자가 각성 상태에서 심한 공포를 느끼면 다시 재우고 나머지 수술을 하는데, 환자를 수면마취 상태로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수술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