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에 초장 팍팍, 고소한 봄이다

조선일보=김성윤 기자

최종수정: 2012-04-10 11:39

[제철 우리맛] 봄멸치
메루치·멸·행어 등 이름 다양 - 봄엔 기름 올라 감칠맛 최고, 19일부터 기장멸치축제
회·구이·무침·찌개 등 다양 - 등 푸르고 배 불룩해야 맛나

멸치라고 하면 국이나 찌개 끓일 때 국물을 내기 위해 쓰거나 간장과 물엿에 조려진 딱딱하고 작은 생선을 떠올리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멸치회는 생소한 음식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경남 해안 지역 사람들에게 멸치회는 그리운 봄철 별미이다.

찬 기운이 누그러들고 따뜻한 바람이 파도 위를 살랑거리는 봄이 되면 부산 기장군 대변항이나 경남 통영 등 어항에는 멸치털이가 아침마다 펼쳐진다. 선원 넷이 둘씩 짝을 맞춰 "어기나 차야, 어기나 차야"를 외치며 그물을 털면 멸치 수천 마리가 하늘로 튕겨 올라가면서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때 그물에서 떨어지는 멸치는 웬만한 남자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길다. 거의 꽁치만하다.

서울 다동‘충무집’의 봄멸치 무침회. 매콤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이 부드럽고 고소한 봄멸치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canyou@chosun.com
멸치철을 맞아 국내 멸치 유통량의 60%를 차지하는 대변항에서는 19~22일 '기장멸치축제'가 열린다. 축제 추진위원회 최용학(54) 본부장은 "2~6월에 잡는 멸치는 '봄멸치'라고 따로 부른다"고 했다. "마른멸치는 대개 9~10월에 잡는 '가을멸치'입니다. 산란기를 앞두고 봄에 잡는 봄멸치는 육질이 부드럽고 기름이 올라서 감칠맛이 뛰어나죠."

경골어류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멸치는 등은 암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다. 세계적으로 멸치과에 속하는 생선은 100여 종쯤이다. 몸길이가 최대 13㎝ 정도까지 자란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국가 사람들이 올리브오일에 절였다가 즐겨 먹는 안초비(anchovy)도 멸치의 한 종류이다.

한반도 연안 바다에서 두루 잡히다 보니 지역에 따라, 크기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경기·함경도에서는 '메루치', 제주도에서는 '행어', 전남에선 '멸', 전북·경남에서는 '멸치', 황해도에서는 '열치'라고 부른다. 크기에 따라서는 '잔사리'(새끼멸치), '순봉이'(큰멸치)라고 부르는데, 더 정확하게는 길이 77㎜ 이상이면 '대멸', 76~46㎜이면 '중멸', 45~31㎜이면 '소멸', 30~16㎜이면 '자멸', 15㎜ 이하를 '세멸'이라고 구분한다.

서울 다동 '충무집' 사장 배진호(57)씨는 "고향인 통영에서는 봄멸치로 회·구이·조림·찌개 등 다양하게 즐기지만, 서울 사람들은 생멸치에 익숙하지 않아 비교적 맛이 무난한 초고추장 무침회와 구이만 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무침회가 인기다. 매콤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이 고소하고 기름지면서 희미하게 씁쓸한 뒷맛을 가진 봄멸치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씹을 필요가 없달 정도로 육질이 부드럽다. 쑥갓과 미나리가 향긋한 봄내음을 더하고, 참깨가 고소하게 뒷마무리를 한다.

배진호 사장에게 봄멸치 고르는 법을 들었다. "등이 푸르고 배가 불룩 나온 놈이 맛있어요. 비늘이 벗겨지거나 상처가 나지 않아야 깔끔하고 텁텁한 맛이 나지 않아요.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하고 광택이 나면 상품(上品)입니다."


[집에서 멸치회 뚝딱] 발라낸 살, 식초로 씻어요


멸치무침회는 봄멸치 다듬기가 가장 중요하다. 머리를 따고 내장을 제거한 뒤 등뼈 양옆으로 손가락을 넣어 살을 발라낸 다음 식초로 씻어 잡내를 제거한다. 전통적으로 막걸리식초를 쓰지만 구하기 힘들다. 사과식초 등 시중에서 파는 식초도 괜찮다. 초고추장과 쑥갓, 미나리, 가늘게 썬 양파와 배, 참기름 약간을 더해 멸치살이 부서지지 않게 살살 버무려 참깨를 뿌리면 완성된다. 입맛에 따라 설탕이나 식초를 추가해도 좋다.

시중에선 생(生) 봄멸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변항 횟집이나 멸치잡이 어민에게 전화를 하면 바로 무쳐 먹도록 다듬어서 택배로 보내준다. 최용학 기장멸치축제 본부장은 "4명이 먹기에는 5만원어치쯤이 알맞은데, 이는 다듬지 않은 생멸치 기준 7~8㎏쯤 된다"고 했다. 문의 (051)721-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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