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콜' 영상 본 흑인 女, 격분하며 욕설

조선일보=한상혁 기자

최종수정: 2012-02-27 09:53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에서 여성 출연자 두명이 흑인 분장을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방송캡처

MBC 예능프로그램의 흑인 비하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해외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한 국내 댄스그룹의 태국 홍수 희화화 발언과 맞물려 ‘한국의 인종차별’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문제가 된 영상은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의 1월 21일 방송분. 당시 방송에서는 흑인 분장을 한 여성 출연자 두 명이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불렀다. 얼굴을 검게 칠하고 두꺼운 입술 등이 도드라져 보이게 해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마이콜’을 연상시키는 분장이었다.

한 흑인 여성이 유튜브에 MBC의 인종차별적 방송을 강력히 비난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유튜브 캡처

본격적인 논란은 MBC가 이러한 영상을 지난 17일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영상을 본 해외 네티즌들은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며 분개하고 나섰다.

한 해외 네티즌은 블로그에 해당 영상의 캡처 화면을 여러 장 올린 뒤 “할 말을 잃었다. 구역질 나는 인종차별적 영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가장 놀라운 것은 출연자들의 노래와 춤이 아니라, 이를 보고 웃으며 손뼉을 치는 출연자들의 행동”이라며 “전국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인종차별이 이뤄지는데 어느 출연자 한명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구역질 난다”거나 “MBC의 사과를 요구한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논란 이후 문제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비공개’로 설정돼 볼 수 없는 상태. 그러나 유튜브에는 해당 방송에 대한 비판을 담은 동영상 연달아 올라오는 등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한 흑인 여성은 이 방송을 비판하는 6분짜리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여성은 영상 속에서 흥분해 욕설을 연발하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K 팝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데, 한국인들도 다른 인종에 대한 이해심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한 백인 여성도 26일 동영상을 올려 “이는 패러디가 아니라 흑인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올린 영상에서 최근 문제가 된 한국 남성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태국 홍수 관련 발언과 소녀시대 노래 작곡가 제니현의 흑인 비하 발언 등을 함께 거론하며 “한국인들이 타 문화에 대해 이해심을 가져야 한다”고 타일렀다.
 
27일 인터넷을 통해 이 일이 국내에도 알려지자, MBC '세바퀴'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이 잇달았다. 한 네티즌은 스타벅스 직원이 한국인 컵에 째진 눈을 그렸던 일을 거론하며 "일개 직원이 한 일을 한국인 비하라고 비난한 마당에…"라고 말했다. 또 "외국 방송에서 째진 눈으로 분장해 바보같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방영하면 기분 좋겠냐"고 물었다.
 
한 네티즌은 "미국에서 K팝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는 게 꿈이었던 아이가 나에게 '한국인에게 흑인은 저렇게 보이나요'라고 물었다"며 "혐오스러운 코미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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