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인도 갈등 촉발’ 써리 암살사건 용의자 체포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최종수정: 2024-05-03 15:29

지난해 써리서 발생한 시크교도 지도자 암살사건
인도 국적 용의자 3명 체포··· 추가 용의자 가능성

지난해 6월 써리 시크교도 사원에서 암살된 하디프 싱 니자르


지난해 캐나다와 인도 관계가 악화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써리 시크교도 암살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3 RCMP는 작년 6월 써리에서 발생한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암살사건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28세인 카란프리트 싱(Singh)22세인 카말프리트 싱, 카란 브랄(Brar), 각각 1급 살인과 음모 혐의로 기소됐다.

 

용의자들은 모두 학생 비자를 받고 캐나다에 입국한 인도 국적자이며, 3일 오전 에드먼턴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다른 인물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암살사건 후 캐나다-인도 갈등 격화

 

암살사건은 지난해 6 18일 저녁, 써리에 위치한 시크교 사원인 Guru Nanak Sikh Gurdwara에서 발생했다. 이 사원의 대표였던 하디프 싱 니자르는 저녁 예배를 마치고 사원에서 나오던 중 복면을 쓴 두 괴한에 의해 총격을 맞고 숨졌다. 두 용의자는 세 번째 용의자가 몰고 온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그리고 암살사건 발생 3개월 후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니자르 암살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증거가 확인됐다면서, 캐나다 주재 인도 고위 외교관을 추방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트뤼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강력 반발하며, 인도 주재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하고 캐나다 비자발급도 중단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던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잠정 중단됐다.

 

지난해 말 인도 정부는 캐나다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업무를 부분 재개하긴 했지만, 이후 인도 당국이 지난 2019, 2021년 캐나다 총선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양국의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살해당한 시크교 지도자, 누구길래?

 

캐나다는 인도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크교도가 거주하는 국가로, 2021년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내 시크교도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에 달하는 77만여 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시크교도의 인도 내 독립국가 칼리스탄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암살당한 니자르는 젊은 시절부터 시크교도 독립운동 활동을 하다 지난 1997년 난민 신분으로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 이후 니자르는 써리에서 배관 관련 사업을 하면서도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2018년부터는 그가 숨을 거뒀던 사원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니자르가 칼리스탄 무장세력의 지도자이자 캐나다에서 테러리스트를 육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20년 그의 이름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인도 입장에서 그는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니자르가 살해된 뒤 BC주 시크교 협회(BC Sikhs)우리는 용감했던 전사의 희생을 기리며, 더 많은 이들이 들고일어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니자르 암살사건 용의자 체포 이후 RCMP 측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인도 정부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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