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들리’ 업주·고객 모두 잡는 배달앱계의 ‘다크호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최종수정: 2019-11-08 15:04

대형 배달앱 상대 차별화 두려 노력

▲푸들리 김보성 대표겸 개발자와 오현정 마케팅 팀장. 사진 = 손상호 기자


음식 배달 중개 어플리케이션(배달앱)의 홍수의 시대다. 앱(어플리케이션) 하나로 주문, 결제부터 배달까지 손쉽게 하는 배달앱은 바쁜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밴쿠버 역시 미국을 본사로 둔 대형 배달앱 회사들이 대거로 들어오며 힘겨루기 싸움을 하는 가운데 호기 있게 도전장을 던진 한인 배달앱이 있다. 바로 푸들리(Foodly)다. 

지난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버나비, 코퀴틀람 한인타운 식당들을 위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푸들리는앱 하나로 배달과 테이크아웃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코퀴틀람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총 30여 개의 식당과 거래를 하고 있는 푸들리는 런칭 한 달 만에 입소문이 퍼지며 배달앱 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연봉 포기하고 뛰어든 ‘창업의 세계’

푸들리의 창립자이자 개발자인 김보성(29) 대표는 컴퓨터 공학도다.  VR(가상현실)에 관심이 있던 그는 2014년 UBC 컴퓨터 공학과 졸업 이후 VR 개발로 유명한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그 회사에서 치중했던 일은 VR보다는 모바일 앱 개발이었다. 

“VR를 다루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모바일 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또 모바일 앱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보니까 배울 점이 많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라고요.”

모바일 앱 개발자로 5년간 일했던 김 대표는 높은 연봉을 받고는 있었지만, 어딘가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해야 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마케팅을 하거나 재정을 관리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러나 프로그래머 모임에 나가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애써 숨겨왔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 또 지난 5년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창업자금도 모을 수 있었다. 결국 큰마음을 먹고 회사에 사직서를 낸 건 지난해 6월이었다. 

김 대표는 코퀴틀람 한인타운 부근에 살며 한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일이 많았다. 매번 전단지 메뉴를 챙겨보며 음식을 주문하는 게 귀찮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테이크아웃 앱이었다. 그 이후로 끄적끄적 코딩을 시작하다 식당별로 따로 앱을 제작해 스마트폰으로 메뉴, 주문,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테이크아웃 전문 앱으로 시작

시스템과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식당들을 어떻게 섭외할지 막막했다. 무작정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면서 부딪혔지만, 이 시스템에 대해 생소하거나 이미 장사가 잘되는 식당들로부터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초기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해당 식당 전용 테이크아웃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앱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을 바탕으로 약간의 커미션만 받기로 하니까 업주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 1월부터 한 식당과 첫 거래를 시작한 것이 ‘푸들리’의 시초였다. 

사실 각 식당에 맞는 디자인과 플랫폼을 만들어 앱을 제작하려면 1천 달러 이상의 비용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얻는 커미션은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었다. 

“적은 수입이었지만 직접 제작한 앱을 사람들이 써주고 그로 인해 식당들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회사에서 몇 배의 높은 월급을 벌었을 때보다도 기뻤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과연 이게 될까?”라고 생각했던 업주들도 예상외의 매출 효과로 나중에는 다른 식당 업주들도 소개해주고 찾아갈 때마다 음식을 챙겨주는 등 김 대표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식당 테이크아웃 앱만 총 10개. 사실 각 식당의 테이크아웃 앱을 만들고 그로 인해 커미션만 챙겨도 충분히 성공적인 창업이 될 만도 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각 식당앱들을 따로 다운로드하는 것이 귀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 거래 식당들의 앱들을 한군데에 모으고, 배달 옵션까지 넣으면서 올 9월 현재의 푸들리가 탄생했다. 

고객·업주 모두 ‘윈윈’ 

푸들리는 기존의 대형 배달앱 회사와 비교해 업주들로부터 현저히 낮은 커미션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후발주자이다 보니 많은 식당들의 섭외가 필요하고, 기존 타 배달앱 회사들의 높은 커미션 때문에 불만이 많던 식당 업주들을 위로하려 함이다. 

“여러 한인 사장님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현지 배달앱 회사들은 너무 높은 커미션을 받고 있더라고요. 특히 유명 중국계 회사는 중국식당보다 한식당에 더 높은 커미션을 책정하지만, 중국 고객들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회사와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컥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여러 식당 업주들의 도움으로 음식 할인, 애피타이저 무료 제공 등의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고, 앱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 제도도 만들어 다른 앱과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당 식당을 실제로 이용한 고객들만 후기와 평점을 올릴 수 있는 제도와 한국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지금은 오현정 마케팅팀장 포함 3명의 다른 팀원들과 함께 푸들리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고, SFU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프로모션도 계획 중이다. 

“아직 배달 서비스는 코퀴틀람 한인타운 위주로 제공하고 있지만 써리, 코퀴틀람 센터까지 지역을 늘려가는 중이에요. 배달도 저희 직원끼리 돌아가면서 하고 있지만 배달 전문 직원들도 슬슬 고용할 예정이에요.”

푸들리앱의 배달서비스는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거래하는 식당 수도 적다. 하지만 김보성 대표는 서둘러서 거래 식당을 늘리기보다는 현재 거래 식당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해 입소문을 일으킬 생각이다.  

“현재 밴쿠버에 있는 배달앱들은 미국을 본사로 둔 대형 회사들이에요. 그들과 맞붙기가 쉽지는 않지만 식당 사장님과 고객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한인을 대표하는, 더 크게 나아가서는 밴쿠버를 대표하는 배달앱을 만들고 싶어요.”

푸들리앱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foodly’를 검색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foodly.ca 주소를 치면 컴퓨터로도 이용 가능하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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