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노린 캐나다 '원정출산' 논란 재점화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최종수정: 2019-09-17 15:39

원정출산율 1년새 13% 급증, 전체 1.4% 달해
온주·BC주 외국인 산모 몰려 "법 폐지 목소리"



신생아의 캐나다 자동 국적취득을 노린 외국인들의 ‘원정출산(birth tourism)’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원정출산 문제가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캐나다에서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전년대비 1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보건정보연구소(CIHI)에서 수집한 전국 병원(퀘벡 제외)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7-18년 사이 캐나다 거주 외국인들의 출산이 꾸준히 증가해온 가운데 지난 1년사이 13%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들의 출산에 따른 신생아 수는 지난 2010년도 1354명에서 올해 3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4099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이 기간 캐나다 전체 출생아 중 1.4%에 달했다. 

보고된 몇몇 사례는 유학생들이나 일을 위해 캐나다로 넘어온 취업비자 소유자들의 수치를 포함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출산을 목적으로 캐나다를 여행한 산모들의 비율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수치는 이민자의 비율이나 캐나다 전체 인구보다 더 빨리 오르고 있다”며 “처음부터 자녀의 캐나다 국적 취득을 목표로 한 이른바 ‘원정출산’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캐나다 법에 따르면, 부모 국적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자동으로 캐나다의 속지주의 법에 따라 시민권이 부여된다. 이렇게 되면 캐나다 고등 교육 학비가 외국인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보다 낮아지고, 향후 부모의 초청 이민까지 도울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중개인들은 캐나다를 외국인 부모의 신생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시민권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로 광고하고 있다. 

또, 일부 이민 중개인들은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무료 교육 및 기타 사회 프로그램과 같은 혜택을 누리거나 비자 면제 국가로 여행 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며 예비 산모들을 유혹하고 있는 실정이다.  

CIHI에 따르면, 외국인 출생아가 전체 출생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0개 병원은 모두 온타리오와 BC주에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BC주에 있는 리치몬드 병원은 2018-19년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했고, 외국인 산모의 출생아 454명은 이 병원의 23%에 해당했다. 

나머지 온타리오주의 맥켄지 리치몬드 힐 병원과 토론토의 버치마운트 병원, 밴쿠버에 있는 마운트세인트조셉병원 등 3곳이 전체의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캘거리 소재 산부인과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CIHI는 2018년 앨버타에서 외국인 출생아 수가 263명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한 관련 전문의는 외국인 거주자의 출생은 윤리적 불일치와 현실적인 우려를 야기하며, 이는 부분적으로 병원 예산 계획이 이러한 출생아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캘거리 소재의 병원들은 이러한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 올여름 새로운 정책을 수립, 외국인 거주자 산모들에게 산전 및 산후 관리를 위해 1만 5천 달러의 선불금을 지불할 것을 명시하고, 병원 서비스에 대한 추가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원정출산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출생 시민권 제도'에 대해 폐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영국이나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 나라는 속지주의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원정출산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캐나다 보수당 의원들이 지난해 외국인 거주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에 대한 시민권 부여 국적법 개정을 의결했으나, 이번 총선이 소집된 이후 이 문제는 다시 제기되지 않고 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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