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화가 메트로 밴쿠버를 어떻게 바꿀까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10-19 10:52

첫 콘도 들어선 후 50년 흘러 상전벽해 도시혁명 “이제 시작”
밴쿠버에 콘도가 처음 들어선 해는?

바로 1968년이다. 1968년은 비틀즈가 헤이 주드를 발표하고 피에르 트뤼도가 수상으로 선출됐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는 등 캐나다를 비롯해 전 세계가 문화, 정치적으로 격동의 시대를 보낸 해이기도 하다.

이후 50여년의 세월은 메트로 밴쿠버에 콘도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시기였다, 이제 밴쿠버 시에만 13만채, 메트로 밴쿠버에 60만채가, BC주 전체로는 90만채의 콘도가 곳곳에 들어섰다.

이런 변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콘도화(condofication)"라 정의할 수 있다. 

밴쿠버 도시 건물의 콘도 탈바꿈(metamorphosis)은 밀집도를 높이고, 땅값을 올렸다. 빈 집이 늘어났고, 아래 위층으로 사는 이웃들이 더 많아졌다. 

또한 임대 전용 건물이 줄었고, 내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투자 목적의 증가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콘도 붐은 단독주택 구입 여력이 안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라타 타이틀을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주거지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이라이징 콘도 증축을 가능하게 한 구역조정법(zoning law) 개정은 밴쿠버 시와 주변 도시들의 밀집도를 높이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꿨지만 땅 값을 천정부지로 비싸게 만들었다. 

그러나 콘도 확장은 임대전용 건물 건축의 발목을 잡았다. 개발업체들은 사전분양을 통해 빠르게 이익을 볼 수 있기에 콘도 건축을 더 선호했다. 

콘도 매매는 개발업자들을 당연히 임대료로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고층 고급주택화(gentrification)는 저소득층을 도심 밖으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지난 20여년간 해외 자본과 이주자들이 몰려오면서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특히 경제적 번영을 이뤘으나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가진 중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이 자본을 북미지역, 특히 밴쿠버 등 서부 해안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주택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다. 

지난 1980년대말 홍콩 재벌인 리카싱의 밴쿠버의 엑스포 86 부지 매입은 동아시아인 투자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또 홍콩, 대만, 중국 출신들의 메트로 밴쿠버 콘도에의 집중 투자는 밴쿠버를 북미에서 집 값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한 곳으로 만들었다. 

콘도의 급격한 증가(mushrooming)는 또한 소유주와 임대자 사이의 갈등과 빈집 증가라는 문제를 초래했다. 

BC Assessment자료에 기초해서 작성된 신뢰할 만한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시 콘도의 35-40%는 투자목적으로 매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30만채 이상의 콘도가 소유주가 사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밴쿠버 다운타운의 수백개의 콘도 빌딩에서 25-35%가 소유주가 살지 않거나 임대를 주지도 않은 채 비어 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주목할 점은 메트로 밴쿠버에 살고 있는 10만여명의 유학생들 상당수가 콘도에 산다는 점이다. 또 고수익을 목적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의 콘도를 장기 임대하는 대신에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숙박을 선호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 콘도 소유주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한 재임차인을 포함해서 세입자들과 관련된 모든 손상, 불평과 불법적 활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에어비앤비 “고객들”은 소음을 일으키고 목욕탕 욕조의 물을 넘치게 하며 불법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콘도에 거주하는 실제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콘도는 북미, 특히 메트로 밴쿠버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고 있다. 콘도화는 도시 역사에 혁명을 초래했다. 콘도화가 몰고 오는 도시생활과 환경의 변화의 바람은 이제 단지 시작일 뿐이다.

20일 치러지는 BC주 지방자치선거에서 밴쿠버와 버나비 시장 후보들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주택 구입 및 임대여력(affordable housing) 해소를 위해 고밀도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결국 메트로 밴쿠버의 콘도 붐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콘도화 결과가 미래의 메트로 밴쿠버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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