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합법화 “어떤 길이 열리나?”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최종수정: 2018-10-16 13:01

관련 산업-고용 폭발적 성장 기대...올 540만명 구입 예상 범죄 유발-환각상태 운전-청소년 오남용 등 우려 높아져 한국 국적자는 어떤 경우에도 불법...입국 시 검색 대폭 강화
캐나다에서 오락용 마리화나가 17일부터 공식적으로 합법화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 셈이다. 

내년 4월 이전에는 온라인 구매만 가능하지만 이제 19세 이상이면 개인이 30g까지 마리화나를 살 수 있다.  

골드러시에 빗대 '그린러시(Green-Rush)'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지킬 지에 대한 혼란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경제적 효과 발생하나
기호 목적의 마리화나(대마초)의 재배와 소비가 합법화되면서 나타나게 될 변화에 캐나다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마리화나 관련 상품·서비스 제공, 세수 확보 등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금지’가 대세였던 전 세계 마리화나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 주가 허용한 연령 이상의 일반인은 소매점과 온라인, 우편 등을 통해 마리화나를 구매할 수 있다. 재배농가는 제한 없이 자금 대출이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캐나다 전역은 변화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정부는 마리화나를 구매하고 피울 수 있는 곳을 법으로 정하고, 경찰은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 중에 있다. 직장에서도 규정을 만들고 있으며 식당, 여행사 등도 마리화나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대학들은 마리화나 사업, 투자, 소매, 재배 등을 다루는 코스를 개설했다. 언론사에서도 전임 기자를 고용해 관련 지면과 광고 등을 다루고 있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도 지난 11일부터 마리화나 검색 해제를 풀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통해 캐나다 경제는 올해 4분기 미화 8억1600만~11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마리화나 소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국내인들은 지난 2017년 의료 및 기호용으로 마리화나 구입에 57억 캐나다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암시장을 통한 거래였다.캐나다 통계청은 올해 540만 명이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구매하면서 미화 4억 달러의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마리화나 시장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즈는 “경제적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는 캐나다를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분석가들은 마리화나 산업 규모가 오는 2020년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려되는 부작용은?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만큼 공공 안전 보호를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다반사로 벌어지는 총격 범죄 등이 마리화나 자유화를 통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 문제 전문가들은 “17일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예상조차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것은 대단히 심각한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환각 상태 운전자 증가에 대한 방어운전 등 각별한 주의도 요망된다. 사람들은 마리화나를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라고 인식하고 편하게, 습관적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약 4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마리화나 사용 장애로 진단받았고, 약 14만 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마리화나의 사용은 '환각'을 경험하게 하는 대신, 주의집중, 사고, 감각 및 시간 지각, 기억 능력을 손상시키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약계의 우려도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마리화나 복용자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환각, 중독 등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마리화나 판매 시 올바른 사용법과 부작용에 대한 안내 및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전문가가 개입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퀴틀람에 거주하는 한인 윤지희(여, 43)씨는 “이제 세컨더리에 진학하는 아들이 있는데 걱정이 앞선다. 마리화나를 피우는 학생들이 많아도 교사들이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합법화까지 되니 앞으로 더 자유롭게 마리화나를 필 텐데 아들이 혹시라도 호기심에 가까이할까 벌써부터 우려된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반대자들은 "아무리 합법화를 해도 마리화나는 여전히 '마약'이라는 것을 정부에서 충분히 공지하고 안내해야 하지만 그런 점에 있어 정부의 대처가 많이 부족하다"고 강도높게 지적하고 있다.

◆ 캐나다 거주 한국인에게도 허용되나?
캐나다 내 한국인의 마리화나 구매 및 흡연은 불법이다. 대한민국 법에 따라 한국 국적자들은 마리화나 구입, 소지, 운반, 섭취 모두 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적발 시 속인주의 원칙으로 한국 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한국 국적자나 동포가 우편을 이용해 마리화나 제품을 한국으로 보내다 적발되면 보낸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수사 및 처벌 대상이다.

캐나다 한국 대사관은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 통과 당시 “캐나다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캐나다를 오가는 여행자 및 특송, 우편물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사와 검역을 진행할 것”이라며 “단순한 호기심으로 한국인이 마리화나 관련 제품을 소지,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밴쿠버 총영사관도 "마리화나 합법화 조치는 캐나다 내에서 허용되나는 것을 의미할 뿐, 대한민국 법률에서는 범법행위에 속한다”며 “한국 국적자가 캐나다에 방문 또는 거주 시 구매, 소지, 사용 등 대마초 관련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밴쿠버 시내 마리화나 판매점. Flickr/Chrystian 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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