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본에 맞선 마이너들의 반란! 영화 '7번방의 선물' 그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

스포츠조선=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최종수정: 2013-02-22 11:10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영화는 특히 대작 '베를린'과의 맞대결에도 불구하고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마이너들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주인공인 류승룡과 아역 배우 갈소원. 사진제공=뉴
35억원 '보통' 영화가 100억원 대작과 붙었다. 누구나 완패를 점쳤다. 그런데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류승룡 주연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지난 18일 900만 관객을 가볍게 돌파했다. 개봉 27일 만의 기록으로, 한국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8위에 등극했다. 또 이미 지난 16일까지 843만 관객을 동원, 영화 '과속스캔들'의 822만 명을 넘어서 한국 코미디영화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같은 성적은 스타들이 포진한 대작 '베를린'과의 진검승부 속에서 거둔 것이라 더욱 값지다.

1000만 관객을 울릴 기세로 무섭게 흥행몰이를 거듭하고 있는 '7번방의 선물'. 이 한편의 감동 스토리가 충무로의 선물로 완성되기까지 넘어온 우여곡절과 그 특별한 의미를 살펴봤다, 

▶이환경 감독을 가장 애먹인 캐스팅은?

'7번방의 선물'의 최고 매력포인트는 맞춤옷을 입은 듯 배우들이 빚어낸 하모니다. 그런데 의외로 성인배우들의 캐스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종병기 활'을 보고 류승룡에게 반한 이환경 감독이 시나리오를 주자 바로 'OK' 사인이 왔다. "캐스팅이 이렇게 빨리 확정된 작품도 드물다"고 관계자들이 말할 정도로, 거의 모든 배우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또 배우들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뉴(NEW)와 한번씩 작업을 했던 인연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아역배우였다. 주인공 용구의 딸 예송 역은 관객들의 눈물을 책임져야할 중요 배역. 명품 아역배우를 찾기 위해 이 감독은 무려 300명을 오디션했다. 그리고 '연기를 제일 못 한' 갈소원을 뽑았다. 꾸미지 않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엔 흥행 1등 공신으로 뽑히지만, 갈소원의 출발은 만만치 않았다. 이환경 감독은 연기가 미숙한 갈소원을 위해 석달 내내 집중 트레이닝을 했다. 7번방 식구들도 돌아가면서 호흡을 맞춰줬다. 이 덕에 갈소원은 '동생이 장난감을 뺏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성인 연기자도 하기 힘들다는 누워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했는데, 갈소원은 "용구 아빠(류승룡)가 가르쳐주는대로 하품을 열심히 했더니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밝혔다. 

▶만약…. 

악재 중의 악재가 이어졌다. 태풍 탓에 세트가 두차례나 무너졌다. 한여름에 한겨울 장면을 찍는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7번방의 선물'엔 소위 '떼신'이 많다. 이야기가 7번방에서 대부분 진행되다 보니, 거의 모든 장면에 주요 배우들이 등장해야 했다. 오달수를 비롯해 출연진이 모두 연기력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오라는 데가 많은 것도 당연한 일. 한번 스케줄이 어긋나면 다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제작비 등을 맞추다보니 생략된 장면도 많았다. 극중 예송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촬영도 하지 못했다.

개봉 일정 또한 이보다 더 우여곡절이 많을 수가 없었다. 이 영화의 개봉이 당초 12월 둘째 주였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했기에 제목도 원래 '12월23일'이었다. 그런데 결국 개봉 시기가 새해 1월23일로 한 달 넘게 미뤄졌다. 충무로에서 개봉이 앞당겨지면 모를까, 미뤄진 경우엔 거의 백발백중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 모든 어려움이 결국 영화에 독이 아닌, 득이 됐다. 촬영을 하지 못한 설명적인 장면들이 빠지는 덕에 영화는 더욱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집중됐다. 용구와 예송이가 열기구를 타는 모습 등의 동화적 설정도 어색하지 않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더불어 개봉시기 또한 영화의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줬다. 애초 개봉일인 12월 둘째주 목요일인 13일 개봉작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호빗: 뜻밖의 여정'(감독 피터 잭슨)이었다. 워낙 대작이기에 개봉 첫날 무려 1011개 상영관을 잡았다. 4079회 상영되며 한마디로 극장가를 점령해버린 것. '7번방의 선물'이 이날 걸렸다면 배급에서 더욱 힘든 전쟁을 치러야했고, 어찌보면 입소문이 제대로 날 시간을 벌지 못했을 수 있다.

반면 1월 23일 개봉일은 결과적으로는 하늘이 내려주신 타이밍이었다. 앞서 개봉된 '박수무당'이 2주가 지나면서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베를린' 개봉 전까진 단독질주가 가능해지면서 점유율을 확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1천만 관객 그 이상의 의미. 마이너들의 반란!

개봉 4일 만에 100만을 돌파하면서 가볍게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7번방의 선물'.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7번방의 선물'은 이달 말 10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900만 돌파 기록만 놓고보면 역시 CJ가 투자 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4일 빠른 기록이다.

이같은 '7번방의 선물'의 흥행은 성적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남우조연상을 올킬하면서 대세 꽃미남으로 떠오른 류승룡은 이제 확실히 주연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오달수 등 명품 조연배우들은 존재가치를 확실히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뉴(NEW)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이다. 2008년 9월 설립된 영화배급 및 투자 전문기업 뉴(NEW)는 김우택 대표가 자본금 20억 원을 들여 설립한 회사다. 20여명의 패기로 치열한 배급전쟁에서 살아남은 뉴(NEW)는 지난해 '부러진 화살' 등 화제작을 잇달아 만들어내면서 마이너의 설움을 극복했다.

더욱이 이번 '7번방의 선물'의 대박은 CJ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 자본과 겨뤄 당당히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영화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기업 계열의 투자배급사들이 엄청난 자본동원력을 내세워 점령해버린 충무로 현실에서 이번 뉴(NEW)의 홈런은 더욱 특별한 선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극장이 없어도, 콘텐츠의 힘 자체로 관객을 움직였다. 그리고 관객들의 진정성이 극장을 다시 움직였다"는 뉴(NEW) 관계자의 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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