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콘도 시장··· 이사·매도 ‘막막’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최종수정: 2025-07-10 10:38

더 넓은 집 이삿길 막힌 콘도 보유자들
콘도 공급 늘었지만, 수요 줄며 거래 뚝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더 넓은 주거 공간으로 이사하려는 콘도 거주자들은 여전히 냉각된 시장 현실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간 토론토와 밴쿠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신규 콘도 공급이 급증했지만, 투자 수요가 줄며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 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반기 시장을 짓눌렀던 관세 이슈와 고용 감소 등의 악재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주택 시장 전반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콘도 시장은 이 같은 회복 기대에서 여전히 비켜선 모습이다.

모기지 전문 업체 Rates.ca의 빅터 트랜(Tran) 전문가는 “콘도 자산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이를 단독주택 마련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수요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기대만큼의 자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발이 묶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광역 토론토 지역의 콘도 거래는 75% 급감했고, 밴쿠버 지역에서도 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두 지역 모두 콘도 매물 재고는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가격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CMHC는 최근 보고서에서 “완공 물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요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콘도 가격이 단기간 내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상위 주택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던 수요자들에게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Royal LePage West의 아딜 디나니(Dinani) 중개사는 “시장 내 유동성이 부족해 기존 주택을 매각하고 더 큰 주택으로 이사하려던 수요자들이 계획을 접거나 연기하고 있다”며 “일부는 손실을 감수하고 매물을 내놓지만, 상당수는 매도를 보류하거나 임대 전환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토부동산위원회(TRREB)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광역토론토 지역의 콘도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신규 매물은 25.2% 늘었다. 지난 5월 콘도 거래는 전년 대비 25.1% 급감해 단독주택(-10.6%), 타운하우스(-9.8%), 반단독주택(-0.3%)에 비해 더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광역밴쿠버 지역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6월 콘도 거래는 104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단독주택 거래는 5.3% 줄었고, 타운하우스는 오히려 3.7%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디나니 중개사는 “현재는 결국 가장 절실한 매도자가 시장 가격을 형성하는 상황”이라며 “기대 가격과 실제 시장 가격 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많은 매도자들이 장기 보유나 임대 전환 등을 통해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 전문가도 “일반적으로는 기존 주택을 먼저 팔고 새 집을 찾는 것이 안전한 방식이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원하는 시기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며 “상위 주택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수요자들에게는 매우 불확실하고 부담스러운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이들이 ‘언제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까’를 궁금해하지만,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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