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색 옷을 입은 남자가 간호학과 강의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교실 한 가운데 선 남자는 갑자기 한 여학생을 향해 곧장 다가가더니 가슴을 향해 들고 있던 45구경 권총을 난사했다. 피비린내나는 참혹한 광경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이코스 대학에서 한국계 미국인 고모씨가 벌인 참극은 그야말로 생지옥 그 자체였다.
현장을 목격한 더윈더 쿠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그때의 순간을 전했다.
“고 씨가 학생들에게 모두 벽에 기대 서라고 지시했어요. 같은 과 학생이었으니 그의 얼굴을 모두 알아봤죠. 하지만 몇 달 동안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기에 다들 ‘무슨 일일까’하고 의아해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오이코스 대학에서 한국계 미국인 고원일(43)씨가 총기를 난사해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고씨가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모두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그때야 그가 총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이미 총알은 발사됐고, 그때부터 학생들이 뛰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어요. 쓰러진 친구를 일으키려고 보니 저도 팔에 총알을 맞아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미친 사람 같았어요.”
총알은 난사됐고, 그 자리에서 10여명의 학생이 쓰러졌다.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이 이어졌다. 바닥과 복도에는 피가 흥건했다.
목격자인 앤지 존슨은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총에 맞았다”고 소리를 지르는 걸 봤다고 전했다. “그 여성은 ‘미친 사람이 안에 있다. 아프다’고 말했어요. 팔에 동전 크기의 구멍이 나있었어요. 피가 멈추지 않았어요.”
근처 은행에서 볼일을 보던 브라이언 스노우는 “총성이 한두발이 아니었다”고 말을 이었다. “한 여성이 팔에 피를 흘리며 학교를 걸어나오는 걸 봤어요. 그 뒤에도 총성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 여성은 총에 맞았는데도 다른 친구들의 안전을 묻더군요.”
간호학 단과대 안에는 35명 정도의 교직원이 있었다. 더 많은 참사가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옆 강의실에 있었던 데첸 왕좀이 재빨리 강의실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서 모두 바닥에 대피시켰다. 숨이 거칠어진 고씨는 강의실 문을 두드리며 문을 향해 총알을 몇 발 날렸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특공대는 중무장을 한 채 건물에 진입해 범인을 찾기 위한 수색 작전을 펼쳤고 숨어 있던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피시켰다.
강의실에서 경찰은 총에 맞아 즉사한 시신 5구를 수습했다. 인근 하일랜드 병원으로 후송된 5명 가운데 2명은 병원에 도착한 뒤 숨을 거뒀다.
학교는 즉각 폐쇄됐고, 경찰은 추가 희생자가 없는지 학교를 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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