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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정 고운 정 2022.11.28 (월)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요사한 것싫다 싫다 하던 것이자꾸만 스치다 보면어느새 정이 들어 있기 마련인 것을 듣기 싫다 짜증 부리면서어느새 몸에 배어자기 것이 되어 있는 잔소리들도이제 교훈으로 남아새 삶의 지표 위에 서 있질 않던 가 어느 날엔가 내 책갈피에 꽂히기 시작한무심했던 한 장의 연서도이제 날마다 기다림의 기쁨으로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맘을 치장하고 있는 일 오늘도 꽃잎처럼 날아올 그대 향기에저무는 햇살 함께...
강숙려
도마소리 2022.11.28 (월)
  함성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사이로 '다각다각' 하는 소리가 끼어들고 있었다. 도마 소리였다. 잠결에 듣는 소리는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가 다시 멀어진다. 그래서 아련하다. 윗동네의 예배당 종소리나 이른 아침 '딸랑딸랑' 들려오던 두부장수의 종소리, 도마 소리가 그러했다.어머니는 소리로 먼저 다가오는 분이었다. 펌프질을 하는 소리, 쌀 씻는 소리, 그릇을 챙기는 소리 등. 그 중 도마소리는 잠을 더 자라고 토닥여주는 소리였다. 나는 그...
정성화
옥양목 숫 눈 길에걸쭉한 이야기 포개 진다맨발을 가지런히 부려 놓은비둘기의 시린 이야기와꽃무늬 천방지축 흩어 놓은강아지의 속 없는 이야기그 옆을 따라나선 또 하나시름에 눌린 신발의 문양만 찍어 놓고내 것이라 우기는 헛헛한 얘기들직립하지 못한 나의 비틀거림이으레 흔적에 배어 있어 매무새를 들키고무엇을 남기느냐 보다어떻게 걸을 것인가에 대한 공허한 외침눈 위에 찍어내는 행간에 마음을 내 거니또 다른 내가 하얗게...
한부연
소똥 2022.11.21 (월)
따뜻한 방에 있다 갑자기 밖에 나와서 그런지 으스스 한기가 들었다. 더군다나 땅에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정신이 아찔했다. 요즈음은 시골길도 흙이라곤 찾아 볼수 없이 온통 시멘트로 포장되었다. 소는 간혹 불만을 터뜨렸다.“전에는 아무 곳에나 똥을 싸도 괜찮았는데, 이제 정해진 곳에만 싸야 하니. 원! 하지만 버릇이 돼서 밖에만 나오면……, 으! 오늘은 더 못 참겠어. 끙! 아, 시원 타!”어쨌든 나는 그 충격으로...
이정순
꿈꾸는 집 2022.11.21 (월)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가 끝나면 종종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곤 했다. 시장 어귀에 자리 잡은 떡볶이집은 허름한 건물 일 층에 있었다. 주문한 떡볶이가 나오기를 기다릴 때 페인트칠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누추한 벽에 삐딱하게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사장님이 직접 쓰신 산문시였다. 고생 끝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곤히 잠든 식구들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잠겨 쓴 가슴 뭉클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인간의...
권은경
내 나이 63세 2022.11.21 (월)
연필을 날카로이 깎고백지에 자를 대고 일과표를 그린다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리라그래서 비록 늙은 몸이나 굳은 허리 곧게 피고 걸으리라소식으로 아침을 먹고어질러진 책상을 치우고 커피를 마시며다툼일랑 지워버리고 아내와 사랑했던추억을 되새겨 아름답게 가공한 시를써 보리라잠시 휴식과 산책을 다녀온 뒤에4B연필을 깎아 연필화를 연습하자35년 동안 같이 살았으나 희미한아내의 눈 코 입을 자세히 그려 보리라단 염려스러운 것은꽃 같던...
김철훈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눈물 나도록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때는 감사하고 소중한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사랑이었다.첫째인 딸이 한 살 때였다. 우리는 광주 근교에 있는 교회 담임 전도사로 부임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사모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교회에 있을 때 남편이 목사 안수를 받아 잊을 수 없는 사역지였다.새벽기도를 마치고 사택에 돌아오면 매일 아침 부엌문 앞에 비닐봉지가...
박명숙
꿈처럼 2022.11.16 (수)
다만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어이 없이 잠이 깨이고고향의 말씨어디 없는가 서글퍼진다 청춘도 보내고노동도 바치고밤이 되어도다 울지 못한 가슴으로 잠이 든다. 조선이여 외지의 언어로시를쓰고 서너 달 긴 겨울 비 속에섬으로 떠서 나는내 귀향의 어느날을 바라본다 고향이 모두 그러하듯아주 머언 그리움처럼 그것은존재의 이유 생각으로는옛날의 친구들 그 속에 잠시 들렀다가반포 강변 마자막 살던 데도 기웃거려...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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