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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빈다 / 나태주(사실적 시)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봄은 고양이로소이다 / 이장희(감각적 시)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미친 봄의...
이명희
만추 2022.11.16 (수)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이노오란 융단을 펼치더니바람 불자 어깨춤을 추네융단을 조심스레 밞으며지그재그로 걸어가는데 단풍잎 한 장내 발목에 걸려 걸음을 멈추네속절없이 나뭇잎 하르르 쏟아지고난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네제 멋대로 날리는 낙엽을한 잎 두 잎 주워 담다가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 생각하네은행잎 밞으며 자박자박 함께 거닐었던그 사람도 한번 생각하다가애꿎은 낙엽 휘이익 날려보네
유우영
독고는 다이다! 2022.11.07 (월)
얼마 전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야간근무 전담인 남자 간호사가 아무 연락도 없이 근무에 나타나질 않았다. 전화를 해봐도 받질 않고, 메시지마저 풀이라 남길 수가 없었다. 7년이란 세월을 함께 일해온 간호사인데, 그가 이랬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었다. 무슨 사고를 당했나?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사는 간호사라 딱히 연락해 볼 곳이 없었다. 그렇게 걱정스런 밤이 지나고 다음 날, 그의 집으로 달려간 직원이 집 밖에 세워진 그의 차를...
박정은
그래요 2022.11.07 (월)
저 위에서 나를 이 땅에 보내실 때그분만이 아는 예치금이 담긴 통장 하나 목숨에 붙여 주셨어요찾기 싫어도 날마다 줄어드는 통장인데요건강이라는 이자가 붙어 조금 불어나긴 해요 건강하게 살려면 이렇게 하라 이걸 먹어라눈으로 귀로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세상만사가 나는 예외란 듯 맘 내키는 대로 살아왔지요나무 한 그루도 잘 돌보지 않으면 푸른 이파리 벌레 먹고 갈변하듯이환갑, 진갑 다 지나온 지금 안일하게 살아온 대가를 치르는...
임현숙
  최근 대학 동창 카톡방에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어려움과 애로 경험담들이 올려져서 동감하기도 하며 웃음이 나기도 한 일이 있다. 한 동창의 작은 딸네 손자가 너무 버릇없는 말을 해서 분노한 동창은 다시는 딸네 집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네 손자는 한글을 깨치자마자 자기 방문에 “노인 출입 금지”라는 글을 써 붙였다고도 한다. 이래저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아이들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섭섭증이 생긴다고...
김현옥
모래의 시간 2022.11.07 (월)
이 세상 끝에 와 있다는 느낌그 사이로 강물이 흘러가고발자국들이 지나가고슬픔 같은 이끼가 툭툭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나는 건너갈 세상을 돌아본다어둠 저 끝에서 몰려오는 바람소리누군가 내 등 뒤에서 마음 한 끝을비수로 꽂고 달아난다이 세상 황량한 이중성의 간판들점멸등처럼 깜빡이는데어제는 바람이 되었다가오늘은 사과가 되고 오렌지가 되고 박제가 되어몸의 꼬리를 감추는 사람들탓하지 마라, 눈동자의 크기만큼 보이는세상 안에서...
이영춘
무주의 맹시 2022.11.01 (화)
여자와 만난 곳은, <상담소>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있지 않았다면 그저 낡은 오피스텔이었을 공간이었다. 창 너머로 환하게 피어난 백목련 외에는 딱히 눈길을 줄 곳이 없을 만큼 실내는 휑했다.-    어서 오세요. 이메일로 예약하신 윤해진 님이시죠?나는 “혜”를 아무 고민없이 “해”라고 발음하는 눈 앞의 여자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스코리아 머리’ 에, 취향이 그런 것인지 넉넉한 체구를 가리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곽선영
만일 필자가 어느 누구에게 평생 게으름을 피면서 살라고 하면 뺨을 맞을 것이다.10년, 1년 또는 한 달 만이라도 그렇게 살라고 해도 욕을 배가 부르도록 얻어먹을것이다. 그러나 이게 하루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까짓 거 하루 정도야! 새털같이 많은 나날인데 오늘 하루쯤 게으름을 피면서 빈둥거리면 어때? 그게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하던데.  그러나 하루가 이틀, 금방 일주일, 일주일이 한달, 한달이 1년...... 그러다 사람의일생이 휙 지나가...
정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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