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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며 2023.01.09 (월)
묵은 달력을 내려놓습니다내 마음처럼 무게가 천근이어요장마다 빼곡한 사연들을 되새겨보니복덩어리가 수북합니다가진 게 없다고 빈손이라고 하늘에 떼쓰던 두 손이 부끄러워집니다가붓한 새 달력을 그 자리에 둡니다내 마음도 새 달력 같습니다오늘또 오늘 쌓일 복 더미 생각에손등에 푸른 핏줄이 더 불거집니다.
임현숙
다시 수필이다 2023.01.09 (월)
  유리병에 개운죽竹을 기르고 있다. 물만 먹고도 싱싱한 잎과 줄기를 내는 모습이 여간 기특하지 않다. 줄기 하나를 집어 들면 나머지 줄기들도 따라 나선다. 서로의 뿌리 속에 뿌리를 내린 채 단단히 엉겨 있기 때문이다.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은 묵은 뿌리 위에서 하얀 어린 뿌리들이 걸음마를 익히고 있고, 중간에 가부좌를 튼 뿌리들은 어느 쪽으로 줄기를 낼 것인지 긴 생각에 잠겨있다. 어린 뿌리에 자꾸 마음이 간다. 수필을 쓰면서 어느...
정성화
인생의 변곡점에 힌지를 달아 놓고슬며시 겨울 산을 향하여 문을 열면낯 익은 상흔 하나가 폭설을 짜고 있다어딘가 엄동 속에 울리는 나무들의숨 고름 옹이처럼 힘들어 보이지만목 향이 첨가하는 맛 그 매력에 빠진다또다시 재 너머로 난장을 치는 바람해 오름 달 실속 없는 분주함 홰를 쳐도그렇게 스무 해 성상 눈물 꽃을 피웠다이방인 그에게서 조국은 무엇인가수 없이 그리워한 로키 태평양 넘어무른 곳 말려서 까지 피워내는 눈물 꽃
이상목
  마지막 한 장 달랑 남은 2022년 달력은  더 이상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2023년 새 달력에 자리를 내 주어야만 한다. 월말이면 어김없이 한 장씩 넘기다가 오늘은 12번째 막장을 내린다. 새 달력을 걸어 놓고 이제 막 내려놓은 낡은 한해를 한 장씩 훑어 본다. 크고 작은 일들이 어제 일처럼 펼쳐진다.  내 산책 견이 강원도 강릉에서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여 마중 나갔던  일, 형제들의 방문, 아이들과 여기저기 여행했던...
김춘희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윤회하는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 하고, 공(空)이라고도 하며,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말도 있지만,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어.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單純)하니까. 일상(日常)을 살펴보면 누구나 숨 쉬고 옷 입고 먹고 자고 배설하고 일하고 놀고 쉬면서 살다 가잖아.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마려우면 싸고 추우면 걸치고 더우면 벗으면 되고, 돈이 필요하면 일해서 벌고 지치면 쉬었다 가면 되는 거니까, 머리...
김토마스
위로 2023.01.05 (목)
 12월이 되면서 수선화 싹이 나왔다. 평평하던 땅이 소복하게 들려 있는 곳은 수선화 싹이 나온 곳이다. 낙엽을 헤치면 아직은 얼마 나오지 않아 세모꼴인 잎들이 무리 지어 솟아나고 있다. 크리스마스 로즈는 11월부터 줄기 분얼이 활발해져 12월 들어서도 새 줄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연두빛 새 잎들이 튼실한 줄기 사이에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특하다. 다른 나무와 꽃들이 모두 한 해를 마무리할 무렵, 매서운 추위가 목 전에 닥친...
김선희
바람처럼 지나간 인생 길뒤돌아보면 참으로 모질기도 했던 시절꽃다운 시절 어느덧 다 지나가고쓸쓸한 가을 들녘 길게 드리워진 발자취견딜 수 없이 힘들었던 날도 미련 없이 잊고오늘행복했던시간마져도 또 잊는다목숨보다 소중했던 자식도 잊혀질까 두렵지만당신 아픈 세월 잊을 수 있어 행복하다면잊혀져 당신 행복할 수 있다면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들을누구시더라? 이런 날조차도가슴이 저리도록 너무 아프고 슬프지만괜찮아괜찮아엄마 난...
유진숙
불편한 배려 2022.12.27 (화)
 오랜만의 고국 나들이였다. 친구의 소개로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는 자신의 미용 기술에 대한 긍지와 자존감이 남달리 높은 남자였다. 그는 내 머리칼이 관리를 안 해 힘이 없고 부실하다고 했다. 자극을 줘야 머리칼이 튼튼해지고 빠지지 않는다며, 의향도 묻지 않은 채 머리 마사지부터 하기 시작했다. 꾹꾹 누르고 털고 당기고 하는데, 고통스러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아프다고 신음하며 그만해도 된다고 부탁해도, 이렇게 해야 머리가...
민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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