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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이 가고 어느덧 십이월이 오고또 한해가 기우는 적막 강산 새벽 녘 문득 백설 만건곤(滿乾坤) 한 세상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을만드신위대하신 시성(詩聖) 하나님의 손길 ! 저 눈꽃송이들 난분분(亂粉粉) 난분분서로가 서로의 등에 업고 업혀서지난 날의 모든 염려와 걱정 근심들사랑과 미움의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들 마저 토닥 토닥 서로의 등 정답게 두드리며죄다 덮고 지우시라는 듯  ....... 그리하여 밝아 오는...
남윤성
엄마 손은 약손 2022.12.14 (수)
 최근 한동안 감기가 유행했다. 이 감기라는 놈이 얼마나 독했는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여러 아이가 멈추지 않는 기침과 고열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주일 내내 기침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더디게 조금씩 회복되더니 어느새 큰 아이는 깨끗이 나아 다시 학교에 나가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반면 좀 더 어린 둘째 아이는 쉽사리 낫지...
윤의정
눈 내리는 풍경 2022.12.14 (수)
참나무는 참나무에게대추나무는 대추나무에게소나무는 소나무, 까치는 까치에게소리 없이나누는빛나는 속삭임보아라시방법계(十方法系) 가득 찬순결한 이 사랑의 밀어(密語)를
임완숙
사는 집을 떠나 가장 편안한 장소를 꼽는다면 단연코 목욕탕이 아닐까. 타국에서 오래 머물다 고국에 들어가면 어색한 부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질감을 금시 씻어 주는 곳이 목욕탕이 으뜸이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피부로 느끼고 한국문화에 금방 동화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한가한 시간, 적당히 뜨거워진 탕에 목만 내 놓은 채, 한 사람씩 들어오는 모습을 관찰해 보는 것이 여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얼굴만큼이나 신체 부분도 제 각각이고...
자명
후회 2022.12.05 (월)
나 아주 어렸을 적에 한 번수수밭 가에서 놀다가수숫대 위에 쉬는 잠자리 한 마리 잡아서발버둥질 치는 가녀린 꽁지에강아지풀* 한 줄기 꽂아주고는휙ㅡ 먼 하늘로 날려 보낸 적 있었네.오랜 세월 흘러가고이따금 찾아와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시간 저 너머의 기억 하나ㅡ그날그 필사의 발버둥질 아, 나 정말로옛날의 그 수수밭 가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강아지풀: foxtail: 볏과의 한해살이 풀   Remorseful         ...
안봉자
감 잡았다 2022.12.05 (월)
  오랜만에 알버타에 사는 언니와 얼굴을 보고 통화를 했다. 언니와 나는 20년 전, 밴쿠버에 와서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웃고, 울면서 외로운 타지 땅에서 아름다운 기억을 쌓았었다. 언니는 참 재밌는 사람이다. 웃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언니의 얼굴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다. 본인은 늙었다고 환한 대낮에도 내가 선물해준 핑크색 극세사 잠옷을 입고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감을 먹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 라고...
허지수
떨어진 꽃잎에 하고 싶은 말화려한 꽃 시절이 가고 나면부호 같은 꽃잎만 땅 위에 뒹굴고죽비에 떨어져 땅에 누운 꽃잎은뒤 늦은 깨달음처럼 말이 없네추적거리는 찬 비라도 내리면더 할 나위 없는 적요. 막막한 탄식그래도 비껴가는 뉘엿한 석양이 있어한 무더기 노을 이라도 뿌려 준다면...부끄러움 모르던 한창 시절걷어 제낀 앞섶마저 거침 없었고화려한 속살, 원색으로 뽐내던 그대땅속에 내린 뿌리가 있음으로하늘 향해 꽃 피울 수 있음을 잊은...
조규남
             “ 토마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뭘 그리 보고 있어? “ 하우스 키퍼 리사가 짜증내며 내게 던지는 말이었다. 아침 회의 중 리사 말을 놓쳤다. 리사에게 미안해하며 살짝 윙크했다. 리사도 그런 나를 보며 눈을 흘겼다. 내가 바라보고 있었던 곳은 알라스카 하이웨이였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알라스카 하이웨이가  펼쳐져 있다. 난 매일 아침 그곳을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날의 운수를 점치곤...
정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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