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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날에
2022.11.01 (화)
하루를 사는 삶저마다 같은 듯 달라깊은 산속에서도바닷가 외딴 섬마을에서도북적대는 도시에서도같은 시간 다른 하루홍시 같은 낙엽이 나무 끝에 매달려 가을을 재촉한다같은 색같은 모양 낙엽처럼비슷하게 살아도 다른사람들 하루가 간다하늘에 걸린 해가어제 오늘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듯쌓인 낙엽이 다른 듯 같아 보이는 것처럼흐르는 시간이 강물 위에 떠 가는 낙엽처럼
전재민
몸 속 들여다보기
2022.10.24 (월)
위 대장 내시경이 끝났다. 두려움도 끝났다.얼마나 기다렸던 내시경 검사였던가? 매년 휴가엔 한국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하지만,이처럼 절박하게 휴가를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속은 더부룩하고, 가스는 차고, 입에선냄새가 나고, 배변은 검은색이고, 명치 아래 배는 칼로 찌르는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이룰 수 없었던 날이 얼마였던가? 가정의에게 내시경을 부탁했지만, 위에서 출혈이있어야 전문의를 통해 내시경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제산제 처방만...
박광일
자작나무 숲으로 오는 저녁
2022.10.24 (월)
바람의 질량으로 속없이 무너지던그들은 산맥아래 또 다른 무리를 지어견고한 스크럼을 짜며 농성하는 중이다서투른 직립조차 포근한 이름이여떠도는 별을 품어 산이 흔들거리면숲으로 오는 저녁을 가슴속에 담는다물안개 흠뻑 먹고 산촌을 지킨 하루함께 산다는 것은 장엄한 축복이다서로를 사랑한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이상목
무소유 속의 풍요
2022.10.24 (월)
나는 지금 한국에서 70여 인생의 삶 중에 가장 한가하고, 가장 편안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동생네로 숙소를 정하려 했으나 오미크론 등으로 계획을 바꿔 장기 투숙할 수 있는 호텔로 들어왔다. 방 면적이 17평이지만, 실 평수는 절반이니 좀 답답하다. 처음 며칠간은 침대에 누우면 바로 앞 벽이 가슴을 압박하는 것 같아 잠들기가 힘들었다. 물론 시차도 있었지만. 현관을 들어서면 기다란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관 왼쪽으로...
심현숙
두고온 고향집
2022.10.24 (월)
꿈과 함께 묻어둔내 고향 그 빈 옛집초가지붕 추녀 끝에참새가족 세를 들고대문간버티고 선 왕거미행랑채의 주인인 듯속살 들난 먹감나무앉은 채 해를 맞고앞마당의 돌담은눈 설게 헐었어도어머니손때 묻은 장독간봉숭아만 피고 졌다꿈길에서 언뜻 본고향집의 저녁녘오 남매 밥상머리이야기꽃 피어나고아버지밥상 물리는헛기침도 들렸다.
문현주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느껴가는 감정
2022.10.17 (월)
의자에 앉아 조금 전의 내 모습을 되새겨봤다.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고 고단한 몸이며, 어쩌다 거울 안의 또 다른 나와 마주치면 기억하는 내 모습에 조금씩 느껴지던 변화가 하루하루 다르게 더 빨리 진행하고 있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은 이마 주변으로 제법 허옇다. 볼록 나온 배를 억지로 쑤셔서 넣은 청바지 입은 태 역시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눈가의 주름이야 자연의 현상이라 여겨도 웃는 근육마저 굳어버린 듯 웃는 모습...
김줄리아헤븐
고양이
2022.10.17 (월)
외롭다 생각하고 있는데 한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작은 고양이 약간은 나이가 있어 보인다으레 그렇지만 눈이 예쁜 고양이다쫓아가 한번 안아 볼까 하는데고양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어 어쩌지 하다가 놓치겠단 생각에 따라붙었다고양이는 야옹야옹 대며 계속 걸어간다난 쫓아가지만 사이가 좁혀지지 않는다좁혀지지 않는다지쳐가는 나 고양아 기다려고양인 쓱 한번 쳐다보다가 계속 갈 길을 가네좁혀지지 않는 거리 난 어떡하지 뭐 하고...
박락준
숲을 바라보며 사는 멋
2022.10.17 (월)
나무는 혼자 섰을 때 아름답다. 나무는 둘이 섰을 때는 더욱 아름답다. 둘과 둘이 어우러져서 피어났을 때 비로서 숲을 이룬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를 포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한 덩어리의 밀집성, 그 따뜻함이다. 건축예술이 잘 발달하여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쳐도 거기 도시와 숲의 조화 없이는 생명이 없는 도시다.기차나 버스로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마음을 끄는 도시를 만난다. 초록빛 분지를 깔고 앉은 조그마한...
반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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