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한여름 밤의 환상적인 몸짓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22 14:33

예술의 경지,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Pacific Coliseum)은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는 부푼 기대감이 가득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바레카이(Varekai)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바레카이는 그리스신화 이카루스를 토대로 이카루스가 바다에 빠져 죽는 대신 나무가 우거진 미지의 숲에 떨어진다는 상상에서 탄생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이카루스가 신비한 숲의 생명체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애벌레 여성 비트로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바레카이의 내용이다.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의 한 장면. 사진 제공=Martin Girard / shootstudio.ca Costumes: Eiko Ishioka  © 2014 Cirque du Soleil>

스토리 전개에 맞춰 연기자들은 2시간 동안 노래하고 춤추며 각종 곡예를 선보였다. 라이브로 들려주는 노래는 록부터 클래식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연주와 함께 귀를 호강시켰다. 건장한 청년들의 칼군무는 왠만한 아이돌그룹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완벽함을 뽐냈다. 이에 더해 독특하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 조명은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극의 중간중간 섬세한 연출도 돋보였다. 연기자들은 공연을 하며 자연스럽게 무대를 설치하고 철수했다. 무대 설치와 철수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공백도 허용치 않겠다는 배려가 엿보인다. 극의 전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도 마련해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날씬한 남자 연기자와 뚱뚱한 여자 연기자는 엉터리 마술쇼와 립싱크 공연 등을 통해 극의 활력소가 됐다. 이들의 우스꽝스런 광대 연기에 객석에서는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묘기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연기자들은 밧줄에 매달려 공중을 날아다니고 호흡을 맞춰 서로를 넘어다니며 유려한 움직임으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이들은 인간의 신체가 보여줄 수 있는 유연함과 우아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연기자들이 지상과 공중을 자유롭게 오가며 예술적인 몸짓을 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연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하늘의 김연아, 손연재를 보는 듯했다. 아니 선수들보다 더 완벽한 무대를 바레카이 공연에서 볼 수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 러시안 스윙(Russian Swing)에서 관객들의 감동은 최대치에 이른다. 강렬한 붉은색 의상을 입은 연기자 10여명은 2대의 러시아 그네를 이용해 화려한 고공쇼를 선보였다. 사방팔방 하늘을 날아다니는 연기자들은 마치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함으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시원시원한 몸짓으로 연기를 마무리할 때 가슴이 후련해졌음은 물론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고공쇼는 화려한 조명과 무대, 음악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바레카이는 2시간 동안 숨가뿐 감동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숲의 요정들과 함께 한 환상적인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단언컨대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뮤지컬을 뛰어 넘는 감동이다.

이번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올 가을 태양의 서커스가 다시 한 번 밴쿠버를 찾을 예정이다. 10월 29일 선보일 쇼는 쿠자(Kooza)다. 입장권은 6월 5일부터 구입할 수 있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 중인 태양의 서커스 연기자들>

<▲무대 뒤 연습에 한창인 여성 연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 <138>
리치먼드시는 이번 주 금요일부터 주말동안 박물관, 사적지, 아트 갤러리 등 42개 공공장소를 무료로 개방한다. 버나비시는 길거리에서 신나게 즐기는 ‘햇츠 오프 데이’를 개최해 모두가...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7>
연한 초록색으로 물들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여름이 시작되기 시작한 이 즈음의 하늘과 나무 그리고 바람을 즐기기에는 야외 축제와 파머스 마켓이 딱이다. 밴쿠버에서 즐기는...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6>
이번 빅토리아데이 연휴는 파란 하늘과 초록빛 나무, 아름답게 핀 꽃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오랜만에 맑게 갠 날씨따라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5>
해마다 5월 둘째주 일요일은 마더스데이다.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봉사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기억하는 날. 365일 내내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일년 중 딱...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4>
5월 첫 번째 주말, 어디로 갈까? 날씨만 좋다면 산과 바다 어디라도 좋겠지만 요즘 밴쿠버는 손에서 우산을 놓을 수 없는 날씨다. 그래도 주말에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우산대신...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3>
활기와 생기가 넘쳐나는 놀이공원과 서머 나이트 마켓이 개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소소한 추억 만들기를 원한다면 비누 공예, 요거트 만들기 등을 통해 나만의 특별한 놀거리를 계획할...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2>
한동안 밝은 햇살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야속한 요즘이다. 회색빛 하늘 사이로 간간이 비춰지는 햇살은 따뜻하고 눈이 부신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화려한...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1>
봄이 왔다. 거리 곳곳에는 개나리, 진달래 등 각종 봄꽃이 피었고 흐드러진 벚꽃도 자태를 뽐낸다. 날씨만 좋다면 하루종일 야외활동을 해도 지치지 않을만큼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130>
부활절은 해마다 다른 날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지난 후 보름달이 뜬 그 다음 일요일이 바로 부활절이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대부분 3월 말과 4월 초이며 부활절 전의...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 <129>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봄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이 정도 날씨라면 야외 활동을 하기에 충분하다. 만약 비가 온다면 캐나다 3대 자동차 박람회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 <128>
자연은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봄을 선물하려는 걸까?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지낸 탓에 올 봄은 다른 해에 비해 더 화창하고 반짝거릴 거라고 기대해본다. 2주간의 봄방학 중...
이번 주 볼거리 & 놀거리 <127> 이제 곧 2주간의 봄방학이 시작된다. 그러나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날씨가 따라 주지 않는다.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날씨 탓에...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6>
이번 주말은 2월의 '쇼트 베케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자주 눈보라가 치고, 차들이 밀리고, 마음이 무거워져도 다시 찾아온 '평일 낀 휴일'을 "신이 준 휴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확실히...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5>
"이틀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다면~"그라우스마운틴 24시간 오픈 이벤트그라우스마운틴 24시간 오픈 이벤트가 2월 11일 열린다. 11일부터 12일까지 쉬지 않고 스키, 스노우보드 등을 즐길 수...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4>
2017년의 문을 연지 엊그제 같은데, 1월도 벌써 월말로 넘어간다. 세월의 흐름에 둔감해질만큼 지나가는 삶의 궤적이 빠르다. 그래서 이번주 볼거리&놀거리는 시간과 특별한 날에 대한...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3>
유명 맛집 투어로 식도락 재미를..284개 식당서 20~40달러 코스요리 내놔<사진=flickr/Elaine Tseng(CC)>밴쿠버의 긴 겨울도 어느듯 절정을 치닫고 있다. 추운 날씨와 낮은 바깥기온 탓에 몸이...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2> 새해 벽두부터 매서운 한파가 찾아와 몸을 움츠리게 한다. 4일 메트로밴쿠버 일부지역에선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등 밴쿠버 답지 않은...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1>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맘때 밴조선 독자들께서 가장 많이 묻는 것은 "어떻게 하면 연말을 잘 보낼까?"하는 질문이다. 이 어려운 문제를 놓고 편집부에서 십시일반 머리를 맞대보니...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20>
크리스마스 시즌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트로밴쿠버 일대 주택가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짧은 해가 지고 어느새 밤이 되면 집 주변에 전구가 켜지면서 빛의...
이번주 볼거리&놀거리<119>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다. 2016년 다이어리 제일 앞면에 적어놓았던 '올해 소망'을 우리는 얼마나 이루며 살았을까. 설혹 다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간절히 소망하며 살았다면 결코...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