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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볼거리&놀거리9]다운타운의 속살을 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6-19 10:52

다운타운 웨스트조지아(W. Geogia St), 남쪽으로 몇 블록 떨어져 있는 랍슨(Robson St.)이 쇼핑과 유흥의 거리라면, 이곳의 인상은 “넥타이 부대가 점령한 빌딩숲”으로 요약될 수 있다.
길 양쪽에 서 있는 건물들의 높이가 얼추 비슷한 탓인지, 종종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웨스트조지아. 하지만 이 거대 도로의 끝은 서울 뿐 아니라 세계 다른 대도시와도 확실히 구분되는 “자랑거리”와 맞닿아 있다. 스탠리파크가 바로 그것이다. 




                                                                                          사진=Wendy Cutler/flicker(cc)


웨스트조지아 선상 신호등 앞에 멈춰있던 차량이 스탠리파크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과장스럽게 말하자면, 시공 감각이 살짝 무뎌지는 느낌이다. 도시의 얼굴이 빌딩이 아닌 숲으로 곧장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숲에서 우리는 1000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개발의 역사 속에서도 이렇다 할 흉터 하나 입지 않은, 혹은 그렇게 보이는 문자 그대로의 “원시림”. 사람들은 이곳에 아파트를, 호텔을, 아니면 공장을 세우는 것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숲은 공원이 되었고, 숲의 사람들에 의해 정성껏 가꿔졌다. 오늘 소개되는 네 개의 정원 역시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잃어버린 정원을 찾아서”
락 가든(Rock Garden)
“락 가든”의 시작은 찬란했다. 1911년, 밴쿠버 최초의 공공 정원으로 선보였던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적이 없었다, 적어도 처음 50년 동안은. 하지만 이후 정원은 서서히 잊혀졌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는 숲의 일부가 되어 사라졌다. 

잃어버린, 잊혀진, 혹은 방치된 정원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6년의 일이다. 강한 폭풍 앞에 스탠리파크의 나무 일부가 쓰러지면서, 정원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부터 5년 후 정원은 세간의 관심 속에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됐고, 그 2년 후인 2013년 밴쿠버의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게 된다. 사라졌지만 바위처럼 단단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락 가든. 이 정원을 만든 사람은 1908년 자신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존 몽고메리(Montgomery)씨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로즈 가든(Rose Garden)
사계절 내내 피는 꽃은 없겠지만 이 정원은“로즈 가든”, 그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 로즈 가든은 1920년 키와니스 클럽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이후 북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히게 된다. 이는 미(美) 야생화 협회가 인정한 것이다. 

숫자만 보더라도, 로즈 가든의 규모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3500 그루 이상의 장미 나무가 한 곳에 서 있는데, 그 종류는 50 가지가 넘는다. 정원 관계자는 “9월까지도 활짝 핀 장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꽃으로 둘러싸인 마당, 그곳에서 당신은 오래 전 유행가를 흥얼거리게 될 지도 모른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나무가 문학을 말한다”
셰익스피어 가든(Shakespeare Garedn)
로즈 가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영국의 문호를 찬미하는 정원, 셰익스피어 가든이 있다.
밴쿠버의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이 함께 살고 있다. 때문인지 “아, 덥다, 덥네”를 연발하다가도 나무 그늘 아래로 살짝 몸을 숨기면 말 그대로 피서를 즐기게 된다. 그런 밴쿠버의 여름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나무로 꾸며진 셰익스피어 가든에 더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될 지 모른다. 이 나무들 중 몇몇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시원한 그늘 속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곱씹어보고 싶다면, 이 정원을 그냥 스쳐지나가지 말 것.


“절정은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테드 앤 메리 그레이그 진달래 정원
1960년대 후반 스탠리파크는 다양한 종류,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진달래 들여오게 된다. 이 꽃들은 이종교배 연구자로 유명했던 테드 앤 메리 그레이그(Greig)씨가 기증한 것이다.

스탠피 파크 퍼팅 골프 코스 주변엔 약 4500 그루의 진달래 나무가 심어졌고, 결과적으로 공원은 이로 인해 더욱 풍요로워졌다.

이 정원은 5월의 처음 두 주에 그 절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원 관계자는 “3월에서 9월 사이 언제라도 정원을 둘러보라”고 충고한다. 그 시간 때에는 항상 어디에라도 활짝 핀 진달래가 숨어있기 때문에.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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