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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꿈에서 시작했던 퓨처샵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3-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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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이민 사업가의 성공, 퓨처샵

이번에 베스트바이로 통·폐합 발표로 상표가 사라지게 된 퓨처샵은 이란계 사업가 하산 호스로샤히(Khosrowshahi·75·사진)씨가 1981년 밴쿠버로 이민 후, 1년 만인 1982년 버나비에 첫 매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1979년 이란혁명(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호스로샤히씨는 대기업 총수로 이란에서 그대로 승승장구했을지도 모른다. 호스로샤히씨는 1951년 처음 20명 직원으로 미누산업(Minoo Industrial)을 시작해, 1978년 이란을 떠날 무렵에 식품·의약·화장품 전국 판매망을 가진 그룹으로 직원이 6000명이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중동의 자본주의 첨단에서 이슬람 원리주의로 회귀하는 혁명 직전, 사실상 무정부상태로 치달은 이란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공격이 비일비재했다. 종교원리주의에 경도된 노조는 기업주보고 기업을, 그들이 꿈꾸는 신정일치 국가에 바칠 것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 가운데 미누산업 근로자 일부가 업주를 감금한 상태에서 기업을 나라에 바칠 것을 요구했다는 기록이 ‘이란내 노동조합과 독재(Labour unions and Autocracy in Iran)’라는 책에 일화로 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원리주의가 득세하며 친서방 기업 활동·거래는 공공연한 제한대상이 됐다. 결국 호스로샤히씨가 이란을 떠나게 되면서 미누산업은 국유화됐다.

타국을 떠돌다 1981년 캐나다 이민이 결정돼 밴쿠버에 살게된 40대 초반 호스로샤히씨의 ‘엔진’은 모국 이란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인에게 “여기 이 나라, 이 도시에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며 이란에서 이뤘던 압축성장의 신화를 다시 1982년 부터 퓨처샵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민자가 만나는 세 가지 질문에서 익숙한 것 선택

호스로샤히씨는 2013년 BC주 사업가상(償) 중 하나인 비즈니스로리어트상(Business Laureates)을 받았는 데, 이 자리에서 그의 이민 초기의 사업 접근 방식을 소개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이민자는 세 가지 기초적이지만 매우 중대한 질문을 접한다. “언제·어디서·어떻게 일을 시작할 것인가?"라는 자문에, 호스로샤히씨는 “바로 지금·은혜를 입은 여기서·내가 익숙한 분야로” 자답했다. 그는 그룹을 이끌며 접했던 여러 분야 중에 전자제품과 부동산 개발업을 택했다. 

둘 중에서도 초기에 노력을 기울인 분야는 전자제품 판매업, 즉 퓨처샵이었다. 퓨처샵 창업 이유에 대해 호스로샤히씨는 “전자제품 판매업은 성장 중인 분야였고, 주변을 돌아보니 전자제품 판매업의 서비스가 매우 형편없더라”라고 말했다. 소비자로서 불만을 그저 불만 대상이 아니라 서비스로 풀어야할 과제로 본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주변에 나눴다. “모두가 웃어넘기더군요. 괜찮은 도움 없이는 안될 거라 얘기했습니다. 온타리오에 갔을 때는 제 사업 모델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퓨처샵 성공의 신화 

퓨처샵의 사업 형태는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다양한 상표의 컴퓨터·소프트웨어·오디오·비디오를 대형 점포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인기있었고 이를 고스란히 캐나다로 들여 온 것이다. 다만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인구·시장 규모가 작아 일명 ‘빅박스(Big Box)’ 형태의 대형 매장의 성공유무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창업 자본은 미누산업이 이란 국외에 보유하고 있던 재원을 모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지니스 운영은 오랜 지인이자 전문 경영인인 모하메드 자이아박시(Ziabakhsh)씨가 CEO겸 사장으로 퓨처샵을 운영했다. 호스로샤히씨는 이사장 직함을 썼다. 

여기에 최저가 보증제와 적극적인 광고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다. 창업 1년만인 1983년 점포는 3개로 늘었고, 수익은 280만 달러에 도달했다. 1990년대는 전자제품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대교체를 맞이하면서 퓨처샵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예컨대 비디오테이프가 은퇴하고 DVD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각종 게임기나 TV·컴퓨터도 세대 교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993년에는 38개 매장에 연 매출 3억340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을 토대로 1993년 8월에 퓨처샵은 기업공개를 통해 토론토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주식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퓨처샵은 더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기 시작해 상장 당시 주당 11달러25센트였던 주가는, 수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신화 뒤의 그림자도 있는 퓨처샵

1990년대초 전자제품·컴퓨터의 세대교체 주기를 맞아 퓨처샵은 승승장구 했으나 90년대 중반에 결국 시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퓨처샵이 계속 점포 확대를 할 수 있을 만큼 캐나다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았고, 이 가운데 미국 상표가 캐나다 대도시로 진출해 퓨쳐샵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성에서 수성으로 시장에서 입지가 바뀐 것이다.

퓨처샵의 벽을 넘는 전략으로는 수성이 아니라 공성이 채택됐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 경쟁상대들이 온 미국으로 퓨쳐샵은 점포 확대를 시작했다. 1996년 퓨처샵은 미국 북서부에 8개 점포를 새로 내면서 미국 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꽤했다.

1997년 성장을 주도해온 자이아박시CEO·사장에서 물러나고, 호스로샤히씨가 그 자리에 앉아 경영진 교체를 시작했다. 호스로샤히씨는 임직원에게 오랜 시간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그는 단기간에 경영진을 자주 바꾸면서 벽을 넘게해줄 적임자를 찾았다. 캐나다 국내에서 성장 또는 준 독점시장 완성을 위해 컴퓨USA 산하 컴퓨터시티를 인수·합병해 더욱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일련의 미국 공성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캐나다에서는 승승장구했던 퓨처샵이지만, 미국에서는 캐나다와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미국 진출 3년간 8300만달러의 손실 끝에 결국은 미국에서 퓨처샵은 두 손을 들었다. 1999년 “핵심시장 집중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 매장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호스로샤히 CEO는 발표했다. 사실상 미국 공성은 실패하고 캐나다 수성으로 회귀한 것이다. 거의 독점 상태인 캐나다 시장에서 퓨처샵의 입지는 미국보다는 훨씬 견고했다. 그러나 독점시장의 단맛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에서 반격이 시작됐다.

베스트바이가 2001년 캐나다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퓨처샵의 대응은 고소였다. 베스트바이가 퓨처샵의 고위층을 스카웃해 영업 비밀을 가져갔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법의 판단은 퓨처샵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베스트바이와 싸움 대신 합병 선택

2001년 2월 퓨처샵은 컴퓨터시티 점포 폐업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퓨처샵 매장을 2005년까지 120개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한다. 또한 비록 실패했지만, 서점 체인점인 챕터스 인수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베스트바이의 캐나다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해 3월에는 15개월 연속 흑자를 자랑하며 베스트바이의 진출에 대비돼 있다는 홍보를 했다.

2001년 9월 소식은 그래서 놀라웠다. 베스트바이가 퓨처샵을 3억87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퓨처샵의 ‘몸 값’을 올린 호로스샤히 CEO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002년 베스트바이 매장이 캐나다 국내에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베스트바이 캐나다는 퓨처샵과 베스트바이 두 종류의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했다. 두 브랜드가 합병될 것이란 전망은 2002년부터 있었지만, 당시에는 실현되지 않았다. 베스트바이는 매장 중심으로 영업을 고려할 때 두 상표로 영업하는 것이 좀 더 이익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 되면서 상표 차이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가격 비교가 일상이 된 고객은 베스트바이나 퓨처샵 매장을 방문해 제품 실물을 구경한 후, 주문은 인터넷으로 했다. 대형 매장의 중요성은 예전보다 줄었고, 인터넷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베스트바이도 변해야 했다. 올해 1월만 해도 베스트바이캐나다의 전략은 점포 정리 후, 두 브랜드를 유지하는 형태였다. 총 15개 베스트바이와 퓨처샵을 정리하고, 9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지난 1월말 발표했던 베스트바이는 좀 더 여파가 큰 선택을 3월말 감행했다. 갑작스럽게 모든 퓨처샵의 문을 닫고, 정리할 매장과 상표명 변경 후 다시 문 열 매장을 통보한 것이다. 일선 매장의 직원들도 예상못했던 기습작전이었다.
권민수 기자/ms@vanchosun.com


<▲ 이제 미래가 사라진 퓨처샵… 지난 3월 28일 베스트바이 캐나다는 자사 보유의 퓨처샵과 베스트바이 상표의 통·폐합을 결정·발표했다. 사진은 발표 직후 폐점 안내를 붙이고 문 닫은 퓨처샵. 일부 매장은 베스트바이 상표로 바꿔 다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Flickr/ Jamie McCaffrey(C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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