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장애유발하는 무서운 약, 탈리도마이드의 저주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1-28 11:44

[캐나다 이슈]
50여년 전 태어난 피해자 도움 호소... 민사·정부배상 이뤄진 상태지만 재논의

의사들이 잘못된 의약의 무서움을 이야기할 때 예시로 등장하는 약,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캐나다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피해자들이 노령화하면서 캐나다 정부에 대응책을 요구해 과거의 사연이 다시 신문 지상과 TV에 나오고 있다. 탈리도마이드의 영어 발음은 "셀리더마이드"에 가깝다.


1959년부터 1961년 사이 캐나다 국내 탈리도마이드를 입덧 진정제로 복용한 임신 여성 중 115명이 팔·다리가 없거나 기형 또는 시·청각 장애가 있는 자녀를 낳았다. 캐나다탈리도마이드피해자협회(Thalidomide Victims Association of Canada)는 캐나다 국내 약 95명의 장애 피해자가 생존해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협회는 "제대로된 피해자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없다"고 전제하고 있다.

60~62년생인 피해자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척추와 관절에 통증이 오고 있다며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협회는 글로브앤메일지특별보도와 CTV인터뷰를 통해 캐나다인들에게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머세디스 베네비(Benegbi·사진) 회장은 CTV에 출연해 "현재 피해자들은 관절과 척추에 고통을 늘 겪고 있는데, 고통의 단위를 최대 10으로 잡았을 때 9"라고 밝혔다.


<▲'입덧 멈추는 약'으로 소개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팔이 태중에서 자라나지 않은 채 태어난 아이들. 자료원=Univ. of Bristol >



◇ 캐나다 당국, 부작용 모르고 판매허가

1954년 서독의 제약사 케미그뤼넨탈(Chemie Grünenthal)은 탈리도마이드를 최초로 합성·판매했다. 해당사는 탈리도마이드를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Wonderful drug)'이라며 진통제·수면유도제 등으로도 포장했다. 각국마다 판매사를 달리두고 다른 상표를 썼는데 캐나다에서는  '탈리몰'(Talimol) 또는 '케바돈(Kevadon)'이라는 이름으로 시판됐다. 한국 내에서는 공식 시판되지 않았다.

캐나다 국내에서 시판된 탈리도마이드 약병. 자료원=탈리도마이드피해자協

캐나다 국내에 탈리도마이드가 들어온 시점은 1959년 말부터다. 처음에는 샘플로 사용됐고, 1961년 4월부터는 판매허가를 받아, 처방전에 따른 약품으로 공급됐다. 국내 의사들은 아침 입덧(morning sickness)을 호소한 임신 여성에게 처방했다. 그러나 생산국인 서독과 유럽지역에서 기형아 출산 문제가 언론을 통해 61년 말 제기되자, 판매회사는 62년 3월에 캐나다 판매 허가를 자진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리도마이드 수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62년 5월까지도 캐나다 약국에서는 탈리도마이드가 판매됐다. 피해자협회는 캐나다가 가장 마지막까지 이 약을 시판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미국선 발매 막은 캐나다인 영웅 탄생

반면에 미국은 캐나다 태생 공무원이 이 약의 판매를 막아, 가장 피해가 적은 나라가 됐다. 그 공은 약학자·의사 프란스 올드햄 켈시(Kelsey·100)여사에게 있다.

1960년 FDA(미식품의약품국)에 취업한 켈시 여사는 첫 업무로 미국의 탈리도마이드 판매사인 리처드슨머렐사가 제출한 판매허가 자료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판매사가 낸 자료로는 태아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해 추가 연구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캐나다 등 20여개국에서 판매허가를 내준 상태에서 켈시 여사의 결정은 관료주의적 태도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이를 생각해 그 결정을 밀어붙였다. 또한 제조사가 추가 자료를 준비하는 사이, 켈시 여사는 관련 검토를 게을리하지 않고, 영국에서 발표된 탈리도마이드와 기형아 출산 상관관계를 지적한 최신 임상자료를 찾아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켈시 여사는 추가 연구자료를 받고도 허가를 또 한 차례 거부했다.

애가 탄 판매사는 그녀의 상관을 통해 허가 내줄 것을 압박하며, 경고문 삽입 후 판매허가를 재차 요청하나 켈시 여사는 이번에는 독일에서 나온 부작용에 관한 자료를 들어 재차 거부했다.

켈시 여사가 허가를 근 1년이상 내주지 않는 동안, 독일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현지 상표인 콘테르간(Contergan) 스캔들이 터진다. 임신 여성의 기형아 출생 문제가 서독 언론을 장식하자, 리처드슨머렐사는 자발적으로 미국내 판매허가 신청을 취소했다. 캘시 여사의 공은 뉴욕타임스 등이 특종 기사로 다루면서 미 전역에 알려졌다. 결국 1962년 존 F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켈시 여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최우수 연방정부 공직자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공공의료 재난을 예방한 공"이 수상 이유였다. 미국에는 외국서 약을 구해 복용해 문제가 생긴 사례 외에는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피해자가 없다.



<▲ 미국의 캐나다인 영웅, 탈리도마이드 미국내 시판 허가를 거부한 프란스 올드햄 켈시 여사에게 존 F. 케네디 미대통령이 공직자상을 수여하고 치하하고 있다. 자료원=미국의회도서관 >



지금도 FDA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2010년 미국 정부가 정한 공직자상의 예시인 켈시 여사는 캐나다인이다. 켈시 여사는 1914년 BC주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출생해, 현재 빅토리아대학교(UVic)의 전신인 빅토리아칼리지를 졸업하고 맥길대 대학원에서 약학 석·학사과정을 마쳤다. 1942년 맥길대 은사 추천으로 시카고대 약학대에 박사과정 학생겸 연구조교로 가면서 미국행을 택했다.

동 대학원에서 남편 프레먼트 켈시 박사와 결혼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과정 연구로 켈시 여사는 말라리아에 대한 합성치료제를 연구했는데, 이것이 탈리도마이드의 판매허가 자료의 미비한 부분을 찾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연구 중 '합성의약품은 산모의 자궁을 통과하지 못해, 태아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당시 의학계의 잘못된 관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녀는 합성치료제 일부는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FDA에서 근무하게 됐을 때 이 점을 들어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관련 임상 자료도 꼼꼼하게 검토했다.  24일자 글로브앤 메일지에는 50년전 탈리도마이드의 미국 보급을 막은 100세의 켈시 여사가 1면 사진으로 등장했다.

100세인 그녀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50년전 자신의 결정에 대해 "고집을 부렸는데 운이 좋았다"며 자기 영역의 근본적인 규칙에 대해서는 "소신을 지키라"고 충고했다.


◇개별소송 후 합의 , 일회성 보상, 그리고 추가보상 요구

캐나다 국내 탈리도마이드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는 사실상 이번이 세 번째다. 첫번째 보상요구는 개인대 제조사·판매사간의 소송이다.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초 사이 소송이 청구돼 모두 법정 외 합의로 처리됐다.

협회는 "합의 조건으로 보상금 비공개 조건이 달렸는데,  이 결과 같은 수준의 장애더라도 개인별로 보상금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상금은 대부분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의 부모가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데 소모됐다.

이어 두 번째 보상요구는 1987년 전쟁상이자협회(War Amputation of Canada)가 탈리도마이드 특별팀을 구성해 피해자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면서 나왔다. 탈레도마이드 발매허용 및 판매면허 취소에도 불구하고 약을 방치한데 대한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물은 단체 움직임이었다.  협회에 따르면 "당시 보건부는 캐나다 태생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에게 특별지원계획을 발표했으나, 한 차례 지급된 최대 1인당 8만2000달러 특별지원금은 장애 관련 비용으로 오래전에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들은 제조사·판매사와 합의, 정부의 특별보조금 지급으로 받을 것은 다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 의회는 협회의 요청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어찌됐건 국민의 요구이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제기한'국민의 고통'을 무시할 수 있는 정당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 협회요구는 긴급지원금 25만달러에 매년 7만5000달러에서 15만달러 지원이다.

참고로 기형을 유발하는 약 탈리도마이드는 지금도 사용 중이다. 단 과거처럼 임신여성에게 쓰이지 않고 한센병 합병증 치료 및 다발성 골수종양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투여한다. 가임여성이나 또는 임신 계획이 있는 가정의 남성에게는 처방되지 않는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봄의 정점이 다가오는 요즘, 따뜻한 날씨와 산뜻한 바람이 봄을 반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선사해 줄, 광역 밴쿠버와 프레이저 밸리 지역에서 열리는 꽃 축제를...
맛과 눈 모두 사로잡은 밴쿠버 디저트 맛집 5곳
“후식 배는 따로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저트는 식사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특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유니크함을 뽐내는 디저트들은 단순히 만족감을 넘어 새로운...
몰랐던 연인의 매력 찾을 수 있는 이색 데이트 코스 5선
공예 체험, 공방 페인팅 등 실내 코스 인기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적인 데이트를 벗어나 새로운 활동을 즐길 때면 오래된 커플이나 부부라 하더라도 설레는 감정이 다시 샘솟기 마련이다. 연인 혹은 배우자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3월부터 준비하는 여름 캠핑··· 미리 알아보고 예약하자!
자연 만끽하고 여러 액티비티 즐길 수 있는 캠핑장 추천
봄 내음이 맡아지면서 캠핑 시즌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일에 치이며 살아가다 보면 종종 힐링이 필요한 때가 오기 마련인데… 낮엔 ‘물멍',...
왜 매년 3월 17일엔 초록색 옷 입고 맥주 마실까?
세인트 패트릭 데이의 역사와 즐길만한 밴쿠버 행사 총정리
도시가 초록색으로 물드는 ‘세인트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 매년 3월 17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초록 옷을 입고 맥주를 마시는 날로만 알려져 있지만,...
[비즈니스 탐방]
‘티오더’ 캐나다 진출 반년만에 눈부신 성장··· LA 진출도 눈앞
태블릿으로 간편히 주문받고, 성공 창업에 필요한 빅데이터 제공
▲티오더 캐나다의 염홍철(왼쪽부터), 전용준 대표 업주와 고객 모두가 윈윈하는 태블릿 주문 플랫폼인 티오더(t’orde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 태블릿 주문 플랫폼 시장의...
트라이시티 식당 70여 곳 참여
저렴한 코스 요리와 여러 프로모션 제공
코퀴틀람·포트코퀴틀람·포트무디 등 3개 도시가 포함된 ‘트라이시티’의 미식 행사 ‘테이스트 오브 더 트라이시티(Taste of the Tri-Cities)가 지난주부터 시작돼 지역 주민들의 많은...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도, 운전자 다수 “헷갈려”
이미 진입한 차량에 양보··· 올바른 깜빡이 켜야
▲사진출처= ICBC 운전자라면 한 번쯤은 회전교차로(roundabout)에서 어떻게 주행을 해야 하나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전교차로에는 신호등이나 멈춤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생일 맞은 고객 위한 특별하고 다양한 혜택
1년 중 단 하루뿐인 생일. 이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밴쿠버에서도 여러 음식점과 카페, 뷰티 및 의류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생일을 조금이라도 더...
개업 50년은 기본··· 밴쿠버 역사의 흔적 담은 유서 깊은 곳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의 물살을 따라 많은 새로운 식당들이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사를 접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
유명 식당 코스 요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
내달 4일까지 열려··· 빠른 예약 필요한 식당 8곳 소개
광역 밴쿠버 지역 유명 식당의 코스 요리를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다인아웃 밴쿠버(Dine Out Vancouver)가 오는 17일(수)부터 2월 4일까지 19일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로 22회째를...
[비즈니스탐방]
30대 건축가 박밀 대표가 이끄는 ‘팀 이든 프로젝트’
15년 현장 경험에 트렌드 읽는 젊은 감각 더해져
주택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믿을만한 업체를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15년 이상의 경력과 더불어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감각까지 갖춘 박밀 대표의 팀 이든...
겨울 스포츠 강국에서의 짜릿한 겨울나기!
밴쿠버 근교서 즐기는 이색 스포츠 4종목
캐나다는 매년 세계 곳곳에서 스포츠 마니아들이 모이는 겨울 스포츠의 왕국이다.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뻗은 새하얀 휘슬러 산자락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거나, 롭슨...
겨울의 향기가 코끝에서 맴돌고 있는 밴쿠버는 매년 다채로운 연말 축제가 가득한 도시로, 크리스마스 시즌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말의 설레고...
밴쿠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맥주·사케·위스키
밴쿠버에는 깨끗한 물과 신선한 캐나다산 재료를 활용하여 맥주부터 위스키까지 다양한 주류를 빚는 양조장이 다수 존재한다. 이 중 몇몇 장소에서는 직접 양조한 술을 시음하거나 주문,...
흔히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층 사이에서 마라탕, 탕후루 등의 음식들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에 생활하면서 한국의 트렌드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비즈니스 탐방]
‘코퀴틀람 글로리아 한의원’ 스본스도 전문 진료
신경계·근골격계 질환 특화··· 각광 받는 이유는?
병원 치료나 약물 치료로 쉽게 호전되지 않는 질환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알레르기, 두통과 같은 신경계통 질환이나 디스크 등 근골격계...
10월부터 중간고사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답답한 도서관에서 벗어나,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열 주입해 면역력 키우는 ‘주열치료’로 문의 폭발
침·마사지 치료와 병행··· 통증 완화 효과 더욱 커
▲숲 한의원의 주열 치료 모습 “암세포가 저체온 상태에서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는 것처럼, 체온이 낮으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주열치료를 통해 체온을...
깊어가는 가을··· 펌킨 패치, 할로윈 등 행사 라인업 화려해
밴쿠버의 가을이 깊어 지면서 비가 촉촉이 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지만, 날씨가 선선해 여전히 나들이를 가기 좋은 요즘이다. 이달 말 다가오는 할로윈 행사를 비롯해, 밴쿠버 근교에서...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