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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보다 의리를 중히 여긴 정인홍 형장에 담담하게 나아가다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6-26 12:58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14)
정인홍의 태도도 그의 스승 남명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나, 임란이라는 국난을 만나 모른척하고 비겁하게 도망하지 않고 자원하여 의병대장으로 맹활약하고 그후에 열번이 넘는 벼슬이 제수되나, 고사한 이유도 바로 이런 연유이다.그래서 당시 조정이 당쟁으로 개판으로 다시 돌아가자 다 때려치우고 합천으로 낙향하여 그 역시 처사를 자임한 것이라면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영창대군 과 인목대비로 인한 정쟁에서 영창대군을 죽이는 문제는 반대하고 인목대비 폐모론에 동조함으로 그의 제자 동계 정온이 사제지간의 정을 단절하여 대북에서 나와 중북(中北)으로 돌아서지만  이것도 그의 평생 신조인 의리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즉  선조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으니 선조의 피붙이인 영창의 생명을 지킨 것이요, 광해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북의 당론인 폐모론에 낙점한 것일 뿐이다.

사실 인목대비란 여자는 새파란 나이에 선조의 말년에 계비로 들어가 영창을 나음으로서 광해의 왕권에 심각한 위협적 존재로 등장했으니 곱게 보일리 없는 서인들의 대항마일 뿐인데도 TV 사극에서 미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광해는 전후 서민경제정책과 망해가는 명나라와는 현상유지하고 청나라와 화친하는 실리외교에 나선 군주이니 부왕 선조보다 훨씬 영명한 임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선조의 서출 능양군(인조)이 서인들을 업고 쿠데타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정묘 병자호란은 충분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차라리 인조는 막말로 '깜'도 안되는 위인으로 차라리 임금이 되지 말았어야 좋았다.

그래서 구한말의 올곧은 선비 단재 신채호는 조선조의 가장 머저리 임금으로 선조, 인조, 그리고 고종을 들었으니 일리가 있는 얘기다. 능양군은 잠시 광해가 방비를 소홀히한 틈을 타 쿠데타에 성공하긴 한다.그는 즉시 서인들이 영창대군 역모사건으로 일어난 계축옥사로 엄청나게 죽어나간  원수를 갚기 위해 제 1 호 혁명 사업으로   합천에 은퇴하고 있는 정인홍을 체포하여 함거에 실어 서울로 압송한다. 그는 일국의 재상을 지낸 선대왕 선조의 원로대신,이미 88세의 호호 백발노인이라 사약은 몰라도 관례로 금지한 참수형을 감행하는 만행을 저지렀으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그는 서울에서 참수되기전 최후의 심정을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피력한다.


" 내 열다섯의 나이에 스승 남명에게서 학문을 배워 군신부자(君臣父子)의 큰 의리가 무엇인지 알았다. 아! 슬프다 초야에 물러나 있은지 어언 20여년, 어지러운 세상일을 듣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90세의 모진 목숨 아직도 죽지않고 살아서 마침내 폐모의 죄명을 얻어 이제 한번 죽음에 돌아보니 서운한 건 없으나, 장차 지하에서 무슨 면목으로 선왕(선조)를 뵙겠는가! 그것이 두려울 따름이다.

그가 참수직전 남긴 최후의 진술은 참으로 비장하다.그후 만고역적 정인홍, 광해실정의 원흉으로 대접받다가 순종때 이르러서야 복권되었다 했던가. 정인홍이 처형되자 그의  문도들은 비분강개하여 조정에 나가 벼슬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며 이로 인해 합천을 위시한 서부경남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이 끊어졌고, 합천사람들은 그들의 전쟁영웅 정인홍의 초상화를 그려 봉안하고 매년 제향을 드렸다.하지만 그의 비극은 무신란이 갓 평정된 직후 또 계속된다.

합천에 살던 그의 손자가 겹눈동자 즉 중동(重瞳:동공이 이중으로 된 눈을 말하는데 자고로 이 눈을 가지면 제왕이 된다함, 초패왕 항우와 유방이 바로 이런 눈을 가졌다고 사마천의 사기에 전한다.)을 가졌다는 사실이 보고되자 영조는 즉시 사형을 명령했으니, 웃지못할 정인홍 공포증이라 할만하다.

 정인홍은  그의 스승 남명 조식과 함께  합천땅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서부경남 일대에서 추앙을 한몸에 받는 우리 선조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안의도 남명 조식과 래암 정인홍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남명과 북상의 갈천 임훈 선생이 서로 존경하는 친구지간이며 학문적 동반자로 수시로 왕래하며 안의의 화림동(당시는 옥산동으로 부름)의 경치에 반해 틈만 나면  방문했고, 래암은 수동의 효리에 장가들어 살다간 사람이며, 황석산성 전투를 배후에서 지휘한 의병장일 뿐만아니라, 황석산 전투에 참가하여 순국한 분들이 모두 그와 함께 동문수학한  남명의 제자들이다.

또한 자원하여 올라간 사람들은 모두 남명과 래암을 하늘같이 존경했기에 죽음으로서 왜적과 싸운 것임을 우린 한시라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그런 각도에서 무신란을 조명하면 정희량이 보이고 조성좌도 보인다. 바로 이들이 우리 서부경남의 독특한 정서를 온양시킨 정의의 화신들이기 때문이다. 


<▲황석산성 아래 있는 가파른 절벽의 "피바위" 정유재란시 성이 함락되자 의병들과 부녀자들 모두 이 피바위에 몸을 던져 순국하였다. 지금도 그 혈흔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사실 나 자신도 정인홍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왠고하니, 서울 출신의 그 유명한 역사 소설가 월탄 박종화가 65년 출간한 대하 소설 "자고 가는 저구름아"를 68년경 서울에 올라와 읽었으니...소설엔 영창이 불쌍하게 죽고 인목대비가 서궁에 유폐되어 설움받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정인홍은 고집불통의 영감쟁이로 툭하면 합천에서 상경하여 배나라 감나라 간섭하는 나쁜 새끼로 그려져 있어 무슨 이런 영감탱이가 다 있나하는 잘못된 '정인홍관'을 가지고 있었슴을 이 자리를 빌어 솔직히 고백한다.

오죽하면 신숙주의 후예로 무신란에 연루된 그의 중시조들이 청주에서 무참하게 죽었고(신천영은 청주성을 함락한 행동대장), 그 바람에 벼슬 길이 끊긴 집안 출신인 단재 신채호는 한민족의 5천년 역사상 3걸(傑)로, 을지문덕, 이순신, 그 다음으로 정인홍을 들었다. 그는 함석헌과 함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식민사관이 아닌 주체적 사관으로  우리 역사를 재해석한 민족사학의 선구자라 힐 수 있는 사상가이다.

그래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는 '꼬이는 역사', '직선이 아닌 곡선의 역사'라 아니할 수 없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존의 실록이라는 공식역사기록이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되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재인식해야하는 소이가 또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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