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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의 외로운 죽음 - 정봉석/ 송산서당 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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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2-00-00 00:00

정봉석/ 송산서당 강주

80대 노인의 외로운 죽음

지난 주 밴쿠버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프린스 루퍼트의 한 노인의 죽음은 충격적이기에 앞서 엽기적이요, 외설적이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실감 됨직한 소도시에서 9개월씩이나 방치된 그의 시신을 이웃이나 친척이 아닌 좀도둑 두 명이 발견하고 혼비백산 했었다고 하나, 따지고 보면 온 세상이 기절초풍할 일이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으로 보아 살붙이나 일가친척도 이태리나, 온타리오 주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천애 고아의 외로운 죽음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떤 의미에서 2001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밤에 찾아 든 두 불청객이야말로 지난 1년간 그의 집을 찾아 든 유일한 손님이었을 것이다.

아마 노인의 원혼은 두 젊은이에게 '나를 찾아와 참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두 범인의 범행이 일 순간에 선행으로 둔갑되어 당국도 그들의 죄를 묻지 않기로 하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처절하게 외로운 죽음은 서양문화에 대한 고발일 수도 있다. 서양은 가족의 의미가 일대(一代)의 내리 사랑일 뿐이다. 흔히 북미 사회는 아이들의 천당이요, 중년들의 도박판이며, 노인들의 무덤판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식들 1세대만 사랑하면 끝이다.

자기 직속의 세대가 장성하여 결혼하여 부부가 되면 부모, 형제, 자매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조금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동물적 가족형태라고도 할 만하다. 동물세계에도 가족이 성립은 한다. 단 새끼들이 자라면 가족이 해체되어 완전히 남남이 되니까 그렇다.

현재의 한국도 산업화에 따라 완전한 핵가족 제도적인 서양식 인습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민세대도 마찬가지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3세대가 한 지붕아래 사는 집이 거의 였고, 때로는 4대가 함께 살아 사대동당(四代同堂), 5대가 함께 살아 오대동당(五代同堂)이라고 하는 집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대가족제도야말로 일종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닐까?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것만이 사회보장제도는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네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축복이다. 이러한 동양의 핵심 사상이 바로 효(孝)사상이다. 서양에서 흔히 말하는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서양의 사랑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이라면 동양의 사랑인 효는 상호적이며 자발적이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잘해주는 것이 효는 아니다. 효경에도 분명히 "부모가 자애하고 자식은 효도한다(父慈子孝)"라고 되어 있다. 좀더 쉽게 말하면 부모는 두 사람의 좋은 친구에 비견될 수 있다. 이들이 그대를 한 20년 잘 돌보아 주었는데 이제 그분들이 늙어 운신이 힘들 정도가 되었으니 그대는 그 동안 진 신세를 갚는 것이 바로 효라는 사랑인 것이다. 만약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사랑은 효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효의 사회적 확충이 바로 충(忠)이다. 이 세상 사람들이 효 사상을 제대로 가진다면 이웃에 대해서, 지역사회에 대해서, 나아가 국가사회, 세계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야 없는 것이다. 충효사상은 구시대의 골동품이나 봉건주의 사상의 잔재가 아니라 인간사회에 인정이 넘쳐흐르고 사람이 사람답게 모듬 살이 할 수 있는 대동사상의 핵심이자 요체인 것이다. 이제 새해에는 나 자신부터도 이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 이웃의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토론토에 계신 어머님에게도 자주 안부 전화를 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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