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린 교수 / UBC 아시아학과 교수 |
'국제화 의식'의 현주소
두 달 전의 일이다. UBC의 한국학 연구소 주최로 소규모 '국제' 학술회의가 있었다
한국의 모 대학에서 세 명의 학자가 참가하고, 인근의 빅토리아 대학에서도 참가자가 있었으니 '국제'는 '국제'였다. 필자도 논문 발표를 하기는 하였는데, 처음부터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회의였다. UBC의 주최였으므로, 참가자의 여행을 포함한 일체의 경비는 물론 UBC가 부담했다. 문제는 한국측 참가자들의 요구에 있었다.
그들 대학에서는 매년 100명씩 (첫 해인 올 해는 50명) 의 학생을 일년간 UBC에 보내기로 되어있는데, 사실은 그를 기념하여 개최한 학술회의였다. 학술회의의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브레이크가 걸려왔다. UBC를 대표하여 논문 발표를 하고자 하는 학자들을 보니까, '국제적'이지 않다는 항의였다. 세 사람의 발표 예정자중 필자를 포함해 둘은 '한국 사람'인데 , 이들을 '서양 사람'으로 바꿀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결국은 발표자 한 사람은 사퇴를 하고, 대신 '서양 사람'이 들어왔다
물론, 사퇴한 그 '한국 사람'은 캐나다 국민이다. '하얀 피부'라야 '국제적'임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인종 평등은 북미 사회의 생명줄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종차별, 인종편견은 북미 사회의 파괴자이다. 인종차별이 이 땅에서 용납된다고 생각해 보라. 소수 중의 소수인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은 이 땅을 떠나야 한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모여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며 번영을 구가하는 이 사회는 인류 역사의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이다. 그런데, 가끔은 '인종 차별적'인 잔재가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음을 본다. '국제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서양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서양적'이라는 것을 '하얀 피부'의 문화로 동일시하고 올려다보는 태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잔인할 정도의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노동자들이 겪는 수모와 고통에 대한 기사가 끝이지 않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국제화' 수준은 이들이 겪는 고통에 반비례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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