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제36회 밴쿠버 국제영화제 상영작 ‘옥자’의 봉준호 감독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9-29 16:49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내 영화의 원동력

이야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만드는 일이 좋아 자연스럽게 영화의 길에 접어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영화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기회를 갖지는 못한다

예산에 막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사회분위기가 가로막아서..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꿈꾸던 스토리를 그저 머리속에 간직한 채 세월과 대면하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너무도 많기에 차기작마다 세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감히 행운아라고 말할 수 있다

특별한 재능을 무기로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외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을 만나보자. 긴 시간은 아닌 전화 인터뷰였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진 봉감독의 목소리는 초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영화와 더불어 삶에 대한 소소한 얘기까지 나누고 싶은 그런 음성이었다.  

Q. 이번 밴쿠버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옥자 상영으로 밴쿠버 방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밴쿠버는 원래 옥자 후반부를 촬영했던 곳이라 가능한 가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일정과 여러 사정이 생겨 결국 취소하게 됐다. 함께 고생했던 스테프도 만나고 밴쿠버 영화제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대신 30일 관객들과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대화 시간을 갖는다. 토론토 영화제도 참석할 시간이 나지 않아 관객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가졌었다. 조만간 기회가 또 생길 것으로 믿는다.   

Q. 많은 화제작이 있어서 그런지 상영되는 작품마다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인상을 준다.

특별히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영화를 만드는 기본방식이나 소재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이 점차 좁혀지고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느끼고 있다. 이번 옥자 같은 경우,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소재였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대했던 동물에 대한 시각과 의식을 달리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 내에서 상영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동물단체 카라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고 용기를 갖도록 동참해 줬다.

Q. 옥자는 어떤 영화인가

동물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옥자는 동물이지만 사람과 같이 살고 우정을 나누며 유대관계를 갖는다. 영화를 촬영하다 자연스럽게 채식에 가까워졌지만 그렇다고 육식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으로 거대 산업화되는 잔인한 현실에서 받게 되는 동물들의 고통에 대해 누군가는 한번쯤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렇게 시작된 영화다소재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생각했었고 시나리오는 2015년 완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도 배경이 뉴욕, 서울 등을 오가는 데다 앵글에 담기 불편한 촬영 장면, 마음 먹은 주연배우의 개런티, 주인공 옥자의 CG처리 등 복잡한 부분이 많았었다. 촬영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서인지 보람도 크다.

Q. 촬영 비하인드는 없었나

옥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밴쿠버, 미국 뉴욕 등 여러 장소에서 다발성 촬영을 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의미를 이해한 다국적 스텝들의 적극적 동참으로 한 컷 한 컷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도살장면 등 잔인한 장면에서도 동물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전달하려 애썼다. 동물들도 인간과 같이 피로와 고통을 느끼는 감정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Q. 배급 상황도 다른 때와는 많이 달랐었다.  

제작비가 높아 국내에서는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공동제작을 맡은 업체에서 넷플릭스를 제안받았다감독의 역량을 보장하고 시나리오의 독창성을 인정하는 점 등이 맞아 즐겁게 촬영했으나 배급 형태에 있어 특이한 것은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기반 사이트이기 때문에 극장 상영에 있어 일반 배급사와는 진행 방법이 다르다우여곡절이 많았으나 그래도 최근 넷플릭스 상영작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어 위안을 삼고 있다.

Q. 봉감독 특유의 영화 속 자주 다뤄지는 장면이 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나 더 나아가 본인의 영화세계에 대해 말해달라.

괴물이나 설국열차 등에서 넘어지거나 돌발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보고 일부 팬들이 봉준호 영화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거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인위적인 부분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 듣는 거 같다. 영화는 스토리다.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한 게 많고 관심있는 것도 많다. 아직도 영화를 통해 얘기한 게 얼마 안된다고 느낀다대학 재학(연세대 사회학과) 중에도 전공인 사회학보다는 영화동아리에 빠져 살았다. 물론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사는 이야기에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긴다. 이를 영화의 소재로 세상과 소통하는 직업이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나 선호하는 배우가 있나

많은 작품을 했다지만 감독에게는 하나하나 소중한 작품이라 특별히 고르기 힘들다. 그러나 매 순간 만드는 작품이 그때마다 가장 중요하고 애착을 느끼는 거 같다. 또한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역에 적절한 역할의 배우를 선별하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 송강호씨와는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했는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대단히 존경스런 배우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가치관도 비슷해 평소에도 영화 얘기를 많이 나눈다. 감독으로 그런 배우와 같이 일하는 것은 행운이고 앞으로도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 앞으로의 영화 계획이 궁금하다.

한 작품을 연출할 때 이미 다른 작품 구상을 함께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옥자도 설국열차 촬영 시부터 기획했었다. 현재는 기생충(가제)’이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제목은 기생충이지만 기생충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라 많이 알릴 내용은 없다. 옥자 홍보나 상영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밴쿠버는 영화일로 방문할 기회가 많은 편이라 곧 갈 수 있다. 이 기회에 항상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는 모든 분들과 밴쿠버 교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인간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동물을 대변하는 영화 옥자도 많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가 및 감독으로 자리잡았으며 허를 찌르는 발상과 유머, 인간애, 서스펜스 등이 한 작품에 담긴 새로운 방식으로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201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했으며 2014년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2010년 아시아 태평양 프로듀서 네트워크 아시아 영화인상, 아시안 필름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은 물론 영화 괴물로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휩쓰는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갖고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제36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상영작 옥자의 봉준호 감독>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20년차 현역 트럭커 김유훈씨
한인 트럭커 1세대. 밴쿠버 트럭커 붐의 선봉장. 현역 최고참 트럭커 김유훈씨(73)를 일컫는 수식어다. 그는 1992년 목사 신분으로 밴쿠버에 유학 와 3년, 목회로 5년을 보내고 북미를 오가는...
월넛 그로브 세컨더리 12학년 정지우 학생
랭리 초등학교서 코딩캠프 개최해 큰 호응 얻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코딩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는 코딩의 장점이...
‘Stand With Asians Coalition’ 도리스 마 회장
뿌리 깊은 인종차별, 변화 위해 목소리 내야
지난달 19일 본지는 동양인 반인종차별 단체인 ‘Stand With Asians Coalition’(이하 SWAC)의 설립자 도리스 마(Mah) 회장과 온라인 미팅을 갖고, 팬데믹 이후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동양인...
공관을 ‘열린 공간’으로···작은 소리도 경청할 것
차세대 인재 발굴 강조···美 서부 공관과 협업 기대
송해영 신임 주밴쿠버총영사가 지난달 23일부터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송 신임 총영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0년 그의 비서로서 처음 국회에...
한국 17년 베테랑 간호사, RN으로 새 출발
버나비 종합병원 응급실 2년차 김진숙 간호사
▲한림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 입사해 17년간 간호사로 근속했다. 이후 주임 간호사로 승진해 일하다 2013년 5월 해외 간호사의 꿈을 안고 캐나다로 왔다....
노스로드 BIA 최병하 신임회장 인터뷰
한인타운 성장시켜 지역사회 영향력 키워야
지난 10월 버나비 노스로드 비즈니스 협회(North Road BIA, 이하 노스로드 BIA) 이사회는 최병하 주리스 법률공증사무소 공증사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한인 업주들 목소리, 당국에 직접...
심진택 BC 한인회장 인터뷰
“BC 교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한인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7월 BC 한인회의 제44대 회장으로 선임된 심진택 회장의 포부다.   7월 1일 닻을 올린 제44대 BC 한인회는 지난...
‘프리미엄 소금’ 인산가 죽염, 캐나다 상륙
“소금에 대한 오해, 인산가 죽염이 풀 것”
한국 죽염의 원조인 동시에 최고의 프리미엄 소금인 인산가 죽염을 드디어 밴쿠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빛과 소금’의 최성훈 대표는 인산가 죽염 본사와 공식적으로...
NDP 소속으로 랭리-앨더그로브 지역구 ‘도전장’
“힘든 싸움이지만 한인사회 발전 위해 끝까지 최선”
이번 연방 총선에서 랭리-앨더그로브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장민우(영어명 마이클) NDP 후보를 만났다.   장 후보는 지난 수년에 걸쳐 BC 주정부 다문화 자문위원회 위원과...
한인 최초 연방 하원의원 영광 이어갈까 '촉각'
신 의원, 이민자·소수 계층 권익 향상에 역점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 많아"··· 적극 지원 약속
포트무디-코퀴틀람 선거구의 현역 의원으로 활동한 보수당 넬리 신 의원이 이번 연방 조기 총선에서 두 번째 연임을 노린다. 지난 2019년 한인 최초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지 2년 만이다....
아웃도어 액티비티 매니아 ‘밴쿠버 아재' 이상현 씨
유튜브로 오프로드 여행과 캐나다 대자연 소개
혹자는 캐나다에 대해 “할 것 없고 따분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 캐나다는 모든 곳곳이 그야말로 대자연의 놀이터이다.   올해로 이민 15년 차를 맞이하는...
동화 ‘When Father Comes Home’의 사라 정 작가
어린 시절 실제 겪은 이야기 동화에 담아
한국 기러기 가족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담은 영어 동화가 북미 독자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화의 주인공은 바로 밴쿠버 출신의 사라 정(25) 작가다. 그는 지난해 가을, 본인의...
82세에 국선도 사범 자격증 취득한 정병조 사범
국선도로 건강도 찾고 ‘코로나 블루’도 이겨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인구에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노년층의 활동이 제한되면서 이들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코로나19 상황에 알아둬야 할 BC노동법’
KSW로펌 홍준기 인권 변호사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기업과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노사간 법적 분쟁의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해고를 당했거나 근무 중 확진된...
제25대 BC한인실업인협회 김성수 회장
“한인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BC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겠습니다”지난 1984년 출범한 BC한인협동조합 실업인협회(이하 실협)는 소상공인 1950명이 소속되어 있는 BC주 최대 한인...
어려워진 채용시장, 전문가 도움 활용해야
캐나다의 '유망 직종·구직 전략' 파헤치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래한 언택트 시대가 국내 취업시장에도 찬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틈새시장은 언제나 존재하듯,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문을...
국가대표 출신 승마 강사 한준태 코치
승마 효과·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내보다는 실외 활동이 권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따분한 팬데믹 일상을 견디기 위해 색다른...
밴쿠버 한인기독교회협의회 이흥수 회장
"뉴노멀 시대 맞아 비대면 사역길 열어야"
밴쿠버 한인교회 나아갈 미래 방향성 제시
▲밴쿠버 한인기독교협의회 대표 회장을 맡고 있는 이흥수 목사. 한국 기독교계가 코로나19 재확산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1차적인 비난의 화살이 전 세계 한인 기독교계를 향하고 있다....
14세 권예지양, 전국 아마추어 대회 최연소로 참가해 우승 차지
중학생 한인 골프 유망주가 성인도 참가하는 대회에서 우승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앨버타 체스터미어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에서 막이 내린 앨버타 여자 아마추어...
2020년 RMC 공대 전체수석 졸업생 김지훈 군
1876년에 개교한 캐나다 사관학교(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 RMC)는 캐나다 육·해·공군의 통합 사관학교로써, 캐나다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가 되길 원하는 학생에게는 꿈의 학교다.  ...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