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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의 작곡가, 뮤지컬 영화 주역을 찾습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7-22 13:42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_55 <밤차>의 작곡가 유승엽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작곡가였다. 하지만 이곳 밴쿠버에 정착한 1991년 후부터는 대중 가요를 만드는 일에 인색했다. 대신 오카리나 연주에 심취하며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삶을 즐겼다. 무대 뒤 은둔의 삶에 만족해 왔던 그가 모처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님”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서다. 작곡가 유승엽씨(사진)를 만났다.



지난 20년 간 직무유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라고 시작되는 이은하의 <밤차>에 자동 반응하게 될 것이다. 몸이 저절로 박자를 맞추게 되는 이 노래, <밤차>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유승엽씨다. <제비처럼>이라는 노래 제목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라는 노랫말은 충분히 친숙하다. 이 노래 역시 유승엽씨의 작품이다. 심수봉이 부른 <당신은 누구시길래>, 드라마 <첫사랑>의 주제 음악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등도 그의 히트곡 목록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난 약 20년 간 작곡은 그의 본업처럼 비춰지지 않았다. 그는 새처럼 생긴 관악기 오카리나 연주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다 KBS <불후의 명곡> 출연 후, 1947년생 이 초로의 작곡가는 생각을 달리했다. <불후의 명곡>은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가수 혹은 작곡가의 노래들을 요즘 가수들이 재해석해 다시 부르는 일종의 오마주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 출연 제의를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헌정 프로그램에 초대될 정도로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부터 지난 20년 동안 작곡가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생각까지…. 만약 제게 주어진 재능이 있다면, 또 정열이 남아 있다면 뭔가를 해야 했어요. 그때 떠오른 게 바로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었습니다.”

그와 만해 한용운과의 인연은 길다. 1983년 만해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님의 침묵>(작, 연출 김상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그는 함께였다. 이 뮤지컬에 실린 노래 전부 그가 작곡했다.

“배우들이 노래로 연기한다는 것,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랬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상상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덕수궁 옆 세실 극장이 초연 무대였는데, 3개월 동안 5만여 명이 그곳을 다녀갔으니깐….”

세상에 첫선을 보인 후 13년 동안 잠들어 있던 <님의 침묵>은 1996년 예술의 전당 무대에 다시 올려지게 된다. 관객들의 박수갈채는 여전했지만, 작곡가로서 그는 속상한 기억이 있다. 주연 배우 중 한 명의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노래 솜씨 탓에, 뮤지컬 속 여러 곡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그때 불리지 못한 노래들을 모아 <님의 침묵>을 음악적으로 완성해 보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시(詩), 그 언어를 세계에 소개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가 꿈꾸는 <님의 침묵>은 무대가 아닌 스크린을 향해 있다. <레미제라블>과 같은 뮤지컬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뮤지컬 무대를 찾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류 바람이 뜨겁게 분 지 꽤 오래 됐잖아요. 최근에는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고, 영화 <동주>를 통해 시인 윤동주의 삶이 재조명되기도 했고…. 어찌됐건 이런 상황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영어권에 알리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어요. 그 소개의 도구가 바로 영화라는 거죠.”

영화 <님의 침묵>에서도 뮤지컬이 그러했듯 만해의 일상이 묘사될 것이다. 하지만 민족주의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계획이다.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서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이 뮤지컬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됐지만,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영웅을 세계인은 달리 받아들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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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해와 만해의 철학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민족대표 33인 대부분이 일제의 편에 섰을 때도, 한용운 만큼은 민족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를 썼다. 1925년 백담사에서 잉태된 <님의 침묵>은 이듬해 세상에 선보였다.

“만해가 시를 통해 얘기하려고 했던 님은 누구일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시인에게 있어 님은 그리워하는 모든 것입니다. 그리움의 대상이 마음 속에 품은 여인이라면 그 여인이 자연히 님이 됩니다. 사람 뿐만이 아니에요. 꽃을 그리워한다면 꽃이 님이 된다는 게 바로 만해의 철학입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서양 문화권에도 만해의 이 화두를 던져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님이라는 단어를, 적어도 한용운이 생각하는 님을 영어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그래서 작곡가는 음악이라는 공용어를 영상화하기로 했다.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세계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영화 속 주요 인물은 만해와 그의 옆을 맴도는 소녀가 될 겁니다.이 소녀는 여러 사람으로 모습을 달리하게 될 예정인데, 그 역할이 큽니다. 소녀는 영화 속에서 나방이 되기도 했다가 만해의 감옥 동기가 되기도 했다가, 때로는 만해의 아내 역할도 하게 되지요. 그 과정이 서양인에게는 신비스럽게 다가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양의 스님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나눴을까,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겠어요.”

영화는 아직 구상 단계다. 대본과 음악이라는 골격은 갖춰져 있지만, 배우 캐스팅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투자에 선뜻 나설 사람 역시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버거운 영화 제작 환경, 유승엽씨는 크라우드펀딩(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한국이 아닌 미국이 영화 제작의 출발점이다.

“3분에서 5분 분량의 홍보 영상을 만들 생각이에요. <님의 침묵>이 어떤 영화가 될 지 대중들에게 미리 보여주겠다는 애기죠. 그 영상이 어떤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면 투자금이 모일테고, 이후에는 대형 투자사도 제작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얻는 게 관건이에요.”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 속 만해, 영화 속 소녀가 필요하다. 이것이 유승엽씨가 오디션을 준비하는 이유다.

“노래를 잘 부르고 만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사람,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오디션에 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디션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은 일단 이메일을 통해 간단한 자기 소개서와 데모(Demo)를 보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이후 개별 오디션을 받게 된다.

“저는 작곡가일 뿐 영화의 다른 분이 맡게 될 거에요. 그럼에도 주변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물어보세요. 두렵기는요. 오히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고, 요즘 말로 완전 심쿵인 걸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유승엽씨 이메일 주소 nimsilen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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