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밴쿠버 찾은 이정현 "송강호와 사랑 연기 하고파"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9-25 17:03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인생 최고 연기
영화배우 이정현이 밴쿠버를 찾았다. 최근 주연을 맡은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제34회 밴쿠버국제영화제(VIFF)에 초청되면서 방문한 것.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이정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리고 있다. 성실하게 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이 시대 대한민국 사회의 이면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특히 이정현은 현실에 부딪혀 순수함을 잃고 섬뜩한 광기를 발산하는 수남역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정현은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세상에 복수하는 아내 연기로 특유의 에너지를 스크린 한가득 내뿜는다.

25일 오전 밴쿠버 다운타운 서튼 플레이스(Sutton Place) 호텔에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역, 이정현과 안국진 감독을 만나봤다.


<▲사진 왼쪽부터 이석진 촬영감독, 이정현, 안국진 감독.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우선 밴쿠버에 온 소감은 어떤가?

이정현(이) : 처음 왔는데 도시가 너무 예쁘다. 비오는 날씨를 너무 좋아하는데 비가 와서 더 좋았다. 2년 전 영화 범죄소년으로 토론토에 갔었는데 토론토보다 더 좋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서 너무 좋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 :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1시간 만에 다 읽고 바로 한다고 결정했다. 처음 회사에서 저예산 영화라 거절했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근래 읽어본 각본 중 최고라고 칭찬하면서 추천했다. 최근 한국에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영화가 별로 없는데 이 영화는 여성이 이끄는 영화라 더 좋았다. 처음에는 신인감독이라 걱정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이만큼 썼으면 연출력도 있을 것이라 믿고 결정했다.

실제로 영화 분위기가 박찬욱 감독 작품과 비슷하다.

안국진(안) : 항간에는 박찬욱 감독 조연출 출신이라 그렇다는 얘기도 있는데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다. 아마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라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첫 작품인데 평가가 굉장히 좋다.

안 : 촬영 때부터 정현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평가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 때문에라도 좋은 평가가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너무 좋아서 관객들 감정이입도 되고 시나리오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표현됐다.
이 : 저예산 영화였지만 베테랑 스탭들과 일해서 현장에서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었다.

이정현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는데 감독은 처음부터 이정현을 염두에 뒀나?

안 : 처음부터 1순위가 정현씨였다. 정현씨가 최근 출연한 영화를 보고 많이 놀랐다. 그동안 가수만 한 줄 알았는데 깊이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처음에 거절당해서 다른 배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찰나에 박찬욱 감독님이 정현씨를 추천해줘서 다행이었다.

영화 제목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지은 이유는?

안 : 시나리오를 다 쓰고 제목을 지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린 것은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일에 빠져들고 겪게 되는 것이 비슷해서 패러디하게 됐다. 또 나라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풍자의 느낌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서 순수한 여주인공 수남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이 : 수남은 순수한 아이다. 너무 순수해서 첫 남자랑 결혼하지만 남편이 손가락을 다치면서 나 때문에 다쳤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그 때부터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다.
안 : 오직 남편만을 위해서 살다가 우연히 살인을 하게 된다. 살인도 변화가 있는데 처음에는 미필적 고의였지만 그 다음은 최대한 간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다가 마지막 형사들을 죽일 때 가장 폭력적으로 변한다. 수남이 고생해서 모든 것을 이루지만 결국은 확 돌아버리는 것이다.

엔딩은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이 : 수남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남편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뒤 남편과 함께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다.
안 :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다 다르더라. 엔딩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에 맡기고 싶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한국 개봉 포스터>

이정현이 맡은 기존의 배역들은 대체로 평범하지 않다. 작품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 : 시나리오를 볼 때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역할을 본다. 영화 명량 때도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확실히 각인되는 역할이라 결정했다. 하지만 그런 역할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못해본 역할들이 많다. 로맨틱 영화도 하고 싶다. 액션도 하고 싶다. 귀신 역할만 아니면 다 하고 싶다.

로맨틱 영화를 한다면 상대 배우는 누구와 하고 싶은가?

이 : 송강호 오빠랑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다.(웃음) 유아인씨도 괜찮다. 연상연하 커플하면 재밌겠다. 하정우 오빠도 좋고 박해일 오빠도 좋다. 유아인씨 빼고는 다 친분이 있다.

인간 이정현과 배우 이정현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이 : 많이 다르다. 배역과 비슷하면 큰일난다.(웃음) 평범한 편이다. 취미도 집에서 얌전히 요리하기, 애완동물과 놀기, 책읽기다. 동료들도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며 안 믿는다.
안 :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에 나오는 모습이 정현씨 진짜 성격이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

이 : 앨범은 신중히 내야 할 것 같다. 드라마하고 영화하느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가수 은퇴는 아니다. 항상 준비는 하고 있다. 현재 곡을 모으고 있기는 하다. 진짜 좋은 음악이 아니면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 무도 토토가 덕분에 투어를 많이 했다.
안 : 연기만 했으면 좋겠다. 좋은 연기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 : 배우, 가수 둘 다 좋다. 양쪽 팬이 다르다. 영화팬에 비해서 가수팬은 적극적으로 활동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더 크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아무래도 영화 쪽에 치우치게 될 것 같다. 춤추기도 힘들어지고…

향후 밴쿠버에서 공연할 계획은 없나?

이 : 여기서 불러주시면 그냥 올 수 있다. 불러주시면 공짜로도 올 수 있다. 한인타운 축제가 있어서 불러주시면 또 놀러오고 싶다.

정현씨처럼 배우나 가수를 꿈꾸는 밴쿠버 한인 청소년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 : 정말 마음에 있고 바란다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오디션 몇 번 떨어졌다고 낙심할 수도 있지만 인내심이 중요하다. 나도 연예생활 20년 하고 있는데 항상 불안하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면 이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밴쿠버 교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전해달라.

이 : 추석 즐겁게 보내시고 기회가 되면 10월 1일에 상영하는 저희 영화도 보러 오시면 좋겠다. 힘들면 IPTV도 나왔으니까 많이 봐 주셨으면 한다. 송편 많이 드시고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란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나?

이 : 일요일에 돌아가는데 그동안 밴쿠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핫도그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것도 먹고 한인타운 가서 맛있는 것도 먹을 것이다. 캐나다 구스도 사고 싶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수남 역으로 열연한 이정현.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6_ 건축사 박경래
한인사회에서는 “1.5세”라는 용어가 있다. 태어난 곳은 한국이지만 캐나다에서 학창 생활의 전부 혹은 일부를 보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겐 공통의 기억이 있다. 자신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5_시인 오석중
시(詩)에 연애를 걸기 시작한 건 열여섯살 때였다. 쓰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래서 썼다. “시 한번 참 잘 쓰네”라는 얘길 듣게 되면 기분이 좋아져서 또 쓰게 됐다. 일상의 깨달음이 시어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4 _ 이우석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토피노, 한국과 캐나다의 연결고리”밴쿠버아일랜드가 품은 여러 보석 중에서도 “토피노”는 자연색에 가장 가깝다. 밴쿠버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파도의 높이와 소리를 보고...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3- 고(故)최귀암 장학금 최은선씨
비교를 통해 느껴지는 상대적 우월감 혹은 박탈감은 내겐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오직 나만을 들여다보니 내가 가진 수많은 것들이 축복처럼 다가왔고, 그것을 남과 나누는 기쁨을 알게...
“내 성공의 기쁨은 언제나 잠시 뿐이었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2
낯선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주최 측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 땅의 소수자, 그 중에서도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대회”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 이른바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게...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1-유캔스케이트 유현아
미리 정해버린 마음속 한계선은 세월과 함께 더욱 선명한 색을 띤다. 확실히 이 선(線) 밖으로의 이탈은 가능성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단 그저 무모한 도전 쯤으로 폄하되곤 한다. 나이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0-세번째 영한 시집 <프레이저 강가에서> 출판한 시인 안봉자
옛날엔 그랬다. 좋은 것을 독점하면 뭔가 허전하고 이웃에게 저절로 미안해지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주머니는 늘 비워져 있기 일쑤였지만, 양배추로 만든 김치라도 낯선 땅 밴쿠버에 함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9
캐나다에 학문적 기반을 두지 않은 사람을 이곳의 교수 사회는 그닥 반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설 새 이민자에게 좀처럼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8-음악가 우수현
행복한 사람을 만났다. 타인의 평가 혹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대상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자기 이름 뒤에 따라붙는 직합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7-스티브 한씨
쉽게 달궈지고 또 그만큼 빨리 식어 버리는 양은냄비는 적어도 아닌 듯 보인다. 밴쿠버의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해의 주택 거래 열기는 확실히 “광기”로 읽힐 정도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6-진영란 무궁화 여성회 회장
이민 와서 기뻤던 일을 추억할 때도 혹은 쓰린 경험을 들춰낼 때도 그녀의 웃는 얼굴은 거의 한결 같았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는, 지금 주어진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는 사람만이 가질...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5-냅캐나다 기술 팀장 문두진씨
밴쿠버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땅에서 키워지고 교육받은 1.5세나 2세 역시 높기만 한 취업 문턱 앞에서 한숨을 지을 때가 많다. 좀 더 암울하게 얘기하자면...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4-한국문협 밴쿠버 지부 김해영 회장
한국에서의 삶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의 밧줄을 팽팽하게 쥐고 있을 뿐이지 뒤를 돌아볼 겨를”은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성공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거의 한결같아 보였고,...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3-에버그린카이로프랙틱클리닉 박세환 원장
미지의 세계를 앞에 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믿음직한 가이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려 든다. 운전할 방향을 명확한 어조로 지시하는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낯선 길도 낯설게 다가오지...
서예가 춘강(春江) 서정건의 새해 메시지
그의 하루는 고요하지만 풍족하게 꾸며진다. 아내와의 아침 산책을 거르지 않고, 소박한 식탁에 오를 땅의 선물들을 직접 가꾼다. 고서(古書)를 통해 옛 스승들의 지혜를 더듬는 한편...
"친구가 되려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이 중요", 핫초코로 전하는 따뜻한 손길
"돕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고 친구가 되려는 마음,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매주 토요일이면 밴쿠버 이스트 헤이스팅스가(East Hastings St.)에 젊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2- 오유순 이사장
그녀의 인생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남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종교학자이고, 아들 셋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일찌감치 구축해 놓았다. 첫째는...
10년 경력의 전문 피트니스 트레이너 박진근씨
버나비 메트로타운에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굿라이프 피트니스(Goodlife Fitness)에 건장한 체격의 한인이 눈에 띈다. 굿라이프 피트니스 세일즈 매니저 박진근(35)씨다. 한눈에 봐도 몸이...
망치 잡는 것이 즐거운 완벽주의자, 리노베이션 전문가 노성문씨
지난 9일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인 웨스트밴쿠버의 한 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건장한 한인 청년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1-요리 전문가 우애경
그녀의 삶에서 무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요리 전문가로서 케이터링 사업에도 열심이지만, 그만큼 자원봉사 활동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 한인사회에서“재능 기부자...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