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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사는 기쁨에 대하여” 밴쿠버골프클럽 오성철씨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29 13:45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7
몇몇 이민자들에게 있어 캐나다는 때론 외사랑의 대상이다.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서다. 이처럼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민자가 캐나다와 연애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다시 말해 캐나다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캐나다는 이민자가 주변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늘 경계해 왔다. 캐나다인의 권리 중 하나인 다문화주의 사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양각색의 이민자가 서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가장 흔히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활동 참여다. 이민자는 푸드뱅크에서,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혹은 동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권유받는다. 이는 캐나다와의 소개팅을 제안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서기가 무섭다. 막상 초대에 응한 다음에도 쭈뼛거리며 눈치만 볼 때가 있다. 소개팅 자리에 누군가 동석해 분위기를 유도해 줬으면 좋겠다. 그게 가능하다면 편안하게 캐나다를 알아가고 캐나다에게도 나의 존재를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밴쿠버골프클럽의 오성철씨(사진)가 여기에 언급된 “누군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LPGA, 캐네디언퍼시픽위민스오픈 
“한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오는 8월 17일 코퀴틀람에 위치한 밴쿠버골프클럽에서는 또 한번의 성대한 잔치가 마련된다. 약 3년 전 리디아 고라는 걸출한 골프 스타를 배출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캐나다위민스오픈”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주최 측은 대화 준비로 이미 분주하다. 밴쿠버골프클럽의 회원인 오성철씨도 현재 자신의 시간을 쪼개며 이 일에 매달려 있다. 그는 이번 대회 “인터내셜널커뮤니케이션스커미티”(International Communications Committee)의 의장이기도 하다. 


LPGA 대회 준비를 밴쿠버골프클럽 회원들이 직접 나서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의 골프 회원과 캐나다에서의 골프 회원은 그 개념부터가 무척 다릅니다. 한국에서의 골프 회원은 “골프장 사용권을 가진 사람”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여긴 아니에요. 말 그대로 클럽의 회원으로서, 골프장 코스 관리부터 경영, 혹은 신규 회원을 받아들일지 여부까지 관여하죠. 이번에 LPGA 대회를 치르게 된 것도 회원들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회원 스스로가 클럽의 경영인인 셈이군요.
그렇지요. 회원들로 구성된 클럽 이사회에서 관리인을 고용하고, 그 관리인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감사합니다. 이 일 역시 온전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클럽 회원들의 관계도 돈독할 것 같습니다.
그럼요. 하나의 공동체를 일구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회원 가운데는 105세 된 이바(Eva)라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분 역시 클럽 활동에 적극적이십니다. 여전히 골프 라운딩에도 참여하시고… 그 덕분에 정정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LPGA 준비 얘기를 해보죠. 클럽 회원만으로는 LPGA라는 대형 대회를 치르기가 솔직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300명에서 150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절반 정도가 관심을 보여준 상태입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가요?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일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마샬”직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마샬에게는 골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코스 안에서 주변을 정숙시키는 등의 임무가 주어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이밖에 선수 라이드, 주차 관리, 연습장 볼보이까지 다양한 자원봉사 기회가 있습니다. 



“숙소제공, 낯선 땅 밟은 선수들에겐 큰힘 될 것”


한인사회에 특별히 바라는 부분이 있습니까?
한국·한국계 선수들에게 숙소를 제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LPGA 투어에 나서는 선수 중 상당수가 참가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계 선수들도 마찬가지구요.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값싼 방을 골라 전전하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따뜻한 잠자리 하나가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회 때, 한인 가정에 신세졌던 선수 한 명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바 있습니다. 컷오프가 유력시됐는데 말이죠. 그 선수 역시 당시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식까지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숙소 제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무척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밴쿠버골프클럽이나 LPGA가 남는 장사를 하려 한다, 혹자는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일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하니까 말이죠. 
캐나다내 모든 자원봉사활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행사 수익금, 구체적으로 말해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수익금은 2012년 대회 때와 같이 BC아동병원에 전액 기부될 예정입니다. 당시 기부금은 약 180만달러였습니다. 대회 주관사와의 매칭펀드를 통해 조성된 금액이었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런 예를 보여줬다고 평가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자원봉사로 인한 열매는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 대회만 봐도 그렇습니다. 선수들은 상금을 받아서, BC아동병원은 기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 자원봉사자는 지역사회와 인연을 맺게 돼서 행복할 겁니다. 

그런데 자원봉사 활동을 꺼리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냥 캐나다 사회에 푹 빠져든다, 이런 마음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우리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상대방도 편견 없이 마음을 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영어 실력이 부족해 자원봉사 활동이 어렵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 실력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합니다. 그 마음을 상대에게 여는게 소통이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날 영어실력도 한층 늘어나 있을 겁니다. 제 경우엔 그랬습니다.  

캐나다 사회에 감동받게 된다면 자원봉사활동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캐나다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 친구는 10년 전 이곳에서 암수술을 받게 됐는데, 병원 측의 꾸준한 관리 덕택에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암이 발견됐을 때만 해도 그 친구는 자신이 캐나다의 이민족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국적 자체가 크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친구는 온전한 캐나다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민족을 살리기 위해 정성을 쏟은 캐나다에 감사하면서요. 감사하고 참여하는 것, 이것이 이 사회에 적응하는 한 방법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오성철씨는 “프로암대회나 VIP석 판매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며 이에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자세한 것은 웹사이트(www.cpwomensope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 참가 등 관련 문의 (604)809-1159, daleoh@hotmail.com
문용준 기자 myj@van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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