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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으려면…작은 기업에 가서 미친 듯 연구하라”

이영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21 09:59

노벨물리학賞수상자 나카무라 슈지 교수 인터뷰
[한국]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기업에 들어간 덕분이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그저 그런 샐러리맨이 됐을 것이다.”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UC 샌타바버라 교수가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서울반도체를 방문해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서울반도체는 LED 분야에서 세계 4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그는 10년째 이 회사 기술 고문을 맡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미국에서는 똑똑한 학생일수록 벤처기업에 들어가지만 한국과 일본은 대기업을 선호한다”며“한국이 노벨상수상자를 내려면 똑똑한 학생들이 작은 기업에 들어가서 마음껏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똑똑한 학생들이 작은 기업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혁신적인 연구를 해야 큰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성형주 기자 >


나카무라 교수는 1992년 일본의 니치아(日亞)화학공업이라는 지방의 작은 기업에 근무하면서 청색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성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긴 LED 조명이 나왔고, LED TV도 등장했다. 그는“원래 대기업에 가려고 했지만 개인적 사정이 생겨 지역에 눌러앉았다”고 말했다.

“당시 니치아화학은 연매출 3000만달러(약 300억원)의 작은 기업이었어요. 하지만 창업자가 연구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그런 자유가 없었겠지요.”

나카무라 교수는“노벨상을 받으려면‘미친(crazy)’연구를 해야한다”며“당시 모두 셀렌화아연을 소재로 삼아서 청색 LED를 만들려고 할 때 내가 질화갈륨을 택하자 다들‘미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일본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은 기업 연구자들이 모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출신인 것도 그런 미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대기업이 당장은 더 많은 돈을 주겠지만 작은 기업에 가면 나중에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벌수있다”고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창업자와 임직원들을 보세요. 아직 상장하지 않은 작은 기업에 들어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주식(스톡옵션)을 받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언론도 그런 성공 사례를 많이 소개해야 합니다.”

일본은 나카무라 교수를 포함해 올해까지 19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한 명도 없다. 나카무라 교수는“현대 과학을 한 역사가 일본이 훨씬 길기 때문”이라면서“한국도 과거에 내가 작은 기업에서 한 것처럼 자유로운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10~20년 뒤에는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혁신적인 연구를 하는 수많은 작은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10년 전 삼성이 한창 성장할 때는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관료화되면서 성장이 둔화하지 않았느냐”며“지금처럼 소수의 대기업이 수많은 작은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면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교수가 한국에 대해 잘아는 것은 기술 고문을 맡고 있는 서울반도체와의 인연 때문이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서울반도체 대표가 ‘세계 LED 시장에서 1위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 열정에 반해 손을 잡았죠. 당시 연매출 1억달러(약 1000억원)이던 회사가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원)로 성장했으니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나카무라 교수는 서울반도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자외선(UV)LED’를 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살균력이 좋아 저개발 국가의 식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요즘 문제가 되는 에볼라 바이러스도 자외선 LED로 없앨 수 있다”며 “미 국방부도 생물학 테러에 사용됐던 탄저균을 죽이는 자외선LED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류·직류 변환이 필요없는 LED 조명, 단위 면적당 빛의 밝기가 기존보다 10배나 되는 LED 조명도 공동 개발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국내 기술진과 LED 기술에 대해 논의하느라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그는 “내게 노벨상은 의미가 없다”며“내 목표는 오로지 현재 60%에 그치는 LED 조명의 에너지 효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이영완 기자


→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청색 LED 세계 첫 개발· 보상금 20만원 나오자 회사와 소송, 85억 받아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1977년 일본 도쿠시마(德島)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역의 작은 기업인 니치아(日亞)화학공업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1990년 질화갈륨을 이용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사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공로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LED는 전기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이다. 나카무라 교수가 만든 청색 LED는 이전에 나온 적색·녹색LED와 결합해 세상의 모든 빛을 구현하고 형광등이 내는 흰색 빛까지 만들 수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발명의 성과를 회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기술자의 반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청색 LED 개발 대가로 회사에서 불과 2만엔(약 2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회사에 실망한 그는 1999년 미국 UC 샌타바버라의 교수직 제의를 받아들였고, 퇴사 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회사가 8억5000만엔(약 8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소송이 마무리됐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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