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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외줄타기 인간문화재 밴쿠버 찾는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6-14 16:10

한·카 수교 50주년 전통축제 한마당 기획자, 한창현
모국이 아닌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산들은 때론 충분히 낯설다. 코리안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걸고 있지만 어떨 때는 국적조차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의 영역에서 더욱 선명히 나타난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형된 음식, 혹은 어설프게 버무려진 크로스오버 등은 뿌리 자체를 스스로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재료는 종적을 감추고 양념만이 혀끝을 얼얼하게 만들 때는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세계화를 위한 시도들이 무조건 헛된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성과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김치 한 조각 썰어넣었다는 이유로 코리안스타일로 소개되는 식단을 보면, 진짜배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저런 장식을 달지 않아도 본래 모습만으로도 매력적인 ‘우리 것들’이 넘치기에 그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한국전통예술원의 한창현 원장의 속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송파산대놀이의 이수자인 그는 반만년 역사가 우려낸 진국을 캐나다와 한인사회에 특히 한인 1.5세와 2세들에게 맛보이고 싶어 했다. 6월 30일 오후 7시 30분 노스밴쿠버의 센테니얼 극장에서 열리는 ‘한·카 수교 50주년 기념 전통축제 한마당’은 한 원장의 그런 노력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다.









“김덕수 사물놀이 초대제자도 한마당으로”
당일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벌써부터 어깨춤을 추며 ‘얼쑤’하는 추임새를 내고 싶어진다.

우선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인 인간문화재 김대균씨의 외줄타기 공연이 관객을 흥분시킨다. 줄타기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58호며,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마당을 이끌게 될 사람은 김한복씨다. 그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1호 금산농악의 이수자이자 김덕수사물놀이패의 초대 제자다. 김한복씨 외 4인은 사물놀이, 설장고, 판굿을 줄줄이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판소리 홍보가’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박찬응 교수의 목소리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현숙씨 외 3인은 중요무형문화재 49호인 송파산대놀이와 함께 밴쿠버를 찾는다.

이들을 한마당으로 불러낸 장본인이 바로 한국전통예술원의 한창현 원장이다. 

“한국 문화의 참멋을 이곳 밴쿠버에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에 다들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었어요. 그 덕분에 이번 공연이 가능해진 거죠.”

한 원장은 대한민국 대표 ‘신기’를 뽐내는 이들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김대균씨는 한국에 살았던 당시 공연 때마다 만나던 사이였죠.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2000년에 최연소로 인간문화재에 지정됐으니까요.”

김대균씨가 줄타기를 시작한 것은 아홉 살 때, 민속촌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줄과 가까워졌다. 그가 대중과 급속도로 친숙해진 것은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서다. 이 영화에서 줄광대로 나왔던 배우 감우성의 대역이 바로 김대균씨였다. 

“김덕수 선생의 초대 제자인 김한복씨와의 인연도 비슷해요. 공연장에서 숱하게 만나다 보니 저절로 친분을 쌓게 됐습니다.”



“또 다른 한국문화 소개하는 계기 될 것”
한창현씨에게도 전통예술인으로 숨쉬며 살아온 역사가, 그리고 삶의 터전을 한국에서 캐나다로 옮긴 이후에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피가 있다. 그의 부친은 송파산대놀이 인간문화재 고(故) 한유성 선생이다. 탈춤을 추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그 뒤를 잇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민을 결심하게 된다. 한국문화를 캐나다 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그는 롯데월드 민속관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다.

“1995년, 한국에 있을 때였어요. 그때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한인 2세들에게 탈춤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직접 세계로 나가면, 보다 많은 한인들이 우리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했던 거죠.” 

한 원장은 예술인 자격으로 이민을 신청했고, 2000년 캐나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송파산대놀이 전수자로서의 그의 이력은 이민 문턱을 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이민 후 생계 해결이었어요. 제 서류를 검토한 이민 심사관조차 이를 걱정할 정도였죠.”

전통문화를 보급하겠다는 목표에 충실하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다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찾아간 곳이 가구공장이었다. 수백장의 이력서를 보내야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탈을 만들어온 솜씨 덕택에 취직 후 지금까지 별탈 없이 일할 수 있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가구 공장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전통예술원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 지하를 빌려서 한인 2세들에게 탈춤을 비롯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가르치고 있지요. 저로선 아이들을 대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교회 지하에서 보급되던 한국의 전통문화는 6월 30일 보다 열린 공간으로 들어선다. ‘한·카 수교 50주년기념 전통축제 한마당’을 통해서다. 공연을 위해서는 가구공장 노동자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돈이 들어간다. 후원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녀야 하고, 무대 위에 올릴 작품을 다듬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일용할 양식을 구할 수 있는 직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말 그대로 1인 다역.
 
시간을 쪼개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해 오던 그는 얼마 전 사고로 손가락 한마디를 잃었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중 날카로운 톱날에 그의 손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북채를 잡을 수 있고 탈춤을 출 수 있기 때문에 그는 그저 괜찮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이 전통문화를 보급할 수 있는, 우리 것을 좀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카 수교 50주년기념 전통축제 한마당’은 한창현씨의 소원을 현실화하는 무대가, 그리고 한인들에게는 모국 인간문화재의 숨소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공연은 6월 30일(일) 오후 7시 30분 센테니얼 극장(Centennial Theatre. 2300 Lonsdale Ave. North Vancouver.)에서 열린다. 티켓은 코퀴틀람 오늘의 책, 노스밴쿠버 라슨마켓, 다운타운 덴만마켓에서 미리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10달러. 문의 (604)790-8762 




줄타기 인간문화재 김대균씨. 줄타기는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소중한 자산 중 하나다.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선생의 초대제자 김한복씨의 무대. 
'신명'이 무엇인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오하이오주립대학의 반찬응 교수는 연극연출가로 알려져 있다. 
박교수는 한국어와 영어로 우리의 판소리를 소개한다.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중요무형문화재 49호인 송파산대놀이는 이현숙씨가 소개한다. 
이 분야 인간문화재였던 고(故) 한유성 선생의 아들인 한창현씨도 함께 무대에 선다.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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