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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교육이 필요한 이유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5-24 09:38

“우리는 모자이크 사회 캐나다의 소중한 퍼즐 조각”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를 선택한다.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열매를 얻기까지에는 대개 적지 않은 수업료가 필요하다. 특히 낯선 문화와 언어를 흡수한다는 것은 부모나 나이 어린 자녀에게도 모두 버거운 일이고, 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곤 한다. 석세스 헨더슨몰 센터의 릴리안 김씨, 버나비·코퀴틀람센터의 스텔라 김씨, 그리고 메이플리지&피트메도우 교육청의 김미나씨와 함께 새내기 이민자에게 주어진 숙제를 들여다 보았다.                                   




“기본 자세는 타문화에 대한 존중”
캐나다는 ‘모자이크 사회’다. 다양한 민족과 그 수만큼의 문화가 각양각색의 무늬를 연출한다. 이 조각들이 큰 그림판에 모여지면 마침내 캐나다라는 퍼즐이 완성된다.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는 조각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타문화에 대한 존중, 이것이 바로 캐나다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가치다. 성공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문화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뿌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스텔라:맞아요. 하지만 캐나다 역시 처음부터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이민사(史) 초기에는 1·5세나 2세들에게 모국어 대신 영어 사용을 권장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시행착오로 이어졌어요. 영어만을 잘하는 자녀와 그렇지 못한 부모간에 의사소통 문제로 갈등이 불거진 거죠. 그때부터 캐나다도 모국어 사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나요?
미나:대개 문화차이 탓에 빚어진 갈등이죠. 초등학생 때 이민 와도 한국어 공부를 멀리하면 아이들은 금새 소위 말하는 ‘바나나’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식으로 아이들을 훈육하다 보면 당혹스러운 문제와 당면하기도 하죠. 아이를 체벌하다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어 습득이 절실하다고 해도, 학교 공부에 바쁜 아이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스텔라: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면 모국어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한국문화를 좋아한다면 언어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없겠지요.

-반대로 부모들은 캐나다 사회에 더 깊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영어공부가 필요하겠지요.
릴리안:영어를 전혀 못하는 경우라면, 그 부담을 아직 한참 어린 자녀들이 떠안을 수 있어요. 정부에 세금보고하는 것부터 인터넷 설치까지, 영어가 필요한 순간순간마다 자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자주 생기다 보면 부모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가장이 된 듯한 느낌 탓에 남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구요. 
스텔라:그런 상황이라면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나 위치가 축소될 수밖에 없지요. 경륜에서 나오는 부모의 조언까지도 무턱대고 무시하는 자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의 관계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지요. 아이의 힘든 점을 이해해 주고,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 자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노력해야 해요.
릴리안: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도 아이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요. 부모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 해도,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녀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시민정신, 이방인 아닌 주인으로 살기 위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혹은 외모 때문에 오랜 시간 캐나다에 살았어도 이방인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미나:아시아인이 뜸한 지역에 있다 보면 종종 ‘너 영어 할 줄 아니?’라는 질문을 받게 되요. 저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편한데도 말이죠. 할 줄 안다고 답하면 ‘너 영어 되게 잘하는구나!’라는 말이 되돌아와요. 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백인이 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릴리안:그런 이유로 탈선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때문에 자기 정체성 확립이 필요한 거죠. 나는 캐나다인이지만 내 뿌리는 한국이라는, 이런 식의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캐나다인이면서도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에 스스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아무리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어도 감당하기 좀 힘든 문제네요.
릴리안:지역사회에 헌신하다 보면 소위 주류사회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는 느낌이 간혹 들어도 큰 상처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스텔라:동의해요. 어떤 역할이라도 시민정신을 가지고 참여하고, 또 하고자 노력한다면 이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더 견고해 질겁니다.  다시 말해 세금도 내고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것이 바로 캐나다인의 모습인 거죠. 
릴리안:한인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캐나다사회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해요. 그런 기회가 없다면 캐나다의 문화나 정치 따위는 전혀 모르는 주변인으로 살 수밖에 없지요. 처음에는 캐나다사회와 인연을 맺는 것이 상당히 버겁겠지만,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훗날 비즈니스를 하게 될 경우 값진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스텔라: 지역사회에 관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앞서 말씀드린 시민정신이에요. 몇몇 한인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로운데도 이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 이런 태도로는 적응 자체가 힘들어요. 어떤 편의를 위해서 그냥 잠시 머무는 것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캐나다사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스텔라:많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자신감은 턱없이 부족한 듯 보여요. 직장을 구하는 것도, 사회와 인연을 맺는 것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주저하곤 하죠.
릴리안:어찌됐건 뭔가 시도를 해서 작은 성공이라도 거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수준이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이런 얘긴가요?
스텔라:맞아요. 자신이 뭔가 부족하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세요. 그러면 누군가는 반드시 도와주게 되어 있어요. 그런 다음 길이 보이겠죠. 그때부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근성 같은 게 필요해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아이들, 독립심 키워줘야”
-어린 자녀들의 경우에도 적절한 사회 참여가 필요하겠지요.
미나:물론이에요. 몇몇 한인 부모들은 그런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녀를 갓난아이 대하듯 하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독립심이란 게 아예 없어지게 되요. 여기에서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네 자신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질문에 한줄의 답도 쓰지 못해요. 학교성적은 상위권인데도 말이죠. 이유는 부모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릴리안:캐나다의 사회적 가치와 한국의 그것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부모가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잊고 한국식으로 부모가 모든 것을 처리하려 들면, 독립심 강한 자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녀를 대하는 일부 부모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거군요. 
릴리안:이민 온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답하잖아요. 그런데 교육이라는 것을 단순히 공부하고만 연결해서는 곤란하다는 거죠. 저는 아이들의 정체성,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라이드 해주고, 튜터 붙여주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되고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미나:한인 부모들에게 이 얘기만큼은 꼭 해주고 싶어요.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키우지 말라고. 독립심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바로 교육이니까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사진 왼쪽부터 릴리안 김, 김미나, 스텔라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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