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65_ 박진철 BC실업인협회 회장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11-18 13:59

“그로서리는 결국 살아 남는다”
낯선 땅에 선 초기의 이민자들에게 그로서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통로 중 하나였다. 한인사회 1세대 이민자들 중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그로서리를 열었고, 그 가게와 함께 늙어갔다. 물건을 떼기 위해 새벽 시장을 찾고, 하루 종일 손님을 응대하다 보면 저절로 고단함이 쌓였지만, 이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로서리를 통해 자식들 교육 시키고, 시집 장가까지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달라졌다. 팔아야 할 상품과 이것이 필요한 손님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유통의 방향이 바뀌었다. 어쩌다 한두 개정도 마주칠 수 있는 대형 매장이 동네 곳곳을 점령하면서, 그 많았던 다윗들은 하나둘 설 자리를 잃었다. 그로서리는 더 이상 추천 업종이 아니었다. 그로서리나 한번 해볼까, 라는 얘기에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따라붙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하향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좀 거칠게 얘기하자면 ‘작은 가게 종말의 시대’가 가시권 안으로 진작 들어온 느낌이다. 구매력을 앞세운 대형 매장과의 싸움에서 개인 소매점이 이길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올 4월 BC실업인협회(이하 실협)의 23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진철씨(사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선명한 목소리로 “그로서리 업계가 하향 추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로서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몸담고 있는 실협은 지난 1988년 이민 1세대 그로서리 사업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한인사회 대표 경제 단체다. 지금도 실협 회원들 중에서 그로서리 종사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협이 공식 출범한 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군요.
한인 이민사회와 역사를 거의 함께 한 셈이지요. 이민 1세대가 주로 했던 사업이 그로서리였고, 이들이 밑거름이 되어 생겨난 단체가 바로 실협이니까요. 실협 창립 움직임은 1983년 처음 있었고, 이후 코인런드리 분과, 드라이클리닝 분과가 생기면서 지금의 실협이 만들어진 거에요. 이후 요식업 종사자들의 참여도 이루어졌지요. 참고로 그로서리, 코인런드리, 드라이클리닝, 이 세 가지는 북미주 한인 이민사회의 3대 업종이기도 합니다.

현재 실협 회원수는 얼마나 됩니까?
한때 1000명을 유지했는데, 현재는 800명까지 줄어든 상태에요. 1세대 선배들이 은퇴한 영향 때문이지요. 

장사가 안 돼서 폐업을 선택한 분들도 있겠지요.
그럴 겁니다. 그로서리를 예로 든다면, 이전에는 실협 회원 등록 업체가 250개였는데 지금은 150개까지 감소했습니다. 은퇴와 폐업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로서리 사업 환경이 전과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로서리 어렵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지난 2000년부터 컨비니언스스토어를 시작했는데, 그때에도 주변의 만류가 있었어요. 그로서리 해서는 큰 재미가 없을 거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로서리 업계가 하향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맞습니다. 옛날 스타일의 그로서리는 확실히 그렇지요. 하지만 현대식 그로서리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을텐데요.
예전의 그로서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생필품 등이 주로 대형 매장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월마트나 슈퍼스토어 같은 대형 매장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벌어진 현상이지요. 이런 환경에서는 재래식 그로서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손님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그로서리는 살아남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세븐일레븐 같은 프렌차이즈 편의점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가벼운 먹거리나 음료수, 슬러시 등을 사기 위해 대형 매장을 찾진 않잖아요. 이들 제품은 요즘 편의 점에서 모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좋은 가격에 사서 좋은 가격에 팔 수 없다면 어렵다”


그렇다면 편의점, 좀 더 구체적으로 프렌차이즈 편의점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프렌차이즈 편의점을 창업하는 건 어려워요. 세븐일레븐의 경우 거의 다 회사 직영이거든요. 개인에게 지점을 내주는 회사도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지요. 대신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은 비교적 작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개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요?
어렵지요. 구매력이 미미하니까요. 좋은 가격에 물건을 사서 이를 또 좋은 가격에 손님에 팔아야지 승산이 있는 건데, 혼자 힘만으로는 이게 불가능하지요. 회사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은 다릅니다. 본사에서 제조업체와의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1년 365일 투포원 행사 같은 것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된 거에요.

개인 그로서리 사업자는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인 셈이군요. 대형매장과 기업형 편의점 사이에 낀…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요?
실협 차원의 대응 방안은 있습니다. 이건 저의 회장 공약 사업이기도 한데, 이른바 ‘프로그램 스토어’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프로그램 스토어가 뭔가요?
쉽게 설명하면 프렌차이즈 본사가 하는 일, 그러니까 제조업체와의 구매 계약 협상을 협회 차원에서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프로그램 스토어’에 가입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말이죠. 개인이 운영하는 그로서리의 구매력은 크지 않겠지만, 힘을 합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겠지요. 한인이 운영하는 그로서리가 캐나다 전체적으로는 1000개 정도가 되거든요. 각 점포의 규모는 작지만, 그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충분히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프로그램 스토어 가맹점의 수만 어느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말이죠.

온타리오주에서도 프로그램 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있나요?
프로그램 스토어 도입은 그쪽에서 먼저 시작한 일이에요. 한 3년 됐죠. 그리고 최근 들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까지의 가맹점 수는 40개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스토어에 가입하면, 우선 구매 계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겠군요.
거기에다 리베이트도 전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저희 실협과 리베이트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는 네 곳 뿐이에요. 좀 더 많은 업체들과 리베이트 계약을 하지 못한 건 상대적으로 미미한 구매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스토어 활성화로 구매력이 높아진다면 리베이트 계약하자는 업체도 많아질 테고, 그러면 가맹점 입장에서도 큰 이익이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베이트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혜택을 고려한다면, 프로그램 스토어에 대한 개입 사업자들의 반응이 그리 뜨거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홍보가 덜 됐거든요. BC주에서 이 사업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고… 

프로그램 스토어 가입 조건 같은 게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프로그램 스토어 본부에서 제공하는 POS(상품 판매 시점에 해당 정보가 자동 기록되는 시스템)를 설치해야 합니다. 상품 진열도 본부와 계약을 맺은 제조업체의 요구대로 바꾸어야 하구요.  대신 가게 이름은 기존의 것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스토어라는 게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한 작은 가게들의 연대인 셈이군요.
맞습니다. 이제는 개인이 혼자서 마음 편히 장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에요. 대형 매장과의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힘을 합치는 수박에 없습니다. 

회장으로서 실협의 앞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실협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협회와 회원들간의 갈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상적인 단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지요. 지금의 실협은 1세대 선배들의 노력이 쌓인 결과라고 봐요. 그 토대 위에서 우리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로서리는 완전히 없어질 사업은 아닙니다.

프로그램 스토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BC실협 웹사이트(www.kbabc.ca)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2개사 상장 진행하는 K&C 인터내셔널 허성범 대표
“이민 1세대로 의미 있는 발자취 남길 것”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초기에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받기가 힘들고 규제가 많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그에 비해...
‘바이오린클’, 음식물찌꺼기 퇴비화 기술
나나이모 시청에도 음식물 처리기 설치
▲애크미그린 박진근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직원들이 '바이오린클' 사용법에 대해 시연하고 있다. / 사진=애크미그린 제공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지만, 환경과 위생에...
화이트캡스 2년 차 시즌 “작년보다 자신 있어”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새로운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시즌 8승 18패 10무(승점 34점)로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던 화이트캡스는 캐나다 국가대표 공격수 루카스...
‘세비야의 이발사’로 북미 무대 데뷔하는 성악가 전태현
▲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바실리오 역할을 맡은 베이스 전태현 (사진=손상호 기자)유럽과 한국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성악가인 베이스 전태현(39)이 밴쿠버 무대에...
BC주 한국교육원 설립 추진위원회 ‘한마음’ 발족
랭리 파인아트 스쿨 교사와 학생들 주축으로 첫 삽
교육청 소속 직원 및 교사들 적극적인 관심 보여
▲랭리 파인아트 스쿨 강수연 교사 / BC주 한국교육원 설립 추진위원회 위원장 / 사진=배하나 기자BC주에 한국교육원을 개설하자는 추진위원회 ‘한마음’ 이 지난 2월 5일 발족되었다....
밴쿠버 총영사관 개설 50주년 정병원 총영사 인터뷰
“밴쿠버만큼 안정된 교민사회 보기 힘들어”
▲총영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가 묻는 답변에 정병원 총영사가 답하며 웃고있다. (사진=손상호 기자)1969년 11월 6일 장재용 (2014년 별세) 전 스페인 대사가 1대 밴쿠버 총영사로...
25년간 한 자리에서 홈리스 돕는 ‘희망의 집’ 김용운 목사
▲ '희망의 집'의 김용운 목사 (사진=손상호 기자)가족, 친구들 다 함께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연말연시. 그 와중에도 거리에는 춥고 비 내리는 날씨에도 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잠을...
행동컨설턴트 홍유화 씨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 수요 급증하는 직업
최근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심은 높아지지만, 이를 교육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들은 한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5년간 라오스 야구발전과 재능기부에 온몸 던져
“움켜쥐었던 것들을 놓아버리고 나누니까 행복해요”
한국 야구의 전설 ‘헐크’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밴쿠버를 찾았다.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광림교회 30주년 기념 간증 집회를 위해 밴쿠버 교민 앞에 선 것이다. 이만수 감독은...
대형 배달앱 상대 차별화 두려 노력
▲푸들리 김보성 대표겸 개발자와 오현정 마케팅 팀장. 사진 = 손상호 기자음식 배달 중개 어플리케이션(배달앱)의 홍수의 시대다. 앱(어플리케이션) 하나로 주문, 결제부터 배달까지...
전세계적으로 수요 늘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순위 ‘단골손님’
<▲ 2년차 보험계리사 김주선 씨 >캐나다 유력 경제지 ‘캐나디언 비즈니스’는 매년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탑 25’를 뽑아 발표한다. 지난 5월 발표된 2019년 인기 있는...
캐나다 최초 한인 연방 하원의원의 탄생 여부에 대한 한인사회와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BC주에서는 제이신-넬리신 후보가 각기 다른 선거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지지율 경쟁에서...
<생일>, 세월호 다룬 최초의 극영화이자 100만 관객 영화
제 38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초청
때로 어떤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지독하게 낫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지난 2014년 4월 16일읠 사건이 그러하다. 세월호가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지 벌써 5년니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5년차 20대 물리치료사 윤솔씨
“활동적 성향 가진 학생에 추천해요.”
캐나다에서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면서, 앞으로 노년층이 증가할 수록 더욱 필요한 직업. 바로 물리치료사(Physiotherapist)다. 지난 4월 캐네디언 비즈니스(Canadian Business)는 물리치료사를...
아이스하키 선수, 모델 거쳐 BC주 최초 한국인 아이스하키 심판된 한율씨
<▲캐나다 아이스하키협회, BC주 심판협회 패치를 들고 포즈를 취한 한율씨 (사진=손상호 기자)>아이스하키 선수에서 인기 광고모델, 평창패럴림픽 심판과 국제학교 선생님을 거쳐...
한인 비행교관 파일럿 서수지씨
국내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항공유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액 연봉과 안정된 정년이 보장되는 ‘꿈의 직장’이라 여겨진 것이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대...
캐나다 연방경찰 스티브 김·다니엘 정
<▲ 써리 지역에서 연방 경찰(RCMP)로 활동 중인 다니엘 정(좌)·스티브 김(우)·경관>최근 밴쿠버 취업 시장 내 한인 청년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 문화를 가진 1.5세의 젊은...
한국전통예술원 12회 정기공연 개최
29일 오후 7시 노스 밴쿠버 쉽야드-쉽빌더스 스퀘어
<▲존 호건 수상에게 2019년 다민족 문화예술 관련 상을 받은 한창현 대표>“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으로 새롭게 탄생한 우리 전통예술의 진수로 모든 분들에게 잊지못할 여름 밤의...
한인 넬리 신씨, 연방하원 보수당 경선에 도전장
포트무디 코퀴틀람 지역...한인들 당원 가입 ‘호소’
연방총선이 10월21일로 다가온 가운데 연방하원에 도전하기 위한 관문인 연방 보수당 경선에 한인 넬리 신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이달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경선에서 BC주...
미국 리그(MLS) 진출사 '큰 획'... 최고 신인 꿈꿔
구단 최우수 선수·매치 키플레이어 등 선정 활약
지난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황인범이 MLS행 특급 노선을 밟고 밴쿠버에 등장했다. 해외 타 리그를 거치지 않고 K리그에서 미국 프로축구 MLS로 이적 직행 노선을 탄 것이다....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