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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유공자회, 대한민국 훈장 호국영웅장 받는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4-22 13:53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44 _ 이우석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토피노, 한국과 캐나다의 연결고리”

밴쿠버아일랜드가 품은 여러 보석 중에서도 “토피노”는 자연색에 가장 가깝다. 밴쿠버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파도의 높이와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이 곳은, 행정상 도시로 분류돼 있지만 시침과 분침에 따라 하루 일과를 정할 필요가 없는 시골이나 마찬가지다. 바닷가 산책로에 자신만의 긴 발자국을 새겨놓는 것만으로도 토피노에서는 감히 평화를 만날 수 있다. BC주민이 뽑은 지역내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 토피노가 바로 그런 곳이다.

토피노는 한국, 그러니까 한인사회와의 견고한 연결고리가 장착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곳과 접한 퍼시픽림국립공원(Pacific Rim National Park) 레이더힐에 자리잡은 “가평 전투 기념비”가 바로 그것이다.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평화의 도시 토피노는 전쟁, 6·25전쟁을 통해 가평을 알았다. 1951년 4월 23일, 전쟁의 한복판에서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영연방군은 가평 고지에서 중공군과 맞섰고, 3일간의 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다. 당시의 승전을 기념하고 희생자를 기억하는 행사가 매년 토피노 레이더힐 가평 전투 기념비 앞에서 열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의 이 곳은 한산할 것이다. 한국과 캐나다의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기념식은 해당 기념비 보수 공사로 인해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본보는 버나비에 위치한 6·25참전유공자회(회장 이우석·사진)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평화의 소중함과 전쟁의 참혹함, 이 둘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전쟁은 반대, 또 반대할 수밖에…”

군을 떠난지 40여 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우석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에게선 여전히 군인의 색이 느껴진다. 21살 푸른 나이, 해병학교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 그는 곧바로 피냄새 진동하는 전선에 섰다. 같은 민족이 서로의 생명을 탐내던 전장에서 그는 여러 명의 동료를 잃고 자신 역시 상처를 입었다. 당시의 전쟁을, 이제 팔순을 훌쩍 넘긴 퇴역 장교는 “비참한”이라는 단어를 통해 기억했다.

“전쟁은 정치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는 거겠지요. 하지만 사투를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그런 생각 뿐입니다. 전쟁은 한마디로 비참함 그 자체에요. 목숨도, 재산도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전쟁 앞에서는 말이지요.”

전쟁에서 살아 남은 그는 6·25참전유공자회의 참전 수기 <조국을 위해 이렇게 싸웠다>를 통해 “나는 군에 있을 때나 나와서나 이민을 온 후에도 늘 전쟁에서 함께 싸우다 먼저 간 전우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들의 값진 죽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그는 해병대 전우회, 재향군인회 회장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리고 8년 전 고(故) 김일수옹과 함께 6·25참전유공자회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전우들을 추억하는 것과 동시에 한인사회와 캐나다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전우들 생각이 더 납디다. 그래서 전쟁을 함께 경험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다독이는 관계를 맺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해 친목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단체가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의 한국전참전용사협회(KVA)와도 자연스레 유대 관계를 맺게 된 겁니다. 6·25참전유공자회의 행사에는 꼭 캐나다의 참전용사들, 즉 KVA 회원들이 참석합니다. 반대로 KVA가 행사를 열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유공자회 회원들이 초대되곤 하지요.” 

전쟁의 실상을 한인과 캐나다 사회에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이를 통해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것도 6·25참전유공자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이는 앞서 언급한 참전 수기가 엮어져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우석 회장을 비롯해 고(故) 김일수옹, 강공선옹, 장석제옹 등 총 스물아홉명 의 참전용사들이 이 책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서술했다. 이 책은 영어로도 번역돼 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을 캐나다 사회와도 공유하기 위해서다.

“전쟁에 대한, 그리고 참전용사들에 대한 인식이 선명하지 못한 때가 있는데, 저로선 이 점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전쟁은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 확률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겠지요. 남과 북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후세를 걱정하는 노병의 이 같은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젊은 명예 회원들을 통해 힘을 얻곤 한다.
“우리 회원들 평균 연령이 86세에요. 90세 넘는 분들도 꽤 되지요. 나이 탓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스무 명도 되는 명예 회원들이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6·25참전유공자회는 매월 한 차례 해피데이라는 이름으로 친목의 시간을 갖는다. 명예 회원인 임연익, 박은숙씨가 음식을 마련하고, 식사 후에는 건강 강좌 등이 진행된다. 회원들이 자신의 복지를 스스로 챙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 단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복지에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명예 선양이지요.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것이 바로 군인의 삶이니까요.”

이 회장이 말하는 명예는 교만이나 자기포장을 위한 수단과는 거리가 있다. 소중한 가치를 위해 목숨을 던졌고, 또 그것을 지켜냈다는 게 그에게는 명예 그 자체다. 이 수고스러움에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 전 감사의 마음을 전해 왔다. 6.·25참전유공자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훈장인 “호국영웅장”을 수여하기로 한 것이다. 전수식은 오는 5월 6일(금) 한인회관에서 있다.

“참전용사들 중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무공 훈장 등이 수여돼 왔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사람이라면 누구나 훈장 받을 자격은 충분하겠지요. 그래서 호국영웅장이라는 이름의 훈장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이우석 회장은 언젠가는 6·25참전유공자회가 베트남참전유공자회와 통합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세월과 함께 사라질 노병들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다. 하지만 평균 연령 86세의 이 단체는 한인사회 여느 단체들보다 더욱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연아 마틴(Martin) 상원 의원이 주도해 만든 한국전기념사업회(KWCA)와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1년에 두 차례 회보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처럼 바쁜 회원들에게, 전우들에게 이우석 회장은 “남은 인생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 회장의 당부의 말은 전쟁터에서 청춘을 보내고, 한국과 캐나다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준 그들을 향한 한인사회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6·25참전유공자회는 지난 2008년 창립됐으며 현재 100명 가까운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서정길 명예회원 겸 총무, 정용우 전(前) 회장, 이우석 회장, 임인제 부회장, 강공선 자문위원, 장석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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