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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1.5세가 전하는 의대 진학 성공스토리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9-17 10:47

"한국적 마인드 버리고 경험 많이 쌓아야",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김동일씨
"한국적 마인드를 최대한 빨리 버리고 영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로열콜럼비안병원(Royal Columbian Hospital) 가정의학과(Family Medicine) 레지던트 김동일(29)씨는 캐나다에서 의사를 꿈꾸는 한인들에게 "성적 유지는 기본이고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활동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한인 이민 1.5세로서 어렵게 의대에 진학한 후 지난 7월부터 의사로서 첫걸음을 뗀 김동일씨. 김씨는 2번의 실패 후 3번째 도전만에 의대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의대 진학을 위한 첫 시험에서 실패의 쓴잔을 들이킨 김씨는 이후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야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는 힘들었지만 여러 번의 실패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실패한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떨어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처럼 의대 진학을 꿈꾸는 한인 1.5세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학창시절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며 후배들은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했다. 그는 "캐나다 사회에 깊이 들어갈수록 동양인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무조건 외향적이어야 하고 한국적 마인드를 최대한 빨리 버려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활동을 하고 영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열콜럼비안병원(Royal Columbian Hospital) 가정의학과(Family Medicine) 레지던트 김동일씨.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의대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밴쿠버에 이민 와서 2004년 UBC 생리학과에 입학했다. 생리학과의 90% 이상이 의대나 치대로 진학한다. 입학 당시만 해도 본격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생리학과에서 의대나 치대로 많이 간다는 소문만 듣고 간 것인데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보니 난 너무 늦은 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교 입학 전부터 이미 의대나 치대를 준비하고 온다. 난 가족이나 친구 중에 의사가 전혀 없어서 조언을 들을 수도 없었다.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부족했나?

"보통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예술이나 운동 분야도 미리 한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 어느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난 '공부만 하면 되겠지'라는 한국적인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공부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입학하고 난 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뒤늦게 봉사활동을 했다."

UBC 졸업하고 바로 의대로 진학한 것인가?

"2008년 졸업 후 처음 시험봤을 때는 떨어졌다. 아무래도 영어 때문에 인터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석사로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2012년까지 앨버타와 미국에서 면역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이후 UBC 메디컬스쿨에 입학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의대로 진학하는 한국과는 시스템이 다른 것 같은데?

"여기는 한국 의학전문대학원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시험을 보고 의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학부에는 의대가 없다."

석사가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됐나?

"매년 UBC 의대에 들어가는 인원 중 석·박사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 보통은 학부 마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점수로 따지면 100점 만점 중 석사로 받는 추가점수는 1점밖에 안 된다. 점수의 가치는 적다. 하지만 석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여러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생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추천서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첫 도전에서의 실패도 도움이 됐나?

"정확히는 2번 떨어졌다. 석사하면서도 떨어졌다. 하지만 실패한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다. 당시 주변에서 세 번째는 꼭 들어갈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영어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이민을 늦게 오면서 솔직히 한국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렸다. 대학교 진학 전까지 영어를 거의 안 썼다고 봐도 된다.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었다. 대학교에 가서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 하지만 대학원에 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분야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니 얘기할 것이 많아졌다. 그런 것들이 인터뷰에 도움이 많이 됐다. 경험이 있으니 이해도 빨라지고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가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보통 3학년 때 전공을 정한다. 4학년 때 인터뷰를 보고 가정의학과를 최종 선택했다. 가정의학과는 쉽게 말하면 패밀리닥터(Family Doctor)다. 과정이 2년이라 다른 전공에 비해 짧고 들어가기도 어렵지는 않다. 의사라는 직업이 비상대기하는 상황도 많고 힘든 직업이다. 레지던트의 경우 주 80시간씩 일한다. 하지만 패밀리닥터는 대기가 많지 않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할 수 있다. 내 병원을 개원할 수도 있어서 한 환자를 계속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막상 학교에서 나와 레지던트를 시작하니 어떤가?

"지난 7월부터 레지던트를 시작했으니 이제 2달 반 정도 됐다. 아무래도 학생 때와는 다르다. 약도 직접 처방해야 하고 교수님이 최종 책임을 지기는 하지만 내게도 많은 책임이 생긴다. 하지만 이제 드디어 사람들한테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의대에 한인 비율이 얼마나 되나?

"우리 학년의 경우 유독 많았다. 288명 중에 14명 있었다. 14명 중 1.5세는 6명이었다. 보통의 경우 한 학년에 2~3명밖에 없다. 성적 때문에 의대나 치대를 포기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한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떨어지는 것에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아무래도 대기도 많기 때문에 체력도 중요하다. 성적 유지는 기본이다. 나중에 덜 고생하려면 착실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 성적에 봉사활동은 미리 해놔야 한다. 대학교 때는 막상 시간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에 가서는 조금씩 횟수를 줄이는 방법이 좋다."

한인 1.5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5세라 힘든 부분이 있다. 영어도 그렇고 문화차이도 있다. 지금 제일 후회되는 것은 너무 내성적이었던 것이다. 무조건 외향적이어야 한다. 한국적 마인드를 최대한 빨리 버려야 한다. 많은 활동을 하고 영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사람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대학교에 가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직으로 가면 갈수록 동양인의 수가 줄어든다. 캐나다 사회에 깊이 들어갈수록 동양인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마치 유리천장과도 같은 느낌이다."

최종 목표는?

"가정의학과를 전공하면서 한 분야에 집중하고 싶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한 분야로 공부하고 싶다. 가정의학과를 전공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패밀리닥터를 하면서 한국사람들도 돕고 싶다."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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