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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듣고 찾아준 손님들, 감사하고 뿌듯해"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07 12:07

외국인도 인정한 빵맛, 빠리아저씨 임종주씨

버나비 노스로드(North Rd.) 한인 상가에 빠리아저씨가 산다. 올해로 5년째 이곳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종주씨(62)가 바로 빠리아저씨다.

빠리아저씨 빵집에서는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한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일과에 고되고 지치지만 임씨는 2010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부터 가게에 나온다. 그는 "빵은 발효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아침부터 빵 굽고 가게 문을 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리아저씨는 별다른 종업원을 두지 않고 철저히 가족끼리 운영된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것이 빵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하지만 가족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중간에 빵집을 팔아버릴까 생각도 했다"며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5년이 지나면서 빠리아저씨는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빵이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단골손님들도 생겼다. 특히 외국인들도 소문 듣고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 됐다. 그는 "단골인 중국인이 우리집 빵이 맛있어서 사람들한테 소개를 해준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얘기"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항상 부지런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손님들을 위해 빵을 굽는다.


<▲푸근한 인상의 빠리아저씨 임종주씨>

밴쿠버에는 언제 왔나?
"처음 랜딩한 것은 2007년인데 본격적으로 이민한 것은 2010년 4월이다. 처음엔 이민보다는 아이들 공부 때문에 왔다. 하지만 주변에서 영주권을 받으면 좋다는 얘기에 투자이민으로 와서 영주권을 받았다."

한국에서 하던 일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가락시장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했다."

밴쿠버에서 빵집을 하게 된 계기는?
"2010년 동계올림픽 할 적에 오자마자 빵집을 했다. 당시 (사업 아이템)몇 개를 두고 고민했는데 언어문제도 있고 한국사람을 주고객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빵집으로 결정했다. 제가 성격이 좀 무모하다. 다른 사람들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성격이 있다. 좋게 말하면 저돌적이고 추진력 있는 것이지만 가족들이 봤을 때는 무모한 것이다. 나도 문득문득 후회할 때가 있다. 집사람이 밴쿠버 랜딩할 때부터 이민을 염두에 두고 제빵 관련한 준비를 했다. 기술도 배우고 일도 하면서 준비했다."

보통 하루 일과는?
"보통 새벽 4시부터 나오고 저녁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끝난다. 빵은 발효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빵 굽고 가게 문 열 준비하는 것을 아침부터 해야 된다. 종업원들을 고용해서 새벽부터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오지 않겠나. 새벽부터 나오게 하려면 임금도 더 많이 줘야 한다. 이것이 어려운 숙제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완전히 가족들끼리 운영한다. 지금은 자식들도 함께 도와준다."

빵집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노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 빵집이 아니었더라도 오자마자 뭐든지 했을 것이다. 방에서 뒹굴고 늦잠자고 공원가서 노는 것은 속이 터져서 못한다. 사업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빵집을 열어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더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까 지치기도 했다. 그런 것이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중간에 빵집을 팔아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투자금 손실 없이 저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빵집이 힘들긴 해도 밥먹고 살만 했다. 그래서 힘든 것은 접어놓고 밀어 붙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손님들이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식빵은 하루에 2번씩 구워야 할 정도로 잘 팔린다. 요새 불경기라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들으면 약 올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잘 된다."

빵집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정말 고마운 것이 단골인 중국인 아가씨가 있다. 젊은 중국인 아가씨가 우리집 빵이 진짜로 맛있어서 사람들한테 소개해준다고 하더라.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얘기다. 얼마 전엔 한국인 손님이 오셔서 하도 맛있어서 소문 듣고 왔다고 하더라. 옆집에 사는 중국인한테 소문 듣고 왔다고 하더라. 국적을 떠나서 맛있으니까 소개해준다. 한국사람들은 물론이고 외국사람들까지 계속해서 우리집을 선전해주는 것이 참 고맙고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빠리아저씨만의 맛의 비결이 있다면?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들끼리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꾸준한 맛이나 패턴을 유지하는 비결이지 않나 생각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패턴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정리/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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