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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를 선택한 나는 “참 행복한 사람”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16 11:26

노래 <밴쿠버> 발표한 김성환씨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장래 희망은 자연스레 가수로 정해져 있었고, 기타줄을 제법 튕기게 된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는 자그마한 카페 무대에도 서게 됐다. 하지만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대입 재수 때 알게 된 지금의 아내가 가수의 길을 반대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감히 추측컨대, 노래만 불러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이후에는 개인사업을 시작했으며, 삶은 더욱 분주해졌다. 점점 더 현실적인 일들로만 채워지는 일상…, 그래도 노래를 망각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음악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게 늘 그를 따라다녔다. 오히려 그랬기에 환갑을 몇 년 앞둔 지금, 그는 자신의 꿈과 필연적으로 재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제공한 곳이 바로 밴쿠버다. 김성환씨의 스토리다.


“행복하지만 외로운 게 우리네 삶”
김성환씨의 이민 역사는 짧다. 5,6년 전 한국에서의 사업을 접고 밴쿠버에 정착한 그는, 자신의 선택에 곧잘 찬사를 보내곤 한다. 특히 아침마다 마주하게 되는 풍경에 반할 수밖에 없다. 창밖을 열면 눈 덮힌 산과 깊은 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 순간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참 행복한, 복받은 사람이다. 캐나다에 오길 정말 잘했어.”

그런데 마음속 어딘가엔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다. 이유는 외로워서다. 사람들을 만나도 충족되지 않는 하나의 결핍 같은 게 그에겐 있었다.

“한국에서는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말 그대로 함께 희희낙락할 친구들이 있는데, 이민생활에서는 그런 인연을 새로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은 어른이 돼서 만난 사람들이니까, 자신의 마음을 툭 터놓고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힘든 거겠죠. 그래서인지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외로웠던 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섰다. 아마추어 윈드앙상블 아삽밴드에 가입해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봉사활동도 해왔다. 밴쿠버한인문화협회 부회장, 이 일은 지난해부터 맡게 됐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인연을 쌓게 됐어요. 그 중 한 사람이 작곡가 유승엽씨였습니다.”

유승엽? 시계를 2,30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 이름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달 이유가 전혀 없을 터. 유승엽씨,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히트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했다. 심수봉이 부른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은하의 <밤차>, 드라마 OST였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모두 유씨의 작품이다. 이런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김성환씨는 마냥 좋았다.

“유승엽씨가 밴쿠버에 산 건 한 6개월 정도였어요. 저와 사는 곳이 가까워서 자주 만났더랬죠. 저녁 때는 맛있는 맥줏집을 찾아 다녔는데, 그게 꽤 즐거웠습니다.”





<▲ >


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
두 사람의 인연은 유씨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지속됐다. 그리고 어느 날의 만남에서 김성환씨는 자신의 속내를 보여줬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다고, 그러니 아직 목소리에 힘이 남아있을 때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프로 작곡가는 아마추어의 꿈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소리 한번 들어보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3일 후인가, 그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소주 한잔하자면서요.”

작곡가는 노래 한곡을 갖고 나타났다. <밴쿠버>라는 곡이었다. 

“제 목소리에 어울리는 그런 노래라고 했어요.”

작곡가와 가수는 정식 녹음실에서 이 노래를 녹음했다. 비용이 발생했을 테지만, 작곡가는 가수에게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단지 <밴쿠버>가 밴쿠버가 언급될 때마다 연상되는 그런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고만 했다. 마치 <뉴욕 뉴욕>이 뉴욕을 대표하는 것처럼 말이다.


교민 모두가 함께하는 영상 만들 계획
<밴쿠버> 속 밴쿠버는 “하늘에서 내려와 자리잡고 미소짓는 곳”으로 묘사된다. 이 노랫말에 김성환씨는 마음으로부터 동의한다. 그 역시 아침마다 밴쿠버의 풍경에 반하곤 하니까. 그래서 그는 이 감동이 오염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려 드는 것, 갈등을 조장해서 편을 갈라 싸움을 붙이려고 하는 것… 이런 모습을 간혹 접하게 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요. 갈등이나 불협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리잡고 미소짓는 밴쿠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김성환씨가 <밴쿠버>에 담고 싶은 메시지는 “곁”이라는 우리말로 정리된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민자는, 구체적으로 말해 이민 1세대는 외로움을 피하기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 곁에는 내가 있고, 내 곁에는 또 당신이 있다,  그렇게 우리 모두 함께일 수 있다라는 얘기를 <밴쿠버>를 통해 전해 주고 싶습니다.”

노래는 외로운 느낌을 풍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는 이민자의 마음을 더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로운 사람이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밴쿠버>를 접한 평론가 추응식씨는 “이 노래에서는 처절한 서정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김성환씨는 인터뷰 말미에 다음과 같은 바람을 전했다.

“이 노래에 영상을 입히고 싶은데, 그 작업을 관심있는 교민 모두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노래를 들으신 다음, 밴쿠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제게 보내 주세요. 그 사진을 편집해 뮤직비디오를 만들 계획입니다.”
김성환씨의 이메일 주소는 "hwanny1111@nate.com"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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