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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를 타고 흘러나오는 웅장한 선율을 만난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6-11 21:50

15일 오르가니스트 김여정의 무료 독주회
"일반인에게 아직 생소하고 어렵다고 인식되지만, 청중을 사로잡는 흡인력과 영적 울림이 있어요.”

거대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음색 때문에 악기 중의 왕으로 일컫는 파이프 오르간. 규모가 제법 큰 교회에나 있을 법한, 혹은 영화 속에서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때 사용될 것 같은 이 파이프 오르간의 선율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오르가니스트 김여정은 15일 저녁 8시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류­-웨슬리 연합교회(St. Andrews­-Wesley United Church)에서 파이프 오르간 무료 독주회를 연다. 독주회에 앞서 만난 그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오르간에 있는 깊은 울림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 피아노와 친했던 아이, 오르간의 매력에 빠지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이었을까. 어린 시절 김여정에게 피아노는 언제나 옆에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5살 때 피아노를 처음 배웠을 때부터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피아니스트의 교본과 같은 길을 걸었다. 그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된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는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피아노와 모습은 비슷한데, 건반을 누르면 색다르고 흥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파이프 오르간과의 짧지 않은 인연의 시작이었다.  

"오르간에 대한 관심이 커질 무렵 지인의 권유가 있어 본격적으로 오르간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하나의 악기에서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게 다가왔죠. 덕분에 음악적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표현 능력도 풍부해지고… 가끔 피아노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게는 오르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여정은 가족과 함께 1989년도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을 왔다. 그가 입시를 준비할 즈음이었다. 오르간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UBC 음대에 진학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오르가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을 돌며 오르간을 연주했다. 그래서인지 밴쿠버에서 추억을 쌓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찾는 것이 밴쿠버 방문 목적의 전부였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연주 기회가 찾아왔다.

"UBC 입학 전부터 재학 시절 동안 저에게 오르간을 사사해주셨던 대릴 닉슨(Nixon) 선생님이 세인트 앤드류­-웨슬리 연합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계세요. 평소에도 가끔 안부를 묻는 편인데, 작년인가? 한 6~7개월 전쯤에 이야기를 나누다 한 번 여기서 연주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물어보셨어요. 제안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나온 이야기였는데… 자연스럽게 연주 일정까지 잡게 됐어요. 닉슨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지요."


 밴쿠버 세인트 앤드류-웨슬리 연합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 김여정이 파이프 오르간 앞에 앉아 있다. / 최성호 기자

◇ 오르가니스트의 삶 30여년, 밴쿠버에서 갖는 첫 독주회
기타 줄이 좋아도 울림통이 빈약하면 기타가 제대로 된 음색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파이프 오르간도 건축물과 한몸이다. 파이프를 통해 아름다운 울림이 나오더라도, 청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만큼 파이프의 선율이 건물 벽면을 타고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공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주회 장소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연주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파이프 오르간과 그 안의 울림을 전달하는 공간이 큰 역할을 해요. 이번 공연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류 연합교회는 예배당 앞쪽에 오르간과 파이프 모두 설치되어 있어요. 건반을 누르면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울림이 벽면과 공간을 타고 청중에게 전달되죠. 쉽게 얘기해서 동굴에서 소리가 울리듯, 깊은 울림이 잘 전달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이번 독주회에서는 건반악기 주자이자 다성음악 작곡가로 알려진 바흐(J.S.Bach)의 트리오 소나타 6번(Trio Sonata No. 6 in G Major, BWV 530)를 시작으로 마르셀 뒤프레(Marcel Dupre)의 프렐루드와 푸가(Prelude and Fugue in B Major, Op. 7, No.1), 찰스 마리 비도르(C. M. Widor)의 교향곡 5번(Symphony No. 5, Op. 42) 등이 중간휴식 없이 약 60분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종교적 의미기 강한 음악보다는 대중이 즐기기 쉬운 곡으로 선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도 부담 없이 파이프 오르간의 아름다운 선율을 느껴볼 수 있는 곡들로 꾸몄어요. 제목만 보면 생소하지만, 들으시면 아, 이 곡이구나라고 하실 거예요. 종교와 관계없이 음악 자체를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흔치 않은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르가니스트 김여정은…
김여정은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북미 지역에서 다수의 오르간 독주회를 가진 실력파 연주자다. UBC에서 학사를 받고, 미국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까지 서울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다.

김여정의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일시: 2014년 6월 15일(일) 저녁 8시
장소: St. Andrews-Wesley United Church
       (1022 Nelson St., Vancouver(Burrard & Nelson)
문의: (604) 683-4574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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