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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반은 돌아본 여행가 김성원씨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9-24 13:51

“당장 내일 죽는다하면 오늘 뭐하겠습니까? 전 여행입니다”
자전거로 미주대륙 종주, 밴쿠버에서 시작

스물 아홉살, 한 청년이 자전거로 세계 일주 중이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돌았고, 이제 미주대륙 종주에 나설 예정이다.

그 주인공 김성원씨는 17일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2000만원 예산으로 세계일주를 꿈꿨다고 했다. 육군 수색대에 장교로 복무하면서 모은 알토란 같은 자금이다. 막상 여행을 떠나려니, 그 예산 가지고는 부족했다. 예산을 맞추려다 보니, 선택한 교통수단이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타온 자전거다. 자전거로 이동해 교통비를 절약하고, 노숙해서 숙박비를 아끼기로 했다.





2010년 3월 30일 월드컵도 못 보고 그는 한국을 떠났다. 중어중문학과 전공을 살려 처음 여행지는 중국으로 정했다. 7개월 동안 중국을 돌았다. 동남아에서는 5개월, 그리고 오세아니아로 떠나 근 1년간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며 여행경비를 다시 비축했다.

김씨는 최근 다시 동남아를 거쳐 지인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 4개월간 국토종주를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2일 LA로 들어와 밴쿠버로 버스 타고 올라왔다. 이제 곧 남미를 향해 대륙을 종주하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가는 그 나이에 왜 자전거로 세계를 돌고자 할까? 남들도 여행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시간과 비용이라는 장벽에 부딪치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기자는 이 점에 질문을 던졌다.

김씨의 답변이다. “장교로 복무하면서 모은 돈은 부족하기는 했어요. 어쨌든 출발하고 나서는 된다는 자신감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나쁘다고 해야 할 지. 결론적으로 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 (중국에서 여행을) 시작 열흘만에 뺑소니 사고를 당했거든요. 크게 몸은 안다쳤는데, 보험들어놓은 것이 있어서, 대인 보상은 못받고 망가진 장비에 대해 대물 보상을 받았어요. 그 돈으로 다녔지요. 여유있게 다닌 것은 아니고 처절하게 다녔어요. 하루 몇 천원도 안되고... 중간중간에 만나는 현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구요. 집에 초대 받아 결혼식도 가게 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친구에게 신세도 졌고요”



넉살 좋은 여행가란 생각이 들었다. 사교성이 좋냐고 물었다.
“제가 좋다기 보다는... 사람이 어지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려 하지 나쁘게 하려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사람이 상황에 따라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누구든 선할 수 있는 동기가 주어지면, 선한 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에서는 한류 때문에 한국인이라 잘 대해주는 면도 있었고, 인심도 느꼈습니다”

중국에서는 현지 언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김씨에게 도움이 됐다. 중어중문학을 공부한 김씨는 “밥 주세요 정도는 됩니다”라고 실력을 밝혔다.

김씨는 중국에서 칭다오를 출발해, 난징,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 홍콩, 마카오, 쿤밍을 거쳤다. 이어 라오스로 나와 동남아를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고도 당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오세아니아행도 계기는 태국 방콕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말했다.”밤에 오토바이 음주운전자에게 뒤에서 받치는 바람에 거짓말 않고 5미터 이상 날아갔던 뺑소니 사고를 또 당한 후 이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전거는 완전히 망가졌다. 이 사고로 김씨는 동남아 여행을 끝냈다.

여행 중에 만난 한 프랑스인 친구의 제안에 따라 외국에서도 워킹홀리데이 신청을 받아주는 호주로 들어가 오세아니아 여행을 시작했다.

호주에서 출발도 순탄치는 않았다. 첫 두 달 일자리를 못 구해 고생했고, 태국에서 새로 산 자전거도 도둑맞았다. 호주에서 만난 한국 사람과 갈등도 힘든 기억이었다. 떠나야겠다 할 무렵에는 또 운이 찾아왔다. 광물견본만드는 일, 소고기 포장공장 일을 얻고 1년간 호주 주변을 돌아봤다. 호주 여행 후에는 동남아-한국을 거쳐 이번에 미주 여행에 나섰다.



스물아홉 나이에 세계 일주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문 여행가냐고 물었다.

“평생 여행할 수는 없잖아요?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이 주는 매력이 따로 있어요. 가면 가고 서면 서고 자기 일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만나는 사람도 있고... 그런 매력 때문에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여행의 이유는... 저는 여행가는 아닙니다. 여행가라는 표현은 황송스럽구요. 일단 제가 좋아서 하는 여행입니다”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여행을 결정했다면 가벼워 보였다. 깊은 이유가 있느냐 재차 물었다.

“수색대 장교로 근무를 하면서 같은 부대내 지뢰사고를 봤아요. 그게 좀, 크더라구요. 내 일은 아닌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간부로 사고현장을 자세히 보니, ‘한방에 훅간다’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 않더라구요. 군대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소대원 중에 건강한 부하가 있었습니다. 치아가 아프다 해서 병원을 찾아갔는데, 나중에 백혈병 진단을 받아오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내일 당장 죽기 전에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이 참 크게 다가왔습니다”



주변에서 여행을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스물 아홉, 대부분은 사회에 기반 마련에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벼운 여행이 아닌, 여행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김씨의 선택은 사회 적 주류와는 다르다.

“노력, 땀, 시간, 에너지 많은 것이 들어갑니다. 제 또래를 보면 취업하느라고 머리 빠져가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제가 떠나겠다니까 주변에서는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냉소적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행이 소비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많이 배웠습니다. 사람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여행을 통해 쌓은 생각과 지식을 정리해 생산적인 결과도 얻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길어졌다. 여행을 다니는 철학적 배경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김성원씨의 깨달음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 깨달음을 정리하는 것은 김씨의 몫이다. 한국사회 밖으로 나와, 한국에서 익힌 자신의 시각과 세계 각지의 시각을 대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김씨가 이룬다면 분명 좋은 글감이 될 듯싶다.

곧 미주 종주를 떠난다는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짧은 대화를 통해 기자가 알게된 함의로 성원씨 기사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는 고생하며 찍은 멋진 사진 좀 보여주시지요. 어디서 봅니까?” 싸이월드 주소를 적어줬다. 싸이월드에서 ‘성원이’를 찾으면 된다고.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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