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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모국어 교육 “하나보다는 둘이 좋다는 인식 심어줘야”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1-03 11:52

한인 최초 유아 교육 부문 캐나다 총리상 받은 이재경 원장

매년 캐나다 총리가 우수 교사에게 수여하는 올해 캐나다 총리상(Prime Minister’s award) 명단에 한인의 이름이 올랐다. 주인공은 코퀴틀람에서 키즈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경 원장.

 

캐나다 총리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이 상은 진취적이고 바른 교육에 앞장선 교육자를 발굴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 원장은 이중언어 교육을 통해 한국어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영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이번 상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한국어 교육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쁨이 더 크다고 했다.

 

“(상을 받아)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교육이 캐나다 사회에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해요. 그만큼 한인 사회가 캐나다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기쁨이 더욱 큰 것 같아요.”

 


<▲  키즈빌리지의 이재경 원장 /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이 원장과 이중언어 교육의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 초기 영어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면서,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자원하게 됐고 한국에서 유치원을 경영했던 경력을 살려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됐어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는데,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풀이 죽어 구석에 움츠리고 있던 아이. 한국에서 온 아이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던 그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 못 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아이였어요. 구석에 숨으려고만 했죠. 게다가 언어 문제로 그 아이의 자신감은 한풀 더 꺾여 있었죠. 그 아이를 지켜보면서 결심했어요. 낯선 환경 속의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정서와 영어의 정서를 동시에 가르쳐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을 하자고.”

 

이 원장은 곧바로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BC주 ECE(Early Childhood Education) 자격증과 몬테소리 교사자격을 취득했다. 한인 최초였다. 그는 1999년 4월, 프리스쿨인 키즈빌리지를 설립했다. 키즈빌리지는 일반 가정주택을 아이들의 전용공간으로 고쳐 아늑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뒷마당이 이웃한 공원과 연결돼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일반 가정 주택을 개조해 키즈빌리지를 설립했어요. 한국에서는 가정 주택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지만 캐나다에서는 일반적이거든요. 오히려 집과 환경이 비슷해 아이들이 편하고 안전하다 느끼죠.”

 

키즈빌리지는 이중언어 교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12년간 이 원장이 쌓아온 교육 노하우가 건물 곳곳에 녹아 있다. 아이들이 쉽게 한글로 된 동화책을 접할 수 있고 동요도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자연스럽게 한글과 친해진다. 그렇다고 영어 교육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 교육자를 초빙해 아이들이 최고 수준의 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민 가정에서 자녀의 모국어 교육은 오래된 고민 중 하나다. 키즈빌리지와 같은 이중언어 교육 기관에서 어느 정도 한국어 교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이다. 이 원장은 이중언어 교육 기관을 통하지 않더라도 모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을 두고 아이들에게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들도 하나보다는 둘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고 나서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그럼 아이들도 이중언어 습득에 대한 즐거움을 알고 따라오게 됩니다. 책을 보도록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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