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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평 아파트에 노인 2명.손주...늙어버린 '분당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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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0-12-14 14:09

[3] 거품 꺼진 부동산… 신도시 시대 끝났다
조선일보·LG경제硏 공동기획
은퇴 노인들 분당으로… 최근 실버타운 건설 붐
주택 보급률 100% 넘고 1~2인 가구도 40% 넘어 신도시들 개발 중단 위기

이모(68·여)씨는 경기도 분당신도시 구미동의 148㎡(45평)짜리 빌라에 산다. 식구는 남편 김모(70·전직 공무원)씨와 손주까지 합쳐 3명. 방이 4개나 있지만 최근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전기장판만 깔고 산다. 방 3개는 늘 텅 비어 있다. 서울에서 자식들이 올 때나 보일러를 가동한다.

"우리 동네엔 노인이 많아 심심할 틈이 없어. 낮에는 이웃집 할머니들과 10원짜리 화투도 치고, 운전하는 할머니 차 얻어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지. 돈만 있으면 분당처럼 노인들 살기 좋은 곳도 없어."

한국의 대표적 뉴타운인 '분당 신도시'가 늙어가고 있다. 1991년 첫 입주가 시작된 이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분당은 주로 서울에 직장을 둔 30~40대 중산층이 모여 사는 '젊은 도시'였다.

14일 오후 경기도 분당신도시 중앙공원에서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표적인 신도시인 분당에선 노인 인구가 지난 10년 사이 70%가량 늘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하지만 신도시 건설 20년 만에 분당은 '노인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엔 실버타운 건설 붐까지 불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의 외곽 신도시가 노인도시로 변한 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노인 천국'으로 변한 분당

분당이 늙어가는 현상은 시내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일 낮 이 도시의 주인은 노인들이다.

분당 서현역과 수내역 주변 상가에선 노인 200~300명씩을 모아 놓고 한물간 코미디언과 밴드를 앞세워 흥을 돋운 뒤 옥장판과 '만병통치약'을 파는 이벤트가 수시로 벌어진다. 젊은이가 없는 농촌에서 벌어지는 사기 이벤트가 분당까지 진출한 것이다.

서현역 인근 'B바둑클럽'은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지만 150여석이 노인들로 꽉 들어찼다. 정자동에 사는 최모(66)씨는 "2002년에 은퇴해서 분당으로 이사 온 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면서 "분당은 놀 곳도 많고 환경도 쾌적해서 노인들이 살기에 정말 좋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실버타운 건설 붐도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당이 '쾌적한 주거여건' '경제력 있는 노년층' '서울과의 접근성' 등 노인 주거지에 적합한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니어스 분당타운 관계자는 "서울 인근에서 실버타운 입지로 분당만한 곳이 없다"며 "머지않아 분당은 노인들의 고급 주거지로 대변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노인 몰리며 고령화 가속

분당의 노인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입주 초기였던 2000년 2만2000명이던 65세 이상 노인이 작년 말 3만7000명으로 10년 새 70%쯤 늘었다. 반면 분당의 전체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5년 45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감소세다.

인구 고령화는 고급 대형 주택이 많은 구미·정자·수내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미동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올 10월 말 3516명으로 전체의 10%를 넘고 있다. 수내1동과 정자2동도 분당 평균(8%)을 웃돌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과거 대형 고가주택은 경제력 있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주로 샀다"면서 "최근 집값이 떨어지면서 매수자가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대형 주택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당 정자동 일대 대형 주상복합은 최근 1년 동안 수억원씩 가격이 떨어졌다.


수요 부족으로 신도시 필요성 반감

한때 수도권 주택 공급의 최대 젖줄 노릇을 했던 신도시와 주택 대량 공급은 최근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주택 수요 부족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 절대적인 주택 부족현상은 해소된 상황이다. 여기에 앞으로 10년 후인 2020년부터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욱이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 사는 1~2인 가구 비율이 이미 전체의 40%를 넘어섰고, 2020년이면 일본과 비슷한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간 주택수요 증가율이 2030년이면 0.05%에 불과해 사실상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매년 40만~50만 가구에 달했던 주택 대량공급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될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과 지방의 신도시 10여곳은 수요 부족으로 개발 중단 사태에 직면해 있다.


◆도시재생 (urban regeneration)

신도시 위주의 도시개발로 기존 시가지가 노후화하면서 벌어지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침체된 도시 경제를 살리는 것.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도시개발 기법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도심지의 노후 주택가나 상가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오피스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 호텔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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