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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트뤼도의 ‘정치 야망’ 이대로 꺼지나?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3-15 14:02

10년 장기집권의 보수당 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4년 전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부자 총리 탄생’이라는 신화를 일궜던 저스틴 트뤼도 총리의 정치 인생에 최대의 시련이 몰아치고 있다. 

지나치게 호혜적인 난민정책과, 과도한 탄소세 부과로 주 정부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정치 이력에 흠집이 생기던 트뤼도 총리의 정치 인생에 SNC-라발린 건설사 로비가 결정타를 입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외 상황도 불리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여성 인권 운동가 체포를 둘러싼 국교단절 위기에 이어 멍 완저우 화웨이 최고 재무책임자의 체포와 미국 인도를 둘러싸고 전개된 중국의 캐나다인 구금과 무역보복에 이르기까지 국제 외교 무대에서까지 막다른 코너로 몰렸다. 

급기야 트뤼도 총리는 지난 7일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다. 

국내외 빅이슈인 건설사 비호 의혹에 대해 “측근들 사이에 신뢰가 약해져 벌어진 일”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끝내 자신의 잘못은 언급하지 않은 총리에게 리더십 부재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생명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기에 속 시원한 사과가 쉽진 않았겠지만 트뤼도에 대해 ‘캐나다의 케네디’라는 신선하고 비전 있는 정치인 상을 기대해 온 캐나다인들의 시각에선 실망감이 크다.   

우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퀘벡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압력이 없다”고 아무리 해명해도 곧이곧대로는 들리지 않는다.  

총리는 “제리 버츠 전 비서실장과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 사이에서 발생한 신뢰 문제가 이번 스캔들의 시작”이라는 일관된 주장과 “직원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은근슬쩍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돌리면서 “앞으로 정부가 더 잘할 것”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선진 36개국이 가입한 국제기구인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까지 트뤼도 총리의 비리 건설사 비호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는 성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는 등 SNC-라발린 스캔들은 이제 국제 외교 무대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OECD는 총리와 측근 인사들이 캐나다 최대 건설사 SNC-라발린의 해외 뇌물 사건을 기소 면제로 해결하도록 법무부 장관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하원과 윤리 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조사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NC-라발린은 지난 2001~2011년 리비아 건설공사 수주 과정에서 리비아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공사를 따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트뤼도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발린은 기차, 지하철, 비행기 등을 만드는 봄바디에와 비슷한 규모의 세계적 건설회사로 퀘벡의 자존심이자 자유당 정부의 주요 ‘정치 자금줄’이다.

아버지 때부터 라발린과 인연이 깊어 기소의 부담감이 컸던 트뤼도 총리가 법무장관에게 일련의 압력을 가하다 결국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이 지금까지의 사건 경위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야당의 강도 높은 경찰조사 요구를 받고 있는 트뤼도 총리가 결국 입건될 지 궁금하다. 압력 행사가 사실로 밝혀지면 비리 행위를 저지른 총리의 앞날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 처리를 둘러싸고 트뤼도 총리에 대해 많은 캐나다인들이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야당의 사퇴 종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오는 10월21일 열리는 연방총선의 향배도 자유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명확하다. 트뤼도 총리의 위법성이 밝혀지면 차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이길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보수당의 앤드류 쉬어 당수에게는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뜻밖의 횡재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지난달 연방 보궐선거를 통해 버나비 사우스 선거구에서 승리하며 연방 정계에 입성한 재그미트 싱 신민당 당수에게도 퀘벡주에서 ‘잃어버린 실지(失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스캔들 처리를 둘러싸고 일부 각료들이 사임을 표명하는 등 안팎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인 트뤼도 총리의 정치 야망이 10년은 고사하고 결국 4년만에 막을 내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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