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창구 ‘PNP’ 그 씁쓸한 이면에 대하여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캐나다 영주권을 손에 넣기까지 이민 희망자들 앞엔 까다로운 각종 조건이 숙제처럼 쌓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캐나다 이민은 힘들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떠돈다. 실제 빌 게이츠가 전문인력이민제도로 이민을 신청할 경우 대학 졸업장이 없고, 50을 훌쩍 넘긴 그의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 여기에 고용 계약과 적응력에서 점수를 획득 할 수 없으면 심사관의 승인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이민 희망자들이 전문인력이민보다는 주정부 이민(PNP)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BC주정부 이민프로그램에 경우에도 최근 한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주정부 이민프로그램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직장이나 고용주가 근로자의 이민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스폰서가 되는 직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른 근로자를 구했다는 이점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이민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서로 '윈-윈(win-win)'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스폰서가 되는 직장이나 고용주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고용주도 근로자의 이민 문제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하고, 당사자인 근로자 역시 관계가 틀어지면 이민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하게 된다.

또 이런 관계가 장기화된다는 점 역시 하나의 문제로 꼽힌다. 보통 이민 수속이 이뤄지는 기간은 2~3년. 물론 이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다시 잡 오퍼(Job offer)를 받아 이민 수속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스폰서로 나서겠다는 직장을 다시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폰서를 찾더라도 이민 수속을 진행하는 시간은 길어지게 된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불합리한 대우, 폭행, 폭언은 물론 성추행 같은 범죄가 직장 내에서 일어나더라도, 이민을 위해 이를 침묵하는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처벌을 할 수는 있을 지라도 자신의 캐나다 드림이 늦춰지거나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신고를 망설인다. 

이런 어두운 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민 희망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민 수속 기간 중 불이익을 받거나, 일을 그만두더라도 새로운 스폰서 개념이 아닌 새로운 직장만 구하면 이민 수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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