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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에게 큰 상처 남긴 경찰 부실수사를 보며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29 10:39

"누가 그 생채기 보듬어 줄까"

2010323일 새벽 2, 이 시각 다운타운 랜드마크 호텔 건너편에서 폭행은 시작됐다. 가해자는 거구의 백인 남성이었으며, 피범벅이 된 사내는 캐나다 이민을 꿈꾸며 일식당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한인 요리사 K씨였다.

아무런 이유 없는 폭행이었다. K씨는 지인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이때 키 185cm에 몸무게 90kg, 진한 갈색 머리의 가해자는 K씨의 등 뒤에서 갑자기 공격해 왔다. K씨는 곧 의식을 잃고 차가운 길바닥 위로 쓰러졌다. 하지만 폭행은 이후 5분 동안이나 계속됐다.

경찰이 나섰지만, 가해 남성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래도 원칙대로 사건을 풀 기회는 있었다. 가해자의 동행 몇몇이 현장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신원 정도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백인 남성의 동행들을 돌려 보냈다. 이날 밤 경찰이 피해자 K씨를 위해 한 일은, 그를 구급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후송한 것뿐이다.

이날 폭행으로 K씨의 광대뼈는 골절됐다. 치료를 위해 K씨는 한국까지 다녀와야 했고, 수술 비용 등으로 700만원을 썼다. 그에게는 BC주 의료보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K씨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 살면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나쁜 도시’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단순히 폭행 때문만이 아니다. 공권력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경험이 더욱 비참하고 억울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K씨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오랜 시간 침묵했다. 이땅에서 납세자로 살면서도, 그는 어떤 불만도 토로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영주권 신청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1년여 넘게 이 사건에 매달려온 김남현 경찰영사는 “영주권 신청을 위해 범죄 기록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일이 기록에 남을 것을 걱정해 K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된 밴쿠버 총영사관(총영사 최연호)의 계속된 항의가 있고 나서야, 올해 12월 밴쿠버 경찰은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알려 왔다. 사건 발생 후 거의 2년이 흐른 후다.

이번 일은 K, 그리고 한인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밴쿠버는 그를 포함한 여러 이민 희망자들이 여전히 동경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수민족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도 그런 노력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정부는 이민자나 이민 희망자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최근 ‘BC 이민 특별자문위원회’가 만들어진 것도 이민사회를 더욱 탄탄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황승일 변호사를 포함해 스톡웰 데이(Day) 전 연방 재무위원장, 존 옙(Yap) 주의원 등이 자문위 소속이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현 이민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BC주 이민을 가로막는 걸림돌들을 치워보겠다는 의도다. K씨 사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한국의 우수한 인력이 캐나다 이민을 꺼리게 하는 ‘걸림돌’일 수 있다. 이것이 자문위가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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