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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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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01-16 15:49

한힘 심현섭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2025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돌이켜 보니 온라인까지 합해서 모두 37권이다.
   나이가 깊어 가니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읽으며 독해력이 떨어지니 자연 반복해서 읽게 되니 읽고 싶은 책 욕심은 많으면서도 읽는 양은 빈약한 셈이다.
   누가 그랬던가, 늙어서 시간 여유가 많아지면 책이나 실컷 읽어야겠다고 하면서 젊어서 책 읽기를 더디게 한다. 나이 먹어서 뭘 하겠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미룸이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은 독서만이 아니다. 노쇠해 가는 세월에 늙고 나서 뭘하겠다고 미루는 일은 나중에 후회막심할 일이다.
   지난해 읽었던 책 중에 기억할 만한 책은 다음과 같다.
 
◆ 고발 / 반디소설 북한의 반체제 소설가가 쓴 반인권 고발 소설
◆ 동패락송 / 김동욱 역, 우리 옛이야기 모음집
◆ 상도 1, 2, 3 / 최인호 작
◆ 대한민국 건국은 혁명이었다 / 이인호 지음
◆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김범석 지음. 암 전문 의사의 체험기
◆ 브레이크 아웃 Break Out / 마틴 러스 지음. 장진호 전투 철수 기록
◆ 중용이란 무엇인가 / 신정근 지음. 성대출판부
◆ 중용한글주역 / 도올 김용옥, 再讀
◆ 노병의 한 / 김석원 저
◆ 채근담 / 홍자성 저 조수익 역 再讀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유고 시집
◆ 성호사설 / 이익 지음
◆ 한국 문화의 뿌리를 찾아 /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무속에서 통일신라 불교가 꽃피기까지-
◆ 니코마코스의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저. 천병희 옮김 再讀
 
   이 중에서 한 권을 꼽으라면 “한국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 가장 감명 깊게 읽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책이다. 일본과 중국의 미술사를 연구하고 한국에 와서 9년 동안 있으면서 석굴암을 열 번 이상 방문하고, 경주는 수도 없이 찾아가서 속속들이 신라 문화의 정수를 밝혀냈다. 그 이면에는 항상 그렇듯이 대상에 대한 짙은 애정이 배어 있다. 애정이 없으면 처음부터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여기서 애정은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정이다. 나는 사랑이라는 낱말을 홀로 쓰기보다는 정을 붙여서 쓰기를 즐겨 한다. 사랑이라는 독립적인 말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의 마음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어야 한다. 나는 코벨 여사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 머리가 숙어지는 것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오늘날까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사랑의 대상을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아끼려는 마음이 따라야 비로소 사랑을 입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올봄에는 경주 근방에서 한달살이하며 경주 남산을 비롯해 서라벌 일원을 속속들이 살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겨난 여행 계획이다.
 
   존 카터 코벨(1910-1996)은 미국 태생의 동양미술사 학자이다.
   1941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일본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문화의 근원으로서 한국의 존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1978년–1987년까지 9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며 연구에 몰두, 한국 미술, 한국 불교, 한일 고대사, 도자기 등에 대한 1천여 편이 넘는 칼럼과 함께 이 책(영문명 Korea’s Cultural Roots)을 비롯해 5편의 한국 관련 저서를 남겼다.
 
   카터 여사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미국인인 내게 한국 미술은 한, 중, 일 삼국 가운데 가장 따뜻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중국 역사를 수십 년간 알고 지내온 터인데도 한국보다 당기는 맛은 덜하다.
 
- 나는 한국인이 중국인이나 일본인에 비해 보다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심성을 지녔으며 자연에 가까운 사람들임을 안다.
중국미술은 너무 위압적이고 자연을 압도하는 인위성과 극단적으로 위계적이다.
한국미술은 여러 종류의 근원 – 무속, 도교, 불교, 유교 – 으로부터 꽃피운 것이다.
 
- 이번 책은 한국 문화계의 고질적인 중국 선호 사상에 눌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 문화의 진면목들을 조금이나마 드러냈다는 데 발간의 뜻을 두고 싶다.
 
- 나는 이 가야사 주제가 논란의 대상을 넘어 분명하게 확증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고 싶다. 말하자면 가야 문명은 백제와 달리, 또는 고구려와도 달리 그렇게까지 중국에 신세를 져본 적 없는 독자적인 것이며, 일본이 역사 초 받아들인 많은 문물은 가야로부터 온 것이다.
 
- 미술사가로서 나는 석굴암이 인도의 석굴보다 훨씬 정신적, 종교적인 분위기를 지녔음을 인정한다. 석굴암 본존불은 가슴은 기를 가득 머금은 듯하고, 몸 전체는 내부에서 솟아 나오는 힘으로 부풀은 듯하다. 해탈한 부처의 긍정적인 힘과 아름다움이 함께 느껴진다.
 
- 석굴암이야말로 불교 석굴조각의 진수라고 하는 나의 주장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인도의 모든 석굴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윈강석굴을 몇 차례나 오르락 내리락 했으며 50년 동안 불교 조각을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코벨 여사는 한국으로부터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미와 정이 가득한 한국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수십 년을 일본에서 지내고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라고 했다.
   동양 미술을 깊이 연구했던 전문가로부터 한국 미술은 독창적이고 감성적이며 순백의 미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게 되었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에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떳떳하게 자신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내세울 때라고 격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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