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애마는 살아있다”

김유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1-02 14:53

김유훈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내 삶을 저만치 데려가 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왜 그리 더디게 가는가 의아했었고, 군대 시절에는 하루가 한 해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결혼의 기쁨은 찰나였고, 신혼의 행복조차 누려보지 못한 채 공부와 생계의 전선에서 몸부림치며 열 네번의 이사를 거듭했다. 목사가 되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잘 될 줄 알았으나, 이해할 수 없는 교회 정치는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그 후 나는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평소 꿈꾸어 왔던 유학을 준비하여 가족과 함께 카나다 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Regent College에서 학업에 매진 중 동료 목사의 권유로 “우리의 목표는 결국 교회가 아닌가?”라는 말에 이끌려 그의 교회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교회 살림조차 안되는 목회와 삶의 무게는 나를 지치게 하였다. 그때 대학원에서 만난 폴 스티븐슨 교수의 말이 내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을 주었다. “삶의 현장이 곧 목회 입니다.” 그의 말은 10년 동안 공부한 신학의 결론이 되었고, 낯선 이민의 땅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곧 실천 목회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 후 나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누구의 도움 없이 미국과 카나다의 하늘 아래 떠돌며 트럭을 운전하였다. 나는 현대판 김삿갓 처럼 구름 따라, 그리고 별과 달을 보며, 노숙자가 되어 떠돌았던 지난 20 여년, 길 위에서 보낸 그 많았던 계절의 변화와 내가 경험한 사연들은 나에게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이 되어 수필로 태어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의 트럭커의 이야기는 교민 사회에 알려지고 이민자 봉사회와 한인 신협에서 트럭을 운전하고 싶은 100여 명의 교민들에게 “트럭커가 되는 길”을 통해 “도전과 용기 그리고 끈기”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강의와 상담을 하였다. 그동안 나의 트럭커 생활은 힘들고 어려웠어도 미국과 카나다 구석 구석을 보고 달리는 동안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미국과 카나다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되었으며, 세월이 강물처럼 빠르게 흐른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나만 이렇게 달린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했던 애마도 그동안 숨차게 달렸다. 지난 세월 동안 네 대의 트럭이 내 곁을 떠나갔고, 지금의 트럭은 어느덧 10년 째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심장 같은 엔진을 교환하였고, 다리 같은 트랜스 밋션을 재생해 주었다. 해마다 건강 검진처럼 트럭 검진을 할 때마다 수 많은 부품을 교환해 가며 애마가 아픈 데 없이 잘 달리게 하고 있다. 특히 신발과 같은 타이어를 주기마다 새 신으로 갈아주어야 정기 검진에서 통과 할 수 있다.

트럭의 정기 검진은 매우 엄격하다. 6개월 마다 정기 검진, 그리고 도로에서 하는 불시 점검, 그리고 미국과 카나다의 각 주를 통과 하며 점검을 해야 한다. 정비상태는 물론이며, 화물의 무게, 운행 일지까지 검사한다. 지금은 모두 전산화 되어 속일 수 없지만 과거에는 운행일지에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

오래 전, 내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물건을 내린 후, 오레곤 주 클라마스에서 목재를 싣고 오게 되었다. 주 경계가 있는 곳이라 물건을 실은 후 스케일을 통과 할 때였다. 내 트럭이 무게 초과로 걸려 1100불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그곳에서 트럭을 자세히 보니 에어가 갑자기 샌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카나다로 돌아와서 벌금 통지서에 적혀있는 법정으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나는 카나다 밴쿠버에서 살고 있기에 이틀이나 걸리는 그곳 법정에 출두가 어렵습니다. 나는 은퇴 목사로 트럭을 운전하고 있으며, 지난 3일 동안 워싱턴, 오레곤 주와 캘리포니아 주를 다니며 여러 곳의 스케일을 무사 통과 하였으나 그 곳에서 갑자기 에어가 새었기에 방금 수리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 얼마 후 법정에서 편지가 왔다. “당신의 편지 잘 받았고 그 사정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전액은 어렵지만 1000불은 감면해 주니 100불만 보내십시오.”라는 답장과 함께 판사의 이름과 서명이 있었다. 내가 본 그 판사는 마음씨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다.

이렇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은혜롭고 인간미가 넘쳐 나는 사연들이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나는 그동안 운전 중에 수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택사스에서 만난 비바람 폭풍우는 실로 어마 무시하였다. 트럭조차 빗물 위에서 미끄러질 정도였다.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시커먼 토네이도가 50키로 옆으로 지나가는 모습에 가슴을 조리며 운전을 하였으며, 마니토바에서 만난 한 겨울 폭설은 앞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 위를 달려야만 했다. 결국 알버타 주, 메디슨 헷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빙판과 눈 길에 트럭이 미끄러져 재크 나이프가 되어 눈 속으로 굴러 떨어진 나와 트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구름과 눈 폭탄 폭풍우가 몰아친 뒤에는 파아란 하늘이 수줍은 듯이 고개를 내밀고 그 옆에는 눈이 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대지를 비추이고 있다. 더욱이 봄에는 온갖 과일 나무들이 저마다 자랑하듯이 아름다운 꽃들을 피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며 나는 모든 시름을 잊고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감사를 마음에 담아 글로서 표현하는 일 이였다. 그리고 이제 지난 날들의 그 많은 사건과 사연 들은 시간이라는 특효약을 만나 아름다운 추억의 필름으로 내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또다시 새해가 밝아왔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찾아 온 나이, 일흔 여섯. 믿을 수 없는 내 생애에 처음으로 만나야 하는 숫자이다. 이제는 은퇴를 꿈꾸지만 그동안 나와 함께 한 애마가 나를 떠나지 말라며 조용히 부르고 있다. 나와 함께 늙어온 애마, 그동안 정기 건강 검진으로 정비를 잘 해 놓은 덕분에 건강하게 나와 함께하고 있다.

나는 오늘 애마와 함께 강변의 고속도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지난날들의 추억을 잠시 떠 올리며 감상에 젖고 있을 때 아내로 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 당신 치매 검사 받으래....”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갓 지은 흰 쌀밥 같은삼백육십오 개의 이름 없는 하루 해와 달 경계에서 호명을 기다린다 아직 목울대에 후회가 걸려있는데때 묻은 손이다시 하루를 빚는다 덜 굳어 찌그러져도금이 번져 부스러져도 울음이 새지 않도록웃음 한 벌 문설주에 걸어 두고 욕심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먼저 박수를 내밀어야지 하루를 닫으며그래도 괜찮았다고 끄덕이게오늘의 이름 아래'사람' 쪽에 발 디딘다 응달로 찾아드는 얇은...
임현숙
  2025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돌이켜 보니 온라인까지 합해서 모두 37권이다.   나이가 깊어 가니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읽으며 독해력이 떨어지니 자연 반복해서 읽게 되니 읽고 싶은 책 욕심은 많으면서도 읽는 양은 빈약한 셈이다.   누가 그랬던가, 늙어서 시간 여유가 많아지면 책이나 실컷 읽어야겠다고 하면서 젊어서 책 읽기를 더디게 한다. 나이 먹어서 뭘 하겠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미룸이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해야 할...
한힘 심현섭
  어느 달 밝은 밤이다 해바라기 같은 둥근 달이 담장을 넘어 마당을 지나 툇마루로 올라오더니 방안을 기웃거린다. 방 안엔 한복에 한 뼘이나 되는 긴 수염을 늘어 틀이고 머리에서 눈썹까지 하얀 탈을 뒤집어쓴 칠성 할 배가 신선처럼 앉아 내일 약초 캐러 갈 도구들을 챙기고 있었다. 좋은 약재를 구하면 횡재를 하는 날이지만 헛 빵을 치는 날엔 다리 품만 파는 날이다. 밖에는 밤이 깊어 갈수록 바람소리가 사나워졌다.이때다 어디선가 한참 먼...
안오상
자식의 자식 2026.01.12 (월)
등에서 잠든 너를 내려놓지 않는 건내 어머니 골수를 먹고 자란 기억 때문무릎이 시큰거리다콧등까지 싸해지는 따스한 대물림 어제와 오늘도 혼동하는 너에게내일 다시 하자는 약속,울음을 삼키는 너의 눈을 피해주었던 걸 뺏는 건 참으로 곤란하지 동네 애들 다 데려간 피리 부는 아저씨집안 일 다 해도 미움 받는 신데렐라‘왜’냐고 묻는 삼십개월 너에게‘사람‘에 대해 무슨 설명 하리오 잎을 다 떨군 나무에 기댄 너의 숨소리찬 바람...
윤미숙
  우리는 흔히 자신의 삶이 길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젊은 시절에는 앞날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을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순간, 그 생각은 조용히 무너진다. 시작과 끝을 초월한 영원의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이 이 땅에 머무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백 년을 산다 해도, 그 시간은 한 점에 불과하다. 점이라기보다, 잠시 스쳤다 사라지는 빛의 흔적에 가까울지도...
이종구
  아파트 9층인 우리 집 거실에서 베란다 쪽 소파에 앉으면 사거리가 보인다. 건너편 아파트와 시내로 나가는 길이 교차되는 길이다. 그 사거리를 바라보며 가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신호에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리다 멈추고 하는, 하등 신기할 것 없는 차량의 행렬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저렇게 많은 차들은 대관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새벽부터 밤중까지 끊임없이 굴러가는 지친 바퀴들은 언제 어디쯤에서 쉬게 될 것인가.'나는...
최민자
그리움만 남기고 2026.01.12 (월)
비바람 몰아치는 창가에 서서멍울진 가슴을 어루만지며홀로사무친 그리움만 삼킨다 이제는 느낄 수 없는 추억의 파편들말없이 숨겨온 따스한 손길들마음속 깊이 가득 담는다"보고싶다"그 이름 부르면허공에 메아리로 울린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한 마디왜 그토록 아껴 두었을까겹겹이 쌓아 두기만 한 채어리석은 자만심으로따스한 눈 빛과 말 한 마디 더 건네지 못했을까 이제는 저 멀리 하늘의별이 되어버린 사람들사랑했고...
손정규
병오년 새아침 2026.01.02 (금)
계속되는 강 추위망각의 지혜는설국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에한해가 저물어 간다대지가 숨쉬고 있다는 증거나이테 한줄 추가된무상함의 세월꽃잎이 피어 흩 날리었고푸른 가지위 새들 둥지 틀며강열한 햇살은주렁 주렁 익히었다자연은 일 순간도 숨쉬기를포기 한적이 있었는가허락된 삶을 감당한 우리지나간 순간 순간들아름다운 추억으로남겨야 하지 않을까눈 아래새싹들의 큰 울림의 기지개그날을 기다리고 있는데밝아오는 병오년희망 태운지칠줄...
리차드 양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