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바람이 분다
참나무 감비나무 삼나무
나무들 어깨를 맞대고 선
당신의 마당 그 숲에 검은
물결이 몰아친다 쏴아 쏴
오래전 떠나간 어머니 꼭 닮은
가문비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열 아홉 코비드* 넘실대는
울울 봄날이 간다
바람이 불고
천둥에 하늘이 운다
날카로운 톱니를 숨긴
코로나바이러스란 놈, 낯선
그 놈은 인정사정이 없다
동아줄 감고 체인 톱을 휘둘러
반나절에 열 손가락 두 팔
다 잘리고 또 뽑힌 발 아래
토막 나 동그라진 몸통
조금씩 멀어져 간다
바람이 분다
말없는 당신 품 안에
날마다 안기던 어린 딸
육십갑자 한 바퀴 돌아온
회갈색 시간만큼이나
주름진 그리움 가득 쌓였는데
가문비나무 당신 그 모습
점점 잊혀 아득해지는
울울 봄날은 간다
*코비드(COVID-19): Coronavirus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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