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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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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5-26 14:14

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난 2월 말부터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되어, 3월 중순부터 지역 봉쇄가 발령되었다. 지역 봉쇄가 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사회적, 신체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며, 가능한 집안에 거하라고 한다.

면역력이 약하고, 특히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감염되기 쉬우니 더욱 사람들 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한다. 집안에 거하며, 밖의 출입을 자제하고 지내게 되니 생활이 불편하기도 하고 단순해지고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동안의 일상이 더는 일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이 엄청난 축복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매 주일 교회에 가서 기도회 모임 후 예배 드리고, 수요일에는 수요예배, 목요일에는 중보기도회 및 성경공부 모임, 금요일에는 노방 전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금요 기도회, 토요일에는 새벽기도회, 한 달에 한 번 주일에 속회 성경공부와 성도 간의 친교가 있었는데, 이 모든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이 중단되었다.

대신 주일 예배는 유튜브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집에서 드리고 있고, 수요일 밤에는 줌(zoom)을 사용하여 큐티(Quiet Time) 말씀 묵상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만나지는 못하나 화상으로 서로의 모습을 보며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현재 30명 정도의 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못 보고 지낸 교우들의 얼굴들을 보며 잘 지내고 있음에 고맙고 반가워한다. 집안에 거하게 되니 자신을 성찰하고, 그동안의 신앙생활을 점검하며, 잘못된 점들을 회개하며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이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으며,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이루어질 것을 믿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센트럴 공원에서 만나 걷던 부부동반 건보회 모임도 3월 중순 이후로 모이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카톡 그룹 콜로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건보회 모임과 같은 시간에 남성 회원들 대화방으로 모였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는 남편이 주창하여 줌을 사용하여 화상으로 대화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이 든 실버 노인들에게 설명으로만 스마트폰으로나 컴퓨터로 줌에 가입하여 화상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았다. 쉽게 줌을 사용하시게 된 분들도 있었지만, 몇 분은 카톡으로 사용 안내 영상을 보내며 설명하며 그야말로 남편은 자청하여 “생고생”을 사서 하여, 드디어 남성 건보 회원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화상통화 하는 남편 동창 건보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실로 흐뭇하고 감개무량이다. 

건보회 팀과 같이 걷지는 못하지만 우리 부부는 매일 동네 주위를 산책하고 있다. 동네 주위에 피는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하며, 한결 깨끗해진 공기와 푸른 산과 청명한 하늘을 만끽하게 된다.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신체적 거리를 위하여 서로 멀리 비켜 가며 걷는다.
  
아들과 며느리는 우리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라고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며 토요일마다 식품점에서 쇼핑도 해다 주고 있다. 며느리가 주중에 쇼핑 품목들을 보내 달라고 하면, 필요한 품목들을 카톡으로 알려준다. 일일이 다 사다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여 한번은 남편과 같이 근처의 한국식품점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그 주에 무엇이 필요한지 품목들을 보내라고 하는데, 이미 산 것들이 있어서, 별로 없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즉시 아들과 며느리가 우리가 밖에 나가 식품점에서 쇼핑하였느냐고 문자로 질문하여 왔다. 사실대로 말하니, 앞으로 절대 나가지 말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 올 것이니 우리는 집 안에만 있으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아들네 가족은 모두 마스크 착용하고 우리 집을 방문한다. 사온 물건들을 집안에 들여다 놓고, 우리는 손주들과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에어 허그(air hug)하고 헤어진다. 이 어려운 시기에 효도하는 아들, 며느리가 새삼 대견하고 고맙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아들과 며느리는 재택근무하고, 손주들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의사인 며느리는 주로 화상으로 진료하며, 일주일에 한 번 오후에만 클리닉에 나가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뛰놀아야 할 손주들이 가족들 과만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

  귀여운 손주들을 안아 줄 수도 없고, 한 방안에, 한 집안에 같이 있을 수 없음이 아쉽다. 손녀들과 같이 차이니즈 체스 게임도 하며 놀 수가 없음이 아쉽다. 같이 식당에서 생일 축하하며 음식을 나누던 일이 그립다. 고국에 계신 그리운 어머니를 방문할 수가 없음이 안타깝다. 교회에서 같이 찬양하고, 예배드리며 성도들과 같이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다. 친구들과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하며 친교 하지 못함이 아쉽다. 천지 만물의 창조자,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어서 속히 종식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속히 건강하게 회복되며, 어려워진 경제가 회복되고, 이 땅이 회복되기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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