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가, 자거라
엄마가 커튼을 닫고 방을 나가면
밤의 나라는 시작되었어
별빛 같은 내 눈은 더 반짝거리며
어둠 속 풀숲에서
토끼도 불러내고 사슴도 불러내
마구 뛰어다니곤 했어
그때면 달도 나를 졸졸 따라다녔어
오지 말라고 해도 달은
까닭 모를 웃음을 지으며
내 등을 환하게 비추곤 했어
어떤 날은 달을 피해 동굴로 들어갔어
그곳에는 붉고 흰 장미꽃이 가득했어
장미향에 취해 한참을 머물다 돌아서면
동굴 입구에서 달이 또 기다렸어
아, 지겨운 달
열이 내리지 않는 나를 위해
창가에 달아 둔 엄마의 요술 램프
이제는 그 달의 모습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데
어둠 속에선 내 눈물만
별똥별로 떨어지고 있는데
달이 자꾸 따라올 것만 같아
아직도 난 커튼을 젖혀보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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