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긴
그림자
타박타박 신께서 걷는다
지글거리는 복사열
넓게 펼쳐진 물 파도
지평선에 떠 있다
굴절된 빛은
바람이 걸어 놓은
일종의 마법
사람들은 종종
이 마법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낙타는
사막의 항해사이자 신이었다
자신의 교리에 따라
넘실대는 모래 파도 넘어
오직 느낌만으로
발길을 내딛는 것이다
낙타는
저 앞에 가물거리는 물길을
외면하고 으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몇 날 며칠 고단한 여정 끝에
마침내 찾은 그곳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신기루와 오아시스
그 사잇길엔
낙타로 변한 신께서
아무 말없이 타박타박
걷고만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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