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1
껍질은 중심에서 밀려 터져 나왔다
아무리 중생대 백악기 공룡 피부라지만
스킨로션이 필요했다
오늘도 예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소나무는 거친 껍질 위에 천연수 로션을 발라
피부를 깨끗이 닦는다
나는 이것을 허공에 채워
잘 보존하기로 했다
그러면 어떤 지평선 위에라도
싱싱 꿋꿋하게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내 두 눈으로
한 폭의 산수화처럼
바라보고 있다
2
때론 습기가 부족한 밀도는
오히려 불안하다
그래서 내일을 위한 대비책도 세운다
늘 굳은 결의로
흔들어 깨워가며 보충하는 것이다
내일은 비,
또 바람이 불 것이다
아무리 흔들어도 한 자리를 지키는
그나 나나,
아무렇지도 않게
3
가끔 눈 부신 햇살이
내비칠 때는
서로 답례처럼
눈인사만 한다
하지만 때로는
푸른 바늘을 꼿꼿하게 세우고
바람을 갈퀴질 해 가며 손사래 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예의를 마다하지 않는다
거부는 절대 금물,
왜냐하면 그는
늘 푸르고 질긴 고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
한 자리에 늘 서 있어서
다이어트할 시간이 부족해
하긴 일 년에 1센티 정도만
둥그렇게 살쪄도 충분하지
이건 오히려 반대다
지상에 몸을 얹어
질량을 움직이는 나는
무게를 잴 시간이 충분함에도
밀도를 채우는 방법이란
그와 늘 다르기 때문이다
5
하지만
이 거친 지평선 위에서
서로 멀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나 나나
지금껏 까치발을 디디며 나눈
깊고 높은 밀도만은
오히려 충만하다
오늘 지금
그리고 언제까지나
찬바람 모질게
불어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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