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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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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1-16 16:57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케네디언들이 이제는 코리안 새해(금년은 Jan 25, 2020)를 대충 안다. 중국 설이 고조선
것이라고 우기는 내게 주위 사람들은 중국설이라는 말도 조심을 하고...
   새해 인사를 하다가도 중국명절, 아니 코리안 명절은 며칠 남았냐고 하면 오히려 남의
문화를 휩쓸려 산다는 생각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오지랖이 넓은 이들이 우리 새해 날짜뿐만
아니라, 풍속까지 물어 오면 자존심이 객기처럼 발동을 하고 만다.
   너희는 밥만 먹고 말로만 하지만, 우리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정성 들여 차린 각종
음식들을 가족, 친척들과 나눠 먹는다. 그리고 친척, 동네 어른들을 찾아 다니며 세배를
한다고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게다가 너희는 조상들의 영혼이 모두 무덤에 잠 들어 있다가 예수님이 또 다시 재림하는
날 에야 심판을 받고 지옥이나 천국으로 간다고 믿지만, 우리는 전혀 달리 생각한다고 하면
바싹 긴장을 한다. 우리는 조상은 죽으면 영의 세계로 가서 곧바로 심판을 받는데, 지옥으로
가지 않으면 제사와 추석과 명절 때 영으로 다녀 가신다고 믿는다고 하면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있다.
  전 세계 200 여 나라의 시조가 거의 늑대, 곰과 호랑이같은 짐승이나 귀신같은 것이지만,
유태와 한국만 하느님으로 천손이라고 하면 놀라서 존경심을 보이다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 나라의 시조를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네 시조가
사람이나 하느님이 아니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많은 식민지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은
자기네 나라의 시조가 예수라고 하는 엉뚱한 대답을 하다가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우기기도 한다.
  첨단 과학의 DNA 기술로 밝혀진 인류의 역사가 최소한 200만년이라고 하면 대부분
긍정을 하면서도 자기 나라의 시조, 역사와 종교에 고개를 갸우뚱대며 가던 길을 재촉하게
된다.
  친해진 사람들은 내게 종교를 물을 때, 유불선을 다 믿는다고 하면 종교가 하나이어야 지
어떻게 셋이나 한꺼번에 믿을 수 있느냐고, 거짓말이라며 따지던 것을 상기하고 되돌아서려

하면 인터넷을 찾아 공부해 보라고 한다. 특히 기독교 구약 성경에는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 것이 불과 6,000 여년 밖에 안 되니 과학이 말하는 인류역사 최소 200
만년을 이해할 수 있으면 세상이 다시 보일 거라고...
  음력과 양력을 명확히 구분해서 썼다는 세종대왕 시절에 폴란드 신부님이었던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 양력을 주장해 교황청으로 부터 파계를 당한 뒤 무려 500년이 지난
뒤에야 복권이 되었다. 요즘 우리가 맞는 서구식 새해, 양력이 전용되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생각하고, 농경문화에 적절했던 음력을 안 쓰게 된 사연을 감안하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새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가 하는 의식이다.
  DNA 서열을 생각하면 끊임없는 첨단과학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귀성행렬과
비슷하다는 것이 우연치만 않게 느껴진다. DNA 기술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시절에는
막연히 고향을, 가족을, 조상님들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이제는 과학이 말하는 인류의 역사와 조상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유교나 불교에서
조상은 신이 아닌 그냥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영이기에, 신에게는 세 번 절을
하는 대신 조상에게는 두 번 반만 절하는 것이다. 환갑을 넘겨 개종한 성당에 신을 모신다는
신부들 중에 일부 의식 없는 이들이 부당한 사상이나 특정한 사람을 신이라 믿어 발을 끊고
산다.
  그러나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조만간 우주의 역사와 창조의 비밀이
밝혀져 좀더 영의 세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럼 신이나 조상을 오히려 매일같이 정성
드려 제사를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몇 달 후면 시집보낼 딸 아이를 어찌
떠나보낼지도 자신이 없는 지금, 제사나 추석, 설 등 우리의 전통문화마저 사라진다면
가뜩이나 바쁘다는 요즘 아이들을 새해 아침에라도 한번 보게 될지도 걱정이다. 
특히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같은 지금은, 더 더욱 조상님, 호국영령님과 하느님의 가호와
가족, 이웃과의 교감이 간절한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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